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수도 아바나(Havana)에서 약 550km 동쪽에 있는 카마구에이(Camagüey)에는 한국에서 한글 교재를 지원 받는 아바나와 같은 정식 한글학교가 없다. 캐런 델가노(Karen Ramos Delgano)라는 쿠바인이 혼자 한글을 공부해서 한글을 가르칠 뿐이다. 제대로 된 교재가 없어 캐런이 고생이 많았다. 혼자서 한글 공부하고 지역 쿠바인들에게 다시 가르쳐주는 일을 5년이 넘도록 하고 있다.
그렇게 캐런이 고군분투하는 중 내가 2018년 리서치를 위해 방문했을 때 만난 학생들이 있다. 유수의 미국인 학자들을 제치고 나는 오로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의 환호를 받았다. 쿠바의 중·고등학생들에 둘러싸여 사진 찍히고 사인해 줬을 때 이 소년이 함께 찍힌 사진이 있었다.
쿠바 청년의 소셜미디어 이름은 '김하늘'
이 청년의 쿠바 이름은 레이델(Reidel) 이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김하늘'이라는 한국 이름을 사용한다. 현재 18살. 아바나 대학(University of Havana)에서 생화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전공과 달리 이 청년의 꿈은 고향 카마구에이에 한글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한국 관련 가장 좋아하는 것은 K-드라마도 K-팝도 아닌 한글이다. 가장 존경하는 한국 사람은 당연히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이다. 그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 단군 신화부터 조선 시대까지 알고 있다. 쿠바는 400년 스페인 식민지 이후 독립했기에 한국의 오천 년 역사가 부럽다고 한다.
좋아하는 한국 노래는 K-팝이 아니다. 한국의 정서와 전통미가 있는 '아리랑'과 '군밤타령'이다.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은 물론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정통한 이 쿠바 청년.
친구 라우라(Laura)가 처음 한국의 역사와 한글에 관해 알려주었다고 한다. 2018년 KCT(코리아 카마구에이 투게더)라는 청년 단체에 들어가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여기서 함께 한국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하며 한국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10월 9일 한글의 날을 맞이해 한글 사랑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질문을 했다.
- 왜 한글학교를 카마구에이에 설립하고 싶나?
"쿠바에는 아바나에만 한글학교가 있어요. 그래서 카마구에이에 한글학교를 세우고 싶습니다. 쿠바 사람들이 한글을 더 많이 배우게 하고 싶어요."
한글이 왜 좋은지 콕 집어서 질문하니 돌아온 대답이 마치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라고 했다'는 것 같은 답이 돌아왔다.
"질문은 매우 좋은데 좋아서 좋은 걸 뭘 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정도면 한국인보다 더 한글을 사랑하는 것 같다. 쿠바 청년 레이델 아니 김하늘. 이 순수한 쿠바 청년의 한글학교 설립의 꿈이 반드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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