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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19세기 초, 전기와 전등이 발명된 이후로 인류는 어둠에서 벗어났다. 주야의 지배를 벗어난 인류는 과거와 다르게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증기기관의 발명과 산업화가 이어지면서 당시 자본가들은 더 높은 생산성을 위해 공장을 24시간 가동하기 시작했다. 노동자의 입장에선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잠을 자는 게 당연하였던 종래의 전통적인 근무 형태와 다른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근무형태는 수 만년동안 해가 뜨면 잠에서 깨고, 해가 지면 잠을 청했던,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의 지배를 받아왔던 인체에 생리적으로 맞지 않았기에, 이로 인한 다양한 건강 영향이 보고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야간작업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약 15~20%의 근로자가 야간작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야간작업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의 비율은 약 11~14%로 추정되며 이는 타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여타의 국가들과 다르게 야간근로시간이 주간고정 근무자보다 상당히 길기에 비율 자체는 낮지만, 건강에 더욱 해롭다고 할 수 있다. 향남공감의원에서 특수건강진단을 담당하고 있으며 야간작업 노동자를 상당히 많이 만나고 있기에, 이 지면을 통해 야간작업의 건강영향과 보건관리 지침을 소개하고자 한다.

야간작업의 정의는 국가 및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국내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의 근로'를 통칭하고 있다. 이러한 야간작업은 인간의 생체 시계(circadian rhythms)을 교란할 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며 생활습관도 건강에 해로운 쪽으로 변하기 쉽고 여러 사회심리적 요인에 영향을 주므로 다양한 건강 장해를 유발할 수 있다.

야간작업, 2급 발암물질 만들어 

여러 역학 연구에 따르면 야간작업은 뇌졸중, 심근경색과 같은 심뇌혈관계질환 및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고 기능성위장장애, 소화기 궤양의 위험 또한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수면장애, 우울증 및 불안장애 등의 위험이 증가해 정신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며, 흡연, 폭음 등의 건강위해 행동의 위험도 상승한다. 근무 중 졸음, 집중력 저하, 이로 인한 사고의 위험도가 증가한다. 발암성 또한 보고된 바 있는데 국제암연구소(IARC)는 2007년에 이미 야간작업을 발암에 제한적 근거가 있는 2A군 발암물질 (발암 가능성이 높음)으로 분류한 바 있으며 특히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및 직장암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야간작업으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고 적절한 보건관리를 위해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에는 6개월간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의 시간을 포함하여 계속되는 8시간 작업을 월 평균 4회 이상 수행하는 경우 또는 6개월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사이의 시간 중 작업을 월 평균 60시간 수행하는 경우 야간작업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을 받도록 명시되어 있다. 검사 항목은 주로 뇌심혈관계질환의 전구질환으로 작용할 수 있는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검사와 수면장애, 기능성소화불량, 유방증상에 대한 문진으로 구성돼 있다.

야간작업은 되도록 줄이거나 안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직종의 특수성(병원, 치안, 소방 등) 혹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불가피하다면, 근로자의 건강 장해를 최대한 줄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특히 사업장에서 공학적 및 관리적 대책이 중요하다. 이에 일반적인 보건관리 지침은 아래와 같다.

야간작업을 해야 한다면, 건강 장해에 대한 교육 꼭 실시해야 

먼저, 야간작업은 연속하여 3일을 넘기지 않아야 하며 고정적인 야간작업은 자제하는 게 좋다. 일주일 단위의 교대근무(일주일 주간근무, 일주일 야간근무)는 피하는 게 권고된다. 야간반 근무를 모두 마친 후에 아침반 근무로 들어가기 전 최소 24시간 이상의 휴식을 주는 것이 좋으며, 교대방향은 정방향 순환(예시. 3교대일 경우 아침반 → 저녁반 → 야간반 순)이 되는 것이 좋다.

교대근무일정을 계획할 때는 가급적 노동자 개인이 원하는 바를 고려해야 하며, 교대근무 일정은 노동자에게 미리 통보되어 예측 가능해야 한다. 또 노동자 개인의 사회생활을 고려하여 최소 1달에 1~2회 이상 주말(토, 일)을 온전하게 쉴 수 있도록 근무 시간표를 작성해야 한다. 야간근무에 투입되는 노동자들에게 교대근무의 장단점 및 야간작업의 건강 장해에 대해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육에 근로자의 가족 혹은 동거인도 참여하면 교대 근무자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고 낮시간 수면 시 주의점 등에 대해 알 수 있으므로 도움이 된다.

