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맨발 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TV에서, 인터넷에서, 신문에서, 주변의 공원 등에서 너도 나도 맨발로 걷고 있고 '맨발 예찬론'이 펼쳐진다. 갑자기 맨발 걷기가 대유행이다.
나는 맨발 걷기와 등산을 시작한 지 15년 이상 되었다. 처음 시작은 2008년쯤일까? 1월 1일 새벽에 눈 쌓인 마니산을 맨발로 올랐던 것이다. 맨발이 눈길과 눈 쌓인 계단에 쩍쩍 붙는 듯한 느낌에 세상에~ 살다 보니 이런 경험도 있구나, 이런 신체 반응이 일어날 수 있구나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맨발 걷기와 등산을 15년 이상을 이어 오며 이제는 나의 건강관리 방법 중 하나로 사랑하고 있다. 맨발러라는 표현을 주저 않을 정도로 맨발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맨발 걷기의 기능 아십니까
맨발 걷기의 기능은 크게 2가지이다. 첫 번째는 발바닥의 지압기능이며 두 번째는 Earthing이라고 하는 접지기능이다. 이로 인한 효과는 유해한 활성산소 제거, 노화방지, 혈액 내 점성도 개선, APT(아데노신삼인산) 생성, 불면증 개선, 신장기능 강화, 발바닥 지압을 통한 장부 기능 개선, 체내 전자파 감소, 면역력 강화, 혈압 개선, 다이어트 효과, 여드름이나 아토피 등의 피부 질환 개선, 얼굴 홍조 감소, 발바닥 아치 운동, 두뇌 발달 등 너무나도 많다.
나는 그래서 맨발 걷기를 권유할 때 "맨발 걷기로 내 몸의 리셋 Reset 버튼을 누르자 "라고 말할 정도이다. 컴퓨터가 멈췄을 때 Reset 버튼을 눌러 재부팅하듯이 내 몸의 컨디션이 바닥일 때 재부팅하듯이 기력과 체력을 충전하자는 의미이다.
이렇게 좋은 맨발 걷기는 어디에서 해야 할까? 나는 재생타이어(폐타이어)로 만든 바닥재가 있는 곳, 곳만 빼고 거의 모두 가능하다고 말한다(혹시 주변에 재생타이어로 만들어진 바닥이 있다면 그런 곳은 피하는 게 좋은데, 왜냐면 이 바닥재는 환경 호르몬 배출과 발암 성분 포함 등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특유의 고무냄새 등으로 두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돌이나 자갈이 많은 곳이면 발바닥 지압 효과를 높일 수 있고, 흙길은 지압 효과와 함께 접지효과, 활성산소 배출 효과를 볼 수 있다. 해변에서는 접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마사토 등으로 이루어진 학교 운동장은 부담스럽지 않은 강도로 초심자들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는 장점 등이 있다. 오래 하다 보면 맨발 걷기에 적합한 길의 여부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되고, 혹시 바닥이 맨발로 걷기 위험한 산길 등에서는 잠시 신발을 신게 된다.
이렇듯 일상생활 속에서 비용을 들이지 않고 몸과 마음과 정신적인 건강 밸런스를 잡아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맨발 걷기이다.
그런데 서두에서 말했듯 요즘의 맨발 걷기 열품을 바라보며 우려되는 것이 있다. 최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너도 너도 할 것 없이 산에 맨발 걷기 길을 인공적으로 조성하고, 세족장을 만들고, 황토 맨발 걷기장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 어젠다로 인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고 일각에선 맨발 걷기 시작하시는 분들이 그런 시설을 요구하기도 한다.
맨발 걷기는 일종의 '지구사랑'이라고 본다. 맨발 걷기는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이 지구와 함께 호흡하며 그 안에서 정화되고 힐링하는 것이다. 그런데 산을 훼손하면서 인공적인 시설들을 자꾸 만들어 인간에게만 좋은 맨발 걷기를 하라는 것은 지나친 이기심이 아닐까? 게다가 인공시설은 생명력에 한계가 있고 자생력이 없다. 생명이 없는데 그 안에서 무슨 정화를 하고 힐링을 할까.
