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을 맞아 몰려드는 낚시객과 캠핑카, 레저보트 이용객 등으로 충남 홍성군 남당항이 고질적인 주차난을 겪고 있다.
앞서 지난 2일과 3일 방문한 남당항 일대는 추석 연휴를 비롯해 주꾸미 낚시 철이 겹쳐 도로와 인도 일부까지도 차들이 점령한 상태였다. (관련기사:
"차 빼달라고 했더니 바다 낚시 중이라"... 홍성 남당항 주차대란)
5일 다시 찾아간 남당항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다만 곳곳에 캠핑카들이 주차돼 있었다. 지역 주민들은 캠핑카와 낚시꾼들의 무단주차를 주차난의 주범으로 꼽았다.
항구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캠핑카들이 장기 주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태료를 물거나 제지를 당하는 경우는 없다. 공간도 부족한데 캠핑카들이 주차공간을 상당부분 차지한다. 주말에는 주차공간이 부족하다"고 성토했다. 주민 B씨는 "주차선이 그려진 장소에서도 캠핑을 하고 음식을 조리해 먹는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남당항에서 낚시 어선을 운영하고 있는 C선장은 "주말이면 주차장이 포화상태다. 레저보트와 캠핑 트레일러의 주차가 특히 문제다. 트레일러의 경우 승용차 3대 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캠핑카 옆에 텐트까지 치면 주차공간은 더욱 비좁아 진다"고 지적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벌어지는 사건 사고도 상당하다. C선장은 "지난 9월에는 해변에 주차한 차가 바닷물에 잠겼다. 주차공간이 부족해 발생한 일"이라며 "버스 주차장의 경우 전혀 쓸모가 없다. 주차선을 다시 그리고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주차난에 시장 나가기 무서울 정도"
남당항을 이용하는 죽도 주민들은 생활의 불편을 호소했다. 죽도는 남당항에서 배로 10여분 거리에 있다.
죽도 주민들은 남당항을 이용해 홍성 시내와 시장에 간다. 자가 어선을 주로 이용하는 죽도 주민들에게 남당항은 필수 생활시설이다. 하지만 죽도 주민들은 고질적인 주차난으로 뭍(육지)으로 나와 시장에 가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죽도에는 23가구 40여 명의 주민이 산다.
죽도 주민 D씨는 "우리 섬 주민들은 생필품도 사고, 기름도 출고 받아 배에 싣고 다시 섬으로 돌아와야 한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주차선이 아닌 곳에 주차를 하게 될 때도 있다"며 "얼마 전에도 (남당항) 모퉁이를 돌다가 남의 차를 긁어 배상을 해 주었다. 그뿐 만이 아니다. 출고한지 일주일도 안 된 차를 긁힌 적도 있다. 상대방 차량은 도주해서 찾지도 못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홍성군은 죽도를 관광특구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섬으로 여행객이 들어오는데 주차할 곳이 없어서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군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애쓰고는 있지만 정작 관광객들은 주차 문제로 섬으로 들어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몇 년 째 이런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죽도 주민들은 낚시 어선들로 인한 불편도 겪고 있다. 주민 D씨는 "남당항에는 주로 낚시 배들이 정박해 있다. 죽도 주민들도 타고 나온 배는 정박할 곳이 거의 없다"며 "홍성 시내에서 시장을 보거나 병원에 갔다가 배를 빼달라는 연락을 받고 과속으로 달려온 경우도 적지 않다. 섬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서러움이 있다"고 말했다.
홍성군 "주차선 다시 그리는 것도 검토"
홍성군 관계자는 "낚시철에 주로 주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낚시 어선의 경우 새벽 5시 경에 출항한다. 현실적으로 주차단속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그렇다고 주차 공간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축제 기간이나 낚시철이 아닐 때는 주차공간이 비교적 넉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죽도 여객선이 남당항 내항으로 들어 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여객선이 (기존 정박 장소가 아닌) 내항으로 들어오면 주차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남당항의 고질적인 주차난과 관련해서도 군 관계자는 "무용지물이 된 버스 주차장의 경우 주차선을 다시 그리는 방법도 고려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캠핑카 장기 주차 문제에 대해서는 "계도 조치를 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