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제주의 땅값은 전년 대비 무려 28% 가까이 올랐다. 전국 최고였다. 개별 공시지가라는 점에서 실거래 가격은 훨씬 높았다. 당시 2년 사이 땅값이 40%가 오를 정도로 제주 부동산은 호황이다 못해 활활 타오를 지경이었다.
제주 땅값은 (개별공시지가 기준) 2019년 10.48%, 2020년 4.00%, 2021년 7.85%, 2022년 9.95%로 매년 상승했다. 부동산 규제 영향으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때도 오히려 제주에서는 2억원 넘게 오른 곳도 많았다. 심지어 분양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하늘을 찌를 정도로 치솟던 제주의 부동산 가격이 올해는 전년 대비 -7.06%로 떨어졌다. 전국 평균(-5.73%) 보다 더 낮았다. 2021년 1순위 청약 경쟁률이 49대 1을 기록하며 프리미엄이 1억원까지 붙었던 연동의 한 신축 아파트는 2000만~3000만 원 낮은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속출했다.
수도권 지역 부동산 침체기에도 유일하게 인기를 얻었던 제주 부동산이 추락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리했다.
고금리에 높은 분양가로 외면받는 제주 부동산
제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드림타워'가 있는 노형동과 연동 지역 일대를 '신제주'라고 부른다. 대형 마트가 두 곳이나 있고 학군과 교통이 좋아 소위 말하는 1군 브랜드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매매가격도 10억원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이 1년 사이 1억~2억 원 가량 하락했고, 거래량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도내 대규모 아파트 단지마다 무더기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하면서 제주지역 미분양 주택은 8월말 기준 2422가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이 안돼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증가하고 있다. 육지에서는 미분양주택이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제주 지역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하고 무더기 청약 미달 사태가 벌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고금리이다. 여기에 고분양가와 높은 매매가격은 매수 심리를 위축시켰다. 기존 주택은 팔리지 않고 대출 금리는 높으니 분양권을 손해 보고 팔려고 하지만 마피 물량의 급증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부동산 업자들은 저가 매수 기회라며 구매를 부추기지만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시대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기라 실수요자조차 주저하고 있다. 당분간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이 풀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제주를 떠나는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2010년부터 불어온 제주 이주 열풍은 10년 만에 인구 10만 명이 증가할 정도로 높았다. 당연히 부동산 수요도 급증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제주지역 순이동 인구는 -923명으로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희망을 안고 제주에 왔던 이들이 떠나는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이다. 제주 지역 브랜드 아파트나 자연경관이 좋은 타운하우스의 연세(1년에 월세를 한 번에 내는 제주 문화)는 2천만원이 넘는다. 입지가 좋은 카페나 식당인 경우 연세 4000만~5000만 원은 줘야 임대가 가능하다. 서울보다 높은 연세와 임대료는 제주 지역의 낮은 임금과 가게 수익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제주 이주 열풍이 식으면서 과거에는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팔리는 부동산도 이제는 매수자를 찾기 힘들다. 타운하우스와 전원주택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높은 가격에 외지인조차 발길을 돌린다.
제주도내 상업용부동산의 투자 수익률은 전국 최저 수준이다. 올해 1분기 도내 부동산 투자수익율은 오피스( -0.63%), 중대형상가 (-0.45%), 소규모상가( -0.49%), 집합상가 (-0.48%) 모두 마이너스이다. 내국인 관광객 감소와 경기 침체로 공실률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제주 부동산 시장은 악재만 나온다. 일각에서는 제2공항이나 대규모 민간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면 회복된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이미 오를대로 오른 제2공항 예정지 일대 부동산 가격이나 도내 주택 공급 과잉 논란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