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에 앞장서 온 시민단체가 양금덕(광주광역시·92) 할머니 대한민국 인권상 및 훈장 수여 문제와 관련, 12일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이 자국민에게 훈장 주는 것조차 일본 눈치를 살펴야 하느냐"고 정부를 비판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박진 장관은 지난 10일 외교부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양금덕 할머니 서훈 절차 재개 여부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국회의원의 질의에 "현재는 강제징용 관련해서 정부해법이 지금 이행되고 있는 그런 측면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12월엔 "(부처 간)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한민국 인권상 최종 후보로 추천한 양금덕 할머니 훈장 수여 안건심의 과정에 개입해 최종 무산시킨 바 있다.
국감장에서 김홍걸 의원이 "장관 답변하신 것을 보면 행정적 절차적 문제가 아니라 외교상 문제라는 것 시인한 것 아니냐"라고 묻자, 박 장관은 "그때는 일본에 대해 어떤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기 전이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재차 "국내에서 활동하는 내국인에게 인권위원회가 상을 주겠다는 데 왜 외교적 문제이고 왜 일본의 눈치를 봐야 하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박 장관은 "물론 당연히 그 상 자체를 보고 판단해야 되겠지만 그러나 어떤 상황이나 시점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저희들의 입장이다"고 답했다.
박 장관 답변과 관련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성명에서 "외교부는 지난해 말 양금덕 할머니 서훈 반대 이유로 단순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며 "그러나 박진 장관의 국정감사 답변을 보면, 일본과의 관계 문제 때문에 서훈 재개 절차를 밟기 어렵다는 것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금덕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 14살 어린 나이에 근로정신대로 동원돼 가슴 아픈 세월을 산 뒤, 1992년 첫 일본 소송을 시작으로 32년째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산증인"이라며 "이런 할머니에게 위로는 못할망정, 대일 굴욕 외교를 위한 제물이자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아울러 "양금덕 할머니 인권상 수여 문제가 왜 외교적 판단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대한민국이 자국민한테 훈장 주는 것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일본 눈치를 살펴 가며 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느냐"고 정부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