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바람이 옷깃을 스친 가을날, 은소홀 작가의 저서 <5번 레인>을 김해에 거주하는 5~6학년 초등학생 62명과 함께 읽고 비경쟁 토론을 했다.
'우정과 꿈으로 성장하는 우리'라는 주제로 지난 11일 진영한빛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나는 모둠 지도교사로 참여했다. 나 또한 이 자리를 통해 좋은 경험을 했고, 아이들에게서 많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비경쟁'이란 단어처럼, 경쟁 아닌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경청하고 존중하는 시간이었다. 늘 경쟁에 치우친 아이들 입장에선 옳고 그름 없이 몸과 마음으로 배우는 시간이었던 듯하다. 책이 전달하는 힘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비경쟁 독서토론은 정직한 독자과정, 질문하는 독자과정, 토론하는 독자과정 등 3단계로 이뤄져 있는데, 이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고 공유함으로써 다름을 인정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함께 하는 마음이 깃들 수 있다.
12개 모둠별로 4~5명이 앉았다. 다니는 초등학교도, 성별도, 학년도 다르다 보니 처음엔 수줍고 서먹서먹했다. 긴장을 풀고 마음을 여는 시간이 필요했다. 서로의 학교와 학년을 소개했고 테마틱 초성놀이도 했다. 테마틱에서 아이들의 마음이 하나둘씩 열렸다. 몇몇 아이들은 부끄러움을 탔다. 하지만 토론을 하면 할수록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 뿌듯했다. 너나 할 것 없이 토론의 세계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이 토론회의 가장 큰 매력이다.
아이들은 각각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황금문장을 찾았고, 책에서 궁금했던 내용을 질문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 때 성숙한 답변과 수준 높은 이야기가 나와 나 또한 많이 배웠다. 우리 모둠의 최고의 질문을 선정했을 때도 모둠 전원의 마음이 통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버들이는 다이빙이 끝나고 얼굴에서 반짝임이 있었고 초희는 수영복에서 반짝임이 있었는데 이 책 속에서의 반짝임은 무슨 의미일까?"
"초희가 생각하는 자신의 부적은 반짝이는 수영복인데 작가님 또는 친구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부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는 오래된 '샤프'를 쓰면 시험을 잘 봤던 기억을 얘기했고 B는 '안경'을, C는 '팔찌'를, D은 '파란 옷'을, F는 '추억'이라 했다. 나만의 부적은 나만이 지닌 위안과 행운 같은 상징이라 소중할 것 같다.
이번 토론회의 백미는 다른 모둠으로 이동하여 최고의 질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원하는 주제의 모둠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었다다. 새로운 모둠에서의 만남은 짧지만 특별했다. 토론회 마지막은 모둠별 한 명씩 나가 소감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났고 생경한 경험을 했다는 것에 대한 만족도 또한 높았다.
토론회 후 더 깊은 독서활동을 위해 <5번 레인> 저자 은소홀 작가에게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모든 독서활동들이 끝나면 아이들에게 한 책을 오롯하게 담아낼 수 있다. 아이들에게 독서 경험의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토론회가 도움이 되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