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9일 전국적으로 관찰된 유성이 진주에 4개가 떨어졌습니다. 떨어진 운석을 찾아 전국에서 찾아오는 이들로 난리가 났었습니다. 또다시 가을이면, 시월이면 진주는 오색찬란한 별빛이 쏟아집니다. 별이 쏟아져 남강 강가에 송골송골 이슬처럼 맺혀 빛납니다. 진주유등축제가 그렇습니다.
진주성 근처에 차를 세웠습니다. 사람들이 물고기처럼 오가는 축제장을 찾은 날은 평일인 10월 10일과 12일입니다. 진주성에 발을 들이기도 전부터 진주성은 등불로 이미 불타올랐습니다. 하늘의 별들이 쏟아지는 기분입니다. 진주성에 발을 들여놓자, 신세계가 우리에게 펼쳐집니다.
각종 등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이끕니다. 어디로 걷던 아름다운 풍광에 우리는 이미 여우에게 홀린 듯 넋을 놓습니다. 일상 속 긴장이 풀어집니다. 앵두를 닮은 앵두 터널을 걷습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연인들이 두 손을 마주 잡고 체온을 느끼는 풍경이 정겹습니다.
남강으로 난 성곽을 따라 걷습니다. 남강에 별빛인 양 빛나는 유등 사이로 흥겨움이 배어 나옵니다. 모두가 하나라도 된 듯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며 이 순간을 기억합니다. 신선한 바람이 살결을 스치며 등불을 구경하는 우리의 땀을 연달아 훔쳐 갑니다.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술을 마신 듯 풍경에 취합니다.
진주박물관 쪽으로 향하자, 쉼터들이 등 조형물 사이사이로 우리를 유혹합니다. 생선 장수 등 조형물에서 괜스레 고등어구이가 떠올라 행복한 침이 입가에 고이고 했습니다.
청사초롱들이 하늘에서 쏟아지듯 놓여 우리의 걸음을 더욱더 가볍게 합니다. 성벽을 따라 걷습니다. 남강 강가로 향하자 더욱더 유등은 손에 잡힐 듯 다가옵니다. 어다리를 건너고 분수광장을 지나 물빛나루다리로 향하자, 등불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앗아 갑니다. 어둠 저편의 유등을 따라 발걸음은 더욱더 가볍고 상쾌해집니다. 언제 걸어도 좋을 남강 산책로는 유등이 호위무사처럼 에워싼 풍광에서 더욱 운치를 더합니다.
남강 산책로를 따라 천수교를 지납니다. 진주 역사 천년을 기념하는 다리에서는 진주성은 더욱더 황홀 지경으로 절로 입이 벌어지게 합니다.
'~ 누이의 마음아 나를보아라 /오.매 단풍들것네'
김영랑 시인이라도 된 양 "오매 단풍 들것네"라는 시구가 절로 나옵니다. 이미 이곳은 유등으로 단풍철입니다. 수만 개의 소망등 사이로 거닐자, 뭇사람들의 바람이 함께합니다. 소망이 넘실넘실, 희망이 넘실넘실.
진주성 맞은편은 빛을 쫓는 부나방처럼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북적합니다. 수상 무대로 향합니다. 진주성을 배경으로 역사극이 노래와 율동으로 펼쳐집니다.
배다리를 건넙니다. 진주성이 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기분입니다. 배다리는 연신 사진 찍는 이들로 걸음을 쉽사리 옮기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어떻습니까. 덕분에 우리도 천천히 주위를 시나브로 걸으며 풍광과 하나가 됩니다.
배다리를 건너 진주교 쪽으로 향합니다. 천수교 못지않게 진주교 주위도 환한 등불에 우리의 걸음걸음을 반깁니다. 용다리를 건넙니다. 사랑의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남강에 띄운 멋진 문구들이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줍니다.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줍니다.
배 건너에서 다시금 진주교를 걷습니다. 진주성과 유등은 한 폭의 그림입니다. 가을로 걸어가 유등에 물든 풍경입니다. 진주성 내 진주박물관 앞에서 열린 비단 패션쇼를 봅니다. 비단의 명산지 진주다운 비단으로 만들어진 각종 옷이 우리 동공을 확장 시킵니다.
스치는 등불 사이로 마음을 빼앗겨 울긋불긋 물듭니다. 아마도 집으로 돌아와도 유등빛으로 물든 우리의 몸과 마음은 여러 날 유등의 추억을 붙잡고 있을 듯합니다.
무엇이 그리 바빠 가을 문턱 넘어 가을 색을 덧칠하는 진주 유등축제도 구경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이 가을 문득 떠나고 싶다면 여기가 좋습니다. 이미 여기는 가을로 걸어가 추억을 차곡차곡 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