또한 인공 시설의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황토는 수분을 머문 후 마르면서 딱딱해진다. 딱딱해졌다가 완전히 수분이 날아가면 그때 다시 잘게 부서지면서 보드라운 흙의 형태로 되돌아간다. 황토는 일반 흙길보다 더욱더 효과가 높아서 대부분 맨발 걷기로를 조성할 때 이 황토를 사용한다. 그런데 황토가 딱딱해져 버리면 누가 수분을 보충해서 적당히 수분을 머금은 촉촉한 황톳길로 관리할 것이며 아니면 딱딱해진 황토가 다시 보드라운 흙으로 되돌아갈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가 의문이다.
물론 오래된 맨발러들은 질퍽하던 딱딱하던 보드랍건 큰 상관없겠지만 인공 황톳길에 적응된 사람들은 딱딱해진 황톳길에서 걸으려고 할까? 실제로 딱딱해진 황톳길, 비가 올 때 황토 유실, 배수 막힘 등으로 황톳길의 관리가 녹록지 않다는 사례가 제법 있다. 만들어 놓고 그 사후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또 불필요한 시설 설치로 정부 예산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가 한다.
맨발 걷기가 끝나면
맨발 걷기 후 발에 묻은 흙은 가져간 수건이나 물티슈 등으로 가볍게 닦고 양말을 신고 집에 와서 씻으면 된다. 물론 기존에 세족장이 있는 경우라면 좋겠지만 굳이 만들어야 할 만큼 세족장의 이용 빈도가 높을지 모를 일이다. 이렇게 우후죽순으로 인공 시설을 만드는 것에 대한 우려가 생기는 요즘이다.
한편, 맨발 걷기를 할 때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당뇨병 환자는 절대 금지했으면 좋겠다. 당뇨병은 합병증이 정말 무서운 질병이다. 파상풍 주사를 맞았더라도 지양하기를 바란다. 족저근막염 환자의 경우도 조심하고 하산할 때는 신발을 착용하도록 한다. 족저근막염은 발바닥 족저근막의 수축과 이완이 원활하지 않음으로 인한 염증이다. 발바닥 통증을 동반하는데, 이 증상이 심한 분은 맨발 걷기가 상당히 조심스럽다. 그래서 본인의 강한 의지와 선택이 아닌 경우에는 잘 권유하지 않는다.
또, 산을 오를 때는 그래도 괜찮지만 하산할 때는 반드시 신발을 신도록 한다. 하산할 때는 중력의 작용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발바닥 통증이 심해질 수 있어 적당히 발의 쿠션을 유지할 수 있기 위해 신발을 신는다. 나도 하산할 때는 대부분 신발을 신는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맨발 걷기를 통해 면역력을 올리고 건강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맨발 걷기에 반대하는 글들을 읽어 보니 신발이 많은 사람의 생명을 연장시켰다는 글, 오염된 땅이 많은데 맨발 걷기는 오히려 해롭다 등의 글들이 많았다. 하지만 현대의학으로 포기한 질병을 맨발 걷기로 완치한 사례도 너무나도 많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맨발 걷기의 효과는 입증된 바 있다. 문명의 발달이 사회 전체의 성장과 발전의 방향성을 만들어 갈 수 있지만 그 이전의 지혜까지 완벽하게 수용할 수는 없다. 문명을 선택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아스팔트 길이 깔리기 전에는 '아이들 태열은 걸으면 자동적으로 낫는다'라는 말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신발이 귀해 맨발로도 많이 걸었던 시기였고 발바닥으로 땅을 딛으면서 걷기 시작하면 아이들 체내의 화기가 자연스럽게 땅으로 빠져나가면서 태열이 없어지곤 했었다. 신발을 신고 아스팔트가 땅을 가린 지금에는 기억도 안 날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요즘 사회는 취미 또는 건강관리의 일환으로 맨발 걷기를 다시 선택할 수 있다. 예전처럼 신발이 귀했던 시절의 얘기가 아니라 건강을 위한 운동의 하나로 맨발 걷기를 하는 세상이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강도로, 자연이 함께 하는 곳에서 적극적으로 맨발 걷기를 활용하자.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의미이다. 본인의 선택으로 본인의 상황과 단계에 맞게 차근하근 하면 된다. 내 선택의 결과는 나의 책임이다. 내 의지로 선택한 경우에만 결과에도 책임질 수 있고 그 선택에 의한 결과를 최상으로 끌어낼 수 있게끔 준비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참에, 지구를 사랑하는 진정한 맨발러가 되어 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황순연씨는 (사)누리마음연구소장입니다. 이 기사는 세이프데이 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