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례적인 장면이 나왔다. 피감기관장이 감사를 하는 야당 국회의원을 윽박지른 것이다. 그 주인공은 송경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이었다.
이날 서울고등검찰청에서는 서울·수원고등검찰청과 그 산하 검찰청을 상대로 한 국회 법사위의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야당 의원들은 지난달 27일 법원이 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것을 두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송경호 검사장을 상대로 오전 질의에 나섰다. 그는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를 위해) 수원지검에서 대북송금 사건을 가져왔다가 기각되니까 수원지검으로 (대북송금 사건을) 내려보냈다"면서 "역대급 꼼수 아닌가. 자신 없으니까 이것저것 갖다 붙여서 그럴듯하게 포장해 부풀려서 (구속영장 청구를) 시도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송경호 검사장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 사유를 하나씩 언급하면서 "한 건 한 건 모두 중대사안이고 구속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의원님 말씀대로 건건이 별도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어야 했나"라고 항변했다.
송경호 검사장 "국민을 대신해서 하는 질문인가"
김영배 의원은 오후 질의에서도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 이번에는 송경호 검사장이 욱했다.
김 의원은 "(검찰은) '집단 뇌피셜'처럼 계속 되뇐다"라면서 "(송경호 검사장이) '이재명 대표는 범죄자이고 한 건 한 건 다 구속 사안'이라고 했는데, 일종의 분풀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들 실력이 없어서 구속을 못 시켜놓고, 지금 와서 재판부에 뭔가 문제 있는 거처럼 투덜대고 있다. '투덜이 스머프'도 아니고 안타깝기 그지없다"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또한 2019년 서울중앙지검 1502호 검사실에서 조사받던 피의자가 수사 기밀을 촬영한 사건과 관련해 해당 검사 감찰이 늦어지고 있는 점을 비판하면서 "서울중앙지검이 봐주기로 유명한 데인가"라고 일갈했다.
질의가 끝나자 송경호 검사장이 발언권을 신청했다. 그는 "법사위 국감장에서 '집단 뇌피셜'이나 '투덜이 스머프'냐, 중앙지검이 '봐주기 전문가'냐 이런 얘기하는 것은 심히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소리를 높였다. "지금 과연 위원님의 질문이 밑도 끝도 없이 근거도 없이, 수사에서 충분한 혐의가 인정돼서 기소해서 재판을 진행하고 그것을 준비하는 책임자에게 '집단 뇌피셜'이라고 한 말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라고 항변했다.
그러자 김영배 의원은 "국회의원 발언에 대해서 국민의 대표가 국민을 대신해서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 '이러면 안 된다', '이런 것은 틀렸다'라고 하는 것은 피감기관의 기본적인 태도가 아니다"면서 "국회의원이 발언에 대해서 검찰로부터 지도를 받아야 하는 것이냐"라고 맞받았다.
송경호 검사장은 다시 한번 발끈하며 김 의원을 윽박질렀다.
"'집단 뇌피셜'이라고 하면 답을 어떻게 답하나. '투덜이 스머프'라고 하면 답을 어떻게 하나. 이게 국민을 대신해서 하는 질문인가."
두 사람은 설전을 벌였고, 결국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이 말리는 지경이 됐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송 검사장 편을 들었다. 장 의원은 "국정감사 과정에서 피감기관이 의견을 밝히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다"면서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추궁하거나, 그에 대해 조롱 섞인 발언을 하는 것 또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후 박용진 의원이 "민주당 시선에서 정파적으로 (검찰 수사의) 미진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국정감사의 한 과정이다", "의도를 파악하지 말고 내용을 생각해달라"면서 달랬다. 그제서야 송경호 검사장도 "개인적으로 민주당 법사위원 다수분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후 야당 의원들이 노동사건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고, 송경호 검사장은 화답했다. 박용진 의원은 "SPC가 헌법상 권리인 노조 설립을 방해하고 갑질하고 불이익을 줬다. (이 회사에서) 중대재해 산재 사건도 계속 이뤄져서 국민적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안전할 권리를 계속 방치한다면 법이 정하고 우리 사회의 상식이 정하는 선에서 그걸 통해 돈을 못 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제3부는 지난 12일 SPC그룹 본사, 자회사인 PB파트너즈 본사 등의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송경호 검사장은 "100% 공감하고 사안을 심각히 보고 있다"면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철저하고 광범위하게 조사 중이다. 나중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조사했냐고 할 정도로 조사하고 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