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날 행사가 열릴 신안 자은도의 양산해변. 섬 풍광이 아름답다. ⓒ 이돈삼
10월 셋째 주 토요일은 '문화의 날'이다. 올해는 10월 21일이다. 문화의 날은,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자는 취지로 1972년에 처음 제정됐다. 또 10월은 '문화의 달'로 지정됐다. 올해 문화의 날 행사가 전라남도 신안에서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마다 공모를 통해 문화의 날 행사 장소를 선정해 왔다. 올 행사도 지난해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했다. 전국 13개 지자체가 행사 유치를 신청하고, 경합을 벌였다. 올 행사 개최지가 신안군으로 선정됐다. 문화의 날 행사가 섬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 문화의 날 행사는 10월 20일부터 사흘 동안 신안 자은도 뮤지엄파크 일원에서 열린다. 1만여 점의 고둥류를 만날 수 있는 조개고둥박물관과 섬 수석정원, 분재유리공원이 한데 어우러진 곳이다. 행사는 문체부와 신안군이 공동 주최한다. 행사 총감독은 작곡가 겸 풍류 피아니스트 임동창이 맡았다.
피아노와 극공연, 판소리까지... 입맛대로 고르는 즐길거리
▲해변의 피아노. 신안 자은도에서 열릴 올 문화의 날 행사의 핵심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 신안군
가장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이 '천사 피아노 콘서트'다. 신안을 '1004섬'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차용한 100+4(104대) 피아노 오케스트라 콘서트다. 바이엘부터 클래식, 영화음악, 대중가요 등을 재해석해 수준급의 피아니스트와 협연한다.
피아노 연주에는 임동창 총감독 외에 김문정 숭실사이버대교수, 김희진 상명대교수, 이기정 세종대교수, 전혜수 숙명여대교수 등이 나선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생과 졸업생 등 모두 104명이 참여한다.
피아노 콘서트 외에 다른 공연도 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오래, 먼 거리를 표류한 인물이 신안 우이도 출신의 홍어장수 문순득이다. 문순득의 경험담을 엮은 '표해시말(漂海始末)'을 극화한 '홍어장수 문순득 표류기' 공연도 펼쳐진다.
섬지역의 산과 들, 바다에서 청춘남녀들이 벌였던 흥겨운 노래판인 '신안 산다이'도 선보인다. 100+4피아노의 '신안아리랑' 공연, 압해동초등학교 어린이합창단과 비금중학교의 뜀뛰기 강강술래 공연, 무형문화재 줄타기 예능보유자 김대균과 제자들의 줄타기도 준비된다.
▲문화의 날 행사가 열릴 신안 자은도의 양산해변. 모래가 곱고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 이돈삼
▲살아 숨쉬는 백사장. 신안 자은도의 양산해변 풍경이다. ⓒ 이돈삼
판소리와 피아노가 어우러지는 공연도 볼거리다. 국가무형문화재 '심청가' 보유자 신영희, '수궁가' 보유자 김수연, 판소리 이수자 왕기철 등 명창 8명의 판소리가 피아노와 만난다.
역동적인 흥이 휘몰아치는 '칠채휘모리'도 흥미진진하다. 임동창의 피아노와 김영길의 아쟁, 최진의 가야금, 이용구의 대금, 김동원과 김주홍의 타악이 한데 버무려진다. 100명이 넘는 피아니스트와 70여 명의 국악인이 모여 관람객과 함께한다.
눈도 입도 황홀하게, 섬으로 가을여행 어떠세요
먹고 즐길거리도 별나다. 인공지능 피아노와 고미술 피아노 전시를 한자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다. 신안의 식재료를 이용한 제철 로컬푸드도 선보인다. 불낙덮밥, 낙지호롱구이, 게살새우파스타, 어묵 등을 맛볼 수 있다. 김밥 쿠킹쇼, 김밥 피크닉존도 맛과 흥을 함께 선사한다.
국내외 섬 전문가들이 모여 세계의 섬문화 다양성을 소개하는 포럼도 열린다. 둔장마을미술관에선 '신안, 섬의 삶, 삶의 섬'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노순택의 사진전이 열린다.
▲자은도 백길해변의 가을 한낮 풍경. 햇살에 반사된 바닷물이 반짝인다. ⓒ 이돈삼
문화의 날 행사가 열리는 자은도는 천사대교를 건너서 만나는 섬이다. 신안 압해도에서 암태도를 연결하는 천사대교를 건너 만나는 기동삼거리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자은도로 연결된다. 자은도는 천사대교로 연결된 섬 가운데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섬이다.
자은도는 우리나라에 있는 3400여 개 섬 가운데 열네 번째로 큰 섬이다. 다도해에 있는 섬인데도, 어업보다 농업으로 먹고 산다. 자은도의 간척은 일제강점기에 시작돼 한국전쟁 전후까지 계속됐다. 간척으로 넓은 땅을 확보한 덕분에 목숨 걸고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아도 됐다. 간척지도 비옥해 농사도 잘 됐다.
▲자은도 분계해변의 여인송. 소나무의 생김새가 거꾸로 선 여인을 닮았다고 이름 붙여졌다. ⓒ 이돈삼
▲자은도 둔장해변의 무한의 다리. 바다 한가운데로 걸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 이돈삼
자은도의 자연환경도 옛날과 같이 잘 보존됐다. 고운 모래의 백사장이 아홉 군데나 있다. 해변 풍광도 하나같이 아름답다. 프러포즈 전망대가 있는 백길해변과 여인송이 있는 분계해변 그리고 둔장, 사월포, 신돌해변이 꼽힌다. 여인송은 거꾸로 서 있는 아낙네의 형상을 하고 있다. 연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준다는 전설도 간직한 소나무다.
자은도 본섬과 외딴섬을 이어주는 나무다리도 멋스럽다. 둔장해변에 있는 무한의 다리다. 둔장해변에서 구리도와 고도, 할미도를 잇는 1004m의 다리다. 다리도 예쁘고, 바다 한가운데로 걸어가는 느낌도 색다른 이국적인 다리다.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요즘이다. 풍광 아름다운 섬이 문화와 버무려지는 섬, 피아노와 판소리가 어우러질 낭만의 섬, 자동차를 타고도 들어갈 수 있는 섬. 이 가을 다 가기 전에 신안 자은도로의 가을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자은도 백길해변의 해넘이. 자은도 해변 어디에서라도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 이돈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