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상습적으로 벌여온 불법 공매도 행위를 처음으로 적발했다. 공매도 규모는 560억원대다. 감독당국은 역대 최대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서울 영등포구 본원에서 지난 12일 '글로벌 IB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 적발 및 향후 계획'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공시조사 담당)는 "적발된 글로벌 IB는 홍콩 소재의 2개사로,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공매도(매도스왑) 등 국내 주식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공매도 주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하고, 사후에 차입하는 방식으로 불법 공매도를 지속했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A사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내부 부서간 대차를 통해 주식을 차입하는 과정에서 소유 주식을 중복 계산하는 수법을 썼다. ㄱ부서가 ㄴ부서에게 주식을 대여했지만 이 거래 내역을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고, ㄱ부서가 종전 과다 표시된 잔고를 기초로 매도 주문을 넣는 식이다.
김 부원장보는 "매매거래 익일에 결제수량 부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원인 규명이나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후 차입 등 방식으로 위법 행위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밝혔다.
"증선위 결정 나오면 회사명, 주식 종목 공개"
또 A사의 계열사인 국내 수탁 증권사도 A사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지속적으로 수탁했다. 수탁사가 A사와 공매도 포지션·대차 내역을 매일 공유하고, 잔고 부족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음에도 원인 파악, 사전 예방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금감원 설명이다.
더불어 B사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9개 중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스왑계약을 헤지(위험회피)하기 위해 공매도 주문을 제출하면서, 사전 차입 확정된 주식 수량이 아닌 앞으로 차입 가능한 수량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금감원은 A사와 B사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예고했다. 김 부원장보는 "금감원이 한 회사에 대해 38억원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는데, 역대 최대 규모였다"며 "그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금감원은 A사와 B사, 불법 공매도에 이용된 주식 종목을 공개하진 않았다. 김 부원장보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처벌 수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회사명과 종목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증선위 결정이 나오면 회사명 등을 모두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한 회사와 유사한 영업을 영위하는 주요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글로벌 IB로부터 주문을 수탁받는 국내 증권사에 대해서도 검사를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