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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전 수원지법 성남지원 1호 법정에서 서현역 흉기 난동 피고인 최원종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끝나고 피해자 유족들이 법정 바깥에 있는 의자에 앉아 손을 맞잡고 있다.
10일 오전 수원지법 성남지원 1호 법정에서 서현역 흉기 난동 피고인 최원종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끝나고 피해자 유족들이 법정 바깥에 있는 의자에 앉아 손을 맞잡고 있다. ⓒ 복건우
 
"재판부에만 반성문을 내고 우리한텐 아무런 반성도 없었어요. 그래 놓고 정신감정을 신청했는데, 우리한테 반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서현역 흉기 난동 피해자 고 김혜빈씨 어머니)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고인 최원종(22)이 범행 당시 정신상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요구한다며 재판부에 정신감정을 신청한 데 대해 유족들이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최씨가 향후 심신미약과 함께 감형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자 재판을 방청한 유족들은 "우리한테 반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2형사부(강현구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1호 법정에서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씨의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진녹색 수의를 입고 나온 최씨는 검찰의 공소 내용을 인정하냐는 재판부 질문에 "네"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최씨 오른쪽에 앉은 변호인도 "모두 동의합니다"라고 인정했다.

최씨는 공판 나흘 전인 지난 6일 재판부에 감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날 최씨 측 변호인은 "당시 피고인은 조현병으로 의심되는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추정되나 정확한 진단이 없는 상태"라며 "피고인의 정신상태, 정신적 질병을 앓고 있다면 정확한 병명 등에 따라 적절한 사법적 처분이 무엇인지 정신감정을 통해 확인하고자 한다"고 신청 취지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서류와 수사기록을 살펴보고 향후 감정신청 채택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최씨는 이날 담담한 모습으로 법정에 들어섰으나, 공판이 진행되는 15분 내내 왼손으로 눈썹을 매만지며 멍한 시선으로 앞쪽을 응시했다. 공판이 끝나고 최씨가 고개를 숙인 채 빠르게 법정을 빠져나가자, 이를 본 피해자 유족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서로를 껴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10일 오전 수원지법 성남지원 앞에서 서현역 흉기 난동 피해자 김혜빈씨 어머니가 재판부에 제출한 엄벌 촉구 탄원서 접수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10일 오전 수원지법 성남지원 앞에서 서현역 흉기 난동 피해자 김혜빈씨 어머니가 재판부에 제출한 엄벌 촉구 탄원서 접수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복건우
 
3차 공판 앞둔 유족들 "살아남은 자 슬픔 너무 가혹해"

피해자 고 김혜빈(20)씨 유족은 이날 공판 시작 전 탄원서 294장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친척들을 비롯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혜빈씨가 다니던 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 학생들로부터 받은 엄벌 촉구 탄원서다.

혜빈씨 아버지는 "피해자들이 할 수 있는 게 그렇게 많지 않다. 판사님께 탄원서를 모아 제출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지금까지 두 차례 탄원서를 제출했는데 다음 공판 때 또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시는 만큼 재판부도 그에 맞는 판결을 내려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방청석에는 피해자 가족·친척·친구 10여 명이 나와 공판을 지켜봤다. 공판이 끝난 법정 밖에서도 유족들은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고 딸을 잃었다"며 울분을 쏟아냈다. 피해자 고 이희남(65)씨 남편은 "(최원종의) 차량과 흉기로 짧은 시간 무고한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엄청난 사건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면 안 된다"며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이 너무 가혹하다. 재판부가 법에 따라 강력한 처벌을 내려주시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혜빈씨 친척 중 한 명도 "가해자는 대형 로펌을 선임하는데 우리 피해자 유족들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지킬 것이 있는 범죄자가 더 부러워질 수도 있는 상황 자체가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최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26일 오후 2시에 열리며, 검찰 측 요청에 따라 범행 당시 영상과 사진 등을 확인하는 증거조사가 1시간 가량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지난 8월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고, 차에서 내려 백화점에 들어가 9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8월 29일 구속기소됐다. 고 김혜빈씨와 고 이희남씨는 그 과정에서 최씨가 운전하던 차량에 치였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끝내 숨졌다.
 

#서현역#흉기난동#최원종#김혜빈#이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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