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10월 11일 공공성-노동권 확대를 요구하는 2차 공동 파업을 예고했다. 국민건강보험노조와 부산지하철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경북대병원분회 등 4개 공공기관 사업장 2만5천여 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공공요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후퇴, 의료 영리화 추진, 지하철 공익 적자 방치 등으로 드러나는 윤석열 정부의 '시장주의 확대' 국정 운영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병원, 지하철 등에서 시민 안전을 위한 인력 충원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삶이 무너지는 고비에서 국가의 책임은 무엇인가? 연속 기고를 통해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편집자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은 440일 넘게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지하철 승강장에서 투쟁하고 있다. "아직까지 투쟁하느냐"와 "이제 그만 좀 하라"는 말이 동시에 나온다. '달라진 것 없는 세상'이라는 역과 '그럼에도 투쟁해야 한다'는 역을 승·하차한다.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이후 시작된 장애인 이동권 투쟁으로 2005년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이 제정됐다. 전장연은 현재 교통약자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으며 관련 투쟁은 2021년 12월 3일 시작됐다. 2년이 지난 지금 전장연은 무엇을 외치고 있을까?
지난달 일이다. 충남도청과 면담이 잡혀 A대표와 전화 통화를 했다. 충남 지역은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역 단위가 없는 곳이라 개별 회원으로 지역에서 활동하고,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는 A대표가 충남도청과의 면담에 꼭 참석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나 그는 면담에 참석할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일정이 겹쳐서가 아니라 교통편이 없기 때문이었다.
버스와 지하철이 불편한 지역에서 A대표가 홍성인 충남도청까지 이동하려면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지역 거주자도 사전 예약(지역별로 상이)을 해야 하고, 면담이 오후 2시기에 왕복 시간을 고려하면 기사의 오후 6시 퇴근 시간으로 맞출 수 없어 장애인콜택시를 도통 잡을 수 없다고 했다.
한국 사회는 경제 발전이 거듭되고 있다고 하지만, 지역 거주 장애인 한 명이 내가 거주하는 지역 내 이동도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다. 특히 A대표가 거주하는 충남은 도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지표인 저상버스 보급률이 전국 평균의 반절도 훨씬 못 미치는 10%대다.
또 교통약자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난 7월 19일부터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을 24시간 이용할 수 있고, 인접한 시·군을 넘나드는 광역이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운전원 부족으로 특별교통수단 대기시간이 2~3시간인 현실에서 예산마저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차량 1대당 16시간 운행(8시간 근무하는 운전원 2명)을 할 수 있도록 인건비를 포함해 3350억 원의 예산이 내년에 반영돼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지만, 일부만 반영됐다. 이 법 시행령은 과연 한국 사회에, 장애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사람이 이동할 수 있는 권리'라는 것
장애인은 대중교통 버스는 탈 수 있을까? 2014년 촉발된 시외 이동권 투쟁 이후 정부는 시범운영 등을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차량 대수 배차가 하루 2회 밖에 되지 않는다. 시외 이동권 예산도 지난 5년간 꾸준히 삭감되는 추세다.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 이용자 탑승 가능한 버스를 도입하는 '교통약자 장거리 이동지원예산'은 2020년 12억7200만 원이었다. 그러나 2022년 2억 원으로 삭감됐다가, 올해 5억 원으로 소폭 오르더니 내년에 3억5000만 원으로 다시 삭감됐다. 2024년도 장애인은 여전히 시·군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이동을 할 수 없다.
사람이 이동할 수 있는 권리는 내가 원하는 공간을 오갈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사회 연계망과 연결된다. 이동을 보장받지 못하면 관계망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다. 그렇기에 교통은 '공공교통'의 수단으로서 우선 배치돼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은 개인 교통수단으로서 승용차에 접근할 수 없고, 대중교통을 자유로이 탑승할 수조차 없는 것이다.
이동권은 '이동할 수 있는 권리'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5명만 출근길 지하철에 등장해도 소란이 일어나는 한국 사회의 구조와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신체적(시청각, 지체, 뇌병변)·정신적 장애인 마주하는 곳이 공공교통의 안내원 대신 키오스크만 있는 대합실이라면 우리는 그 어떤 질문도 답도 할 수 없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이 경쟁과 효율을 통한 수익을 창출하는 대표적인 원리이고 사례이며, '교통' 분야도 마찬가지다. 시외·고속 버스의 확충을 위해 10년 넘게 요구했지만, 휠체어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는 버스보다 프리미엄 버스가 먼저 적용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이동권은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이며, 이동권을 박탈당한 장애인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공공교통 강화'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성' 투쟁에 지지하고 연대한다. 모든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모두의 공공성을 쟁취하기 위해서 말이다. 더이상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 모두 안녕할 수 있는 공공교통으로 충만한 사회가 하루빨리 이뤄지길 손꼽아 기다린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한명희씨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실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