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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합문화공간 '라플란드 드 카페' 권순형 대표
복합문화공간 '라플란드 드 카페' 권순형 대표 ⓒ 허지혜
 
'라플란드 드 카페(아래 라플란드)'는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공간이다. 때에 따라 콘서트장, 전시회장, 연회장으로 모습을 바꾼다. 공연, 전시, 음식이 손님들의 오감을 만족시킨다. 페이스북에서 라플란드를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삼청동만 검색해도 라플라드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친구들과 특별한 공간을 가고 싶어 들른 라플란드에서 권순형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와의 대화는 진한 향기를 남겼다. 권 대표는 라플란드를 만든 자신의 철학을 차분하게 말했다. 이곳에는 많은 단골들이 있다. 조국과 같은 유명 인사부터 류근, 최소리, 故 구광모 등 예술가들까지. 이들 모두 라플란드에 모여 음식을 먹고 편하게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이 시간은 문화 행사로 이어진다. 갤러리, 공연장이 아닌 라플란드에서 그들의 작품을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2016년 오픈 후 50회 이상의 클래식 공연과 수십 명의 작가가 전시회를 열었다. 그럴 때면 그는 이 공연과 전시회의 기획자가 된다. 권 대표는 25년간 패션산업 VMD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했다. 빠르게 변하는 패션산업의 트렌드를 읽기 위해 여러 나라의 문화를 접한 그는 북유럽 '슬로우 라이프' 문화에 영감을 받아 복합 문화 공간을 기획했다.
 
 라플란드 1층 편집숍 전경
라플란드 1층 편집숍 전경 ⓒ 허지혜
 
"처음 운영할 땐 '복합 문화 공간'이 뭐지? 라고 다들 궁금해했어요. 카페인 것 같은데 꽃도 팔고, 옷도 팔고 저녁에는 와인도 파니까요. 전시회나 음악회 등 문화 행사도 하고 있고요."

유럽에는 레스토랑, 바, 카페를 겸하는 비스트로 문화가 있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비스트로에서 식사도 하고 맥주도 가볍게 마시며 와인을 즐기기도 한다. 권 대표는 이런 비스트로 문화를 멀티숍과 접목해 라플란드를 만들었다.

라플란드는 세 개 층으로 나눠진다. 입구부터 1층까지 이어지는 공간에는 다양한 의류와 잡화 등이 판매되고 안쪽에서는 커피, 와인, 수제 맥주와 함께 파스타, 피자, 빵 등 원하는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살롱 드 라플란드' 음악회가 열리는 2층 전경
'살롱 드 라플란드' 음악회가 열리는 2층 전경 ⓒ 허지혜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1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탁 트인 넓은 공간에 놓인 테이블, 책과 액자가 진열된 책장. 벽에는 갤러리 못지않게 여러 그림이 걸려 있고 창가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있다.

라플란드에선 매월 셋째 주 수요일마다 음악회가 열린다. 그는 사람들이 친근하게 클래식에 다가갈 수 있도록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했다. 달마다 달라지는 프로그램과 다채로운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는 관객들이 클래식 음악을 너무 무겁게 느끼지 않길 바랐다. 사람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음악이 녹아들도록, 편한 공간에서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면서 공연을 볼 수 있게 했다.

"옛날엔 모차르트가 오늘날의 BTS 같은 대중음악이었을 거예요. 클래식은 단지 고전음악일 뿐이에요.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대중음악과 비슷한 거죠."
 
 살롱 드 라플란드에서 연주하는 김재영 피아니스트
살롱 드 라플란드에서 연주하는 김재영 피아니스트 ⓒ 허지혜
 
조금은 소박할지라도, 킨포크 라이프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난 자연 친화적 삶을 뜻하는 '킨포크 라이프'를 접하고 권 대표는 큰 감명을 받았다. 20년 전 미국 포틀랜드에서 시작된 킨포크 라이프는 바쁜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 만든 생활양식이다.

작가, 농부, 요리사, 플로리스트 등 다양한 사람이 모여 본인의 장점을 살려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 텃밭에서 직접 수확한 유기농 식재료로 친환경 밥상을 차리고, 이웃들과 허물없이 저녁을 나누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린다. 그는 킨포크 라이프 철학을 담아 라플란드의 공간 곳곳을 만들었다.
 
 라플란드 2층에는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라플란드 2층에는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 허지혜
 
"예전에는 그 문화가 가족, 이웃에 한정됐다면 라플란드를 통해 좋은 사람들이 모여 소울메이트가 되고 커뮤니티도 형성해서 삶을 셰어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SNS를 통해 마음이 맞는 사람이라면 더 모이기 좋다고 생각해요. 나와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하나의 '공유경제'를 만들어서 사람들과 나누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오랜 제 꿈이었죠."

함께 걸어가는 나눔의 미학, 공유경제

라플란드에서 추구하는 공유경제는 '협업'을 뜻한다. 많은 아티스트가 재능은 있지만 자신을 알릴 기회가 마땅치 않다. 권 대표는 라플란드 공간을 통해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음악회의 인터미션에는 '이달의 작가'를 소개하고 작가가 책을 내면 북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아울러 문화예술 잡지 '아트앤컬쳐'에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SNS로 공연·전시를 홍보하고 있다.

"다양한 예술가들은 가진 재능을 보여주고 창출된 수익을 나누면서 '공유경제'를 만들고 있어요. 무언가 독점하는 형태가 아닌 쉐어하는 거죠. 많은 예술인이 이 공간을 이용하고 계세요."
 
 라플란드 1층과 2층이 함께 보이는 풍경
라플란드 1층과 2층이 함께 보이는 풍경 ⓒ 허지혜
 
이 외에도 판매하고 있는 반찬이나 상품들로 공유경제를 실천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협력해 관계를 만들어 가며 그가 지향하는 '상생 공동체'를 구축했다. 라플란드 1층 편집숍에 있는 친환경 브랜드 '어린농부'와 반찬사업 '삼청모찬'이 대표적인 그 예시다.

"음악회에 제공되는 음식들도 공유경제라고 할 수 있어요. 평소 알고 지내던 사장님의 식당이 코로나 때 폐업하면서 라플란드로 섭외했고 그분의 음식을 반찬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저희는 판로를 제공하고 그들은 자신의 제품을 판매하고 수익을 나누며 상부상조하고 있죠. 작지만 이런 게 하나하나 모이면 큰 운동이 될 거예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의 공간, 라플란드
 
 라플란드 권순형 대표
라플란드 권순형 대표 ⓒ 허지혜

그는 라플란드의 단골손님을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저는 '라플란드에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라고 자주 말해요. 이곳을 방문해 주시는 분들, 함께 일하는 분들 모두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로 가득해요. 서로가 공존하고 나누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공간. 숨 가쁘게 흘러가는 현대의 시간 속 이곳 '라플란드 드 카페'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우연히 만난 누군가와 이야기가 잘 통할 때. 마치 영혼이 맞닿는 듯한 깊은 교감에서 나오는 기쁨은 부정할 수 없다. 오늘은 라플란드에서 이 소통의 즐거움을 느껴보는 게 어떨까.

#라플란드#삼청동#권순형#편집숍#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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