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북클럽네트워크는 지역에서 함께읽기를 실천하고 있는 다양한 책모임들의 자발적 만남이다. 지난 10월부터 군산대학교 국립대학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게 된 정담북클럽에서는 매주 목요일마다 참여 독서회들이 각자의 책읽기 방식을 선보인다.
11월에는 각 독서회들이 직접 모신 책의 저자나 관련 전문가를 초대손님으로 모신다. '오픈북클럽'이라는 이름처럼 평소 '우리끼리' 나누던 자리를 공개적으로 펼친 것이다. 부담스럽고 어려운 자리다. 각기 편한 방식대로 떠들고 이야기 나누려고 만난 책모임인데, 낯선 누군가가 와서 구경하고 평가할까 봐 걱정이 앞선다.
염려와 두려움이 있지만, '책읽기'와 '함께읽기'의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북클럽을 보여주고 싶다. 그동안 마음이 있어도 여러 이유로 실천하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기회와 자극을 주고도 싶다. 용기 내어 오픈했다.
10월 두 번째 목요일, [타오?!]는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더글러스 러미스, 2002, 녹색평론사)로 정담북클럽을 진행했다. 이 책은 지난해 군산북클럽네트워크가 선정한 2023년의 '한 책'(OneBook)이기도 하다.
각 독서회는 2023년의 '한 책'을 나름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읽은 뒤, 일 년에 한 번 있을 전체 모임에서 간단한 소회를 나누기로 했다.
[타오?!]는 오픈북클럽을 위해 본문을 정리한 회원들의 발제로 모임을 시작했다. 덕분에 책을 읽었던 사람들도 차분하게 내용을 복기할 수 있었고 준비없이 참석한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토론에 참여할 수 있었다.
전체 토론 시간은 짦아질 수 밖에 없었지만, 다음 달에 [타오?!]가 진행하는 오픈북클럽에서 전문가와 함께 이 책을 다시 다룬다고 하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타오?!]는 평소 식사로 모임을 시작하고 와인을 곁들이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여유롭게 나눈다. 책은 회원들이 순서대로 추천한다. 분량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월 1권, 월 1회 모임을 갖는다.
[타오?!] 회원에 따르면, 자신이 고등학교 대학교 다닐 때는 북클럽이 불온한 모임 취급을 받던 시절이라 고전소설 함께 읽는 모임을 비밀리에 했었다고 한다. 지금은 은퇴 후에 파트 타임으로 일하며 친목도 다지고 함께 읽으니 좋다 한다. <경제 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라는 제목과 내용이 매우 동의되어 대한민국의 모두가 함께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담북클럽의 세 번째 목요일은 저녁이 아닌 오전 10시에 진행되었다. [산들]은 지난해 6월, 군산시 옥구읍에 위치한 산들도서관에서 운영한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 만든 책모임이다. 당시 갓 학부모가 된 주부들이 다수를 이뤘기 때문에 오전이라는 모임 시간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문학 관련 문화행사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열리고 있다. '직장인이 퇴근 후' 참석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지역에는 다양한 삶이 있으며 평일 오전의 만남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과 함께 하기를 바라면서 [산들]이 진행하는 10월과 11월의 정담북클럽은 오전 10시에 시작한다.
같은 이유로 10월 첫 주, 정담북클럽의 시작을 열었던 [무지개독서회]도 오전 10시에 진행했었다(총 16주의 정담북클럽은 위의 3번은 오전 10시, 나머지는 저녁 7시에 진행한다).
[산들]과 함께 나눈 책은 <맡겨진 소녀>(클레어 키건, 2023, 다산책방)이다.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로 오른 작가지만, 국내 초역일만큼 우리에게 낯선 아일랜드 작가의 작품이다. 이 책은 <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출간된 최고의 소설 50권' 중의 하나이고, 2023년 95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최종후보로 오른 <말 없는 소녀>의 원작이기도 하다.
백 몇 쪽에 불과한 얇은 장편 소설이지만, 긴 여운으로 남는 작품이다. 주인공의 조용함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해야 하는 말은 하지만 그 이상은 안 하죠. 이런 애들이 많으면 좋을 텐데요."(67쪽) 이 작품이 그러하다. 해야 하는 말만 담았다. 너무 많은 말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가정이란 무엇인지 어떠해야 하는지, 말로 나누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작품이다.
이 글을 읽으며 두 권의 책이 궁금해진 여러분도 이미 정담북클럽을 함께 하고 있다. 열렬히 환영하는 바, 다음 연재도 기다려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