작업장은 평소보다 조도를 밝게 하고, 작업장 온도를 최고 27도가 넘지 않는 범위에서 주간작업 때보다 약 1도 정도 높여야 한다. 야간작업 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나 단조롭고 지루한 작업엔 되도록 투입하지 말아야 한다. 사고위험이 큰 작업에서는 잠깐의 졸음이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기에, 근무 중 사이잠을 자는 것이 야간근무 시 졸음을 방지하는 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수면실을 설치하되 소음 또는 진동이 심한 장소는 피해야 하고 남녀용으로 구분하여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 이때 사이잠은 가능하다면 90분에서 120분 정도 주어지는 것이 좋지만, 사업장 사정상 긴 시간이 제공되기 어려운 경우엔 깊은 수면(3단계 수면)에 빠질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30분 이내로 제공돼야 한다. 다만, 위의 내용은 일반적인 지침이며 사업장마다 개별 상황에 맞춰 적용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 중에 간질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관상동맥질환(협심증, 심근경색증 등)을 앓은 적이 있거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및 당뇨 환자이거나, 반복적으로 위궤양이 발생한다거나, 만성 우울증이 있는 경우 등에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에게 업무적합성평가(특정 질환이 있는 노동자가 해당 업무를 수행해도 괜찮을지에 대한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수면장애를 피하기 위해 해야할 일 

개인의 입장에서 중요한 중재방안은 다음과 같다. 노동자가 야간작업 시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수면장애가 아닐까 싶다. 사실 야간작업을 하면서 숙면을 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에 가깝지만, 그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칙은 다음과 같다. 먼저, 수면위생에 대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침실은 어둡고 조용해야 하며 온도는 18도 정도로 시원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여기서 암막커튼, 귀마개, 수면안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침대는 최대한 잠만 잘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며 침대에서 핸드폰을 보거나, 책을 읽는 행위도 지양해야 한다. 야간근무 후 오전에 퇴근할 때 선글라스와 같은 차광안경을 끼고 퇴근하는 것도 햇빛의 노출을 줄여주어 수면에 도움이 된다. 가족 및 동거인에게 주의를 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야간작업 노동자가 잠을 잘 때는 세탁, 청소 등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 활동은 자제해야 한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야간작업 시기엔 한 번에 길게 자는 것보단 두 번에 걸쳐 잠을 자는 것이 더 도움 될 수 있다. 야간작업을 마친 후 최대한 빨리 귀가하여 잠을 자고, 두 번째 수면은 출근하기 전 2~3시간 정도 자는 것이다. 이렇게 야간작업 직전에 자는 수면을 예방수면(prophylactic nap)이라고 하며, 야간작업 중 혈압상승을 예방하고 사고위험을 줄이는 등의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주간근무로 다시 일정이 바뀔 때는 돌아오는 밤에 잠을 자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야간작업 종료 후 졸음을 쫓기 위해 2시간 정도 짧게 잔 후 낮에는 최대한 깨어 있고, 밤이 되었을 때 평소 잠이 들던 시간대에 잠드는 것이 좋다.

잠들기 전 3시간 이내에 운동을 하거나, 따뜻한 목욕을 하는 것은 입면에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흡연 또한 피해야 한다. 방광이 절반 이상 차 있을 경우 수면에 방해가 되므로, 취침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300ml 이상의 액체 섭취 또한 피하는 게 좋다. 음주는 입면은 도울 수 있으나 수면 유지에는 부정적인 역할을 하므로 피하는 게 좋다. 이완 요법과 명상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수면에 도움이 된다.

식사 또한 주의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위장관 또한 생체시계(circadian rhythm)을 따르기에 야간에 식사하는 것은 위장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에 과식을 하거나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칼로리는 낮으면서 소화 잘되는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특히 야간근무 후 잠들기 전에 과식, 커피 및 음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그 외 기본적인 건강관리에 더욱 힘써야 한다. 야간작업은 뇌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을 높이고 고혈압, 당뇨병 등의 위험이 종사 기간에 비례하여 상승하기 때문에, 그 외 만성질환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인자(흡연, 과음, 비만 등)는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흡연하는 경우, 금연이 매우 중요하며, 비만인 경우엔 체중감량, 그리고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있어 상당히 중요하다. 유산소 운동은 중강도 운동(최대심박수의 55~70%)을 1주에 150분 이상 수행하는 것이 좋다. 
 
 송지훈 향남공감의원 원장(직업환경의학전문의)
 송지훈 향남공감의원 원장(직업환경의학전문의)
ⓒ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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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송지훈 향남공감의원 원장(직업환경의학전문의)입니다.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화성#수면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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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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