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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 외교부 장관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일제 전범기업에게 부과된 강제동원 위자료 채무의 3자 변제(법원 공탁)를 추진 중인 정부가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3자 변제는 허용돼선 안 된다'는 1심 법원 판단 결과를 뒤집기 위해 불복 소송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 소송 추진 비용을 전액 국민 세금으로 편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외교통일위원회·경기 시흥시을)이 확보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정부 재단)의 내년도 예산 가운데 4억2000만 원을 강제동원 배상금 법원 공탁 등 제3자 변제 관련 업무 추진을 위해 편성했다.

구체적으로 법률 자문료, 소송비, 법적 절차 수수료 등 제3자 변제 관련 법률 비용에 2억 원, 사무실 임차료, 여비, 사업 추진비 등 기금관리단(T/F) 운영비에 2억 2000만 원을 편성했다.

국회는 오는 11월 예산 심사 과정에서 정부가 편성한 4억 2000만 원이 적절한 지 살피게 된다.

이와 관련, 양금덕 할머니 등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성명을 내고 "제3자 변제를 반대하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의사를 무시한 것도 부족해, 법원 공탁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피해자들의 채권을 소멸하기 위해 끝까지 법적 다툼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모임은 "도대체 이 정권은 어느 나라 정권인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해 일하는 정권인가, 일제 전범기업을 위해 일하는 정권인가"라며 "국회는 좌고우면 말고 제3자 변제 법률 대응을 위한 '굴욕 예산'을 전액 삭감하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일제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법률상으로도 허용되지 않는 제3자 변제를 무리하게 시도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소송 승소를 위해 정부 재단이 대법관 출신 변호사 등으로 소송 대리인단을 꾸린 사실을 거론하며 "대형 로펌을 동원해 끝까지 법률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 제정신이냐, 권력을 손에 쥐었다고 국민 세금을 막 써도 되느냐"고 했다.

정부, 공탁 형식의 3자 변제 강행 무리수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내년도 예산안에 제3자 변제를 위한 소송 비용 등 4억 2000만 원이 편성돼 있다는 것을 담은 자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내년도 예산안에 제3자 변제를 위한 소송 비용 등 4억 2000만 원이 편성돼 있다는 것을 담은 자료. ⓒ 조정식 의원실 제공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제 전범기업(피고 기업)은 양금덕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배상해야 하지만, 이들 전범기업은 배상을 거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3월 법원 배상 명령 이행을 거부하는 일본 기업 대신 국내 기업 등이 출연한 재원으로 위자료를 대신 갚는 소위 제 3자 변제 방안을 발표한 뒤 이를 추진 중이다.

일부 피해자는 제3자 변제를 수용했지만, 양금덕 할머니 등 피해자 2명과 고인이 된 피해자 2명의 유족 등 모두 4명(피해자 기준)은 "일본 정부에게 사죄받고, 돈도 일본 기업에게 받아야 한다"며 법원 공탁 형식의 3자 변제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양금덕 할머니 등 4명이 정부 재단이 지급하는 판결금(엄밀히는 위자료) 수령을 거부하자, 돈을 법원에 맡기고 전범기업 채무를 없애는 공탁 형식의 3자 변제를 강행했다.

그러나 광주지방법원 등 1심 법원은 민법 명문 규정과 피해자의 명시적 거부 의사에 따라 "전범기업 위자료 채무의 3자 변제는 허용돼선 안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잇따라 내놓았고, 이에 맞서 정부 재단은 불복 소송인 항고 절차를 밟고 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2022년 9월 1일 광주광역시 자택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할머니는 편지에서 "나는 일본에서 사죄 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습니다. 대법원에서 승소했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도 기뻤습니다. 그런데도 몇 년째입니까? 우리 정부 무슨 말 한마디 못하고 있지요. 왜, 무엇이 무서워서 말 한 자리 못합니까?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돈도 내놓으세요. 다른 사람이 대신 주면 나는 무엇이 될까요? 일본에서는 양금덕을 얼마나 무시할까요? 만약에 다른 사람들이 준다면 절대로 받지 못하겠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양금덕 말을 꼭 부탁, 부탁한다고 부탁합니다"라고 썼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2022년 9월 1일 광주광역시 자택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할머니는 편지에서 "나는 일본에서 사죄 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습니다. 대법원에서 승소했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도 기뻤습니다. 그런데도 몇 년째입니까? 우리 정부 무슨 말 한마디 못하고 있지요. 왜, 무엇이 무서워서 말 한 자리 못합니까?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돈도 내놓으세요. 다른 사람이 대신 주면 나는 무엇이 될까요? 일본에서는 양금덕을 얼마나 무시할까요? 만약에 다른 사람들이 준다면 절대로 받지 못하겠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양금덕 말을 꼭 부탁, 부탁한다고 부탁합니다"라고 썼다.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강제동원#공탁 소송#3자 변제#양금덕#정부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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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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