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이후 예견된 문제가 또 터졌다. 지난 8, 9월 대구, 경북 수돗물 조사 결과 발암물질인 총트리할로메탄(THMs) 기준이 초과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맹승규 교수 연구팀은 26일(목) 서초구 양재엘타워에서 열린 한국물환경학회·대한상하수도학회 2023 공동포럼에서 관련 내용을 밝혔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낙동강을 원수로 사용하는 대구시 A정수장의 경우, 정수장에서 공급하는 관말(가정집 등 사용자 수도꼭지) 8개 지점 중 4개 지점에서 총트리할로메탄 기준치(0.1 ppm)를 초과(0.105~0.129 ppm)했다. 고령군의 경우 같은 C정수장 공급 8개 지점 모두 기준치를 초과(0.106~0.17 ppm)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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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의 <2017 먹는물 수질기준 해설서>에 따르면, 총트리할로메탄은 "발암성을 고려해 정해진 최초의 수질항목"이다. 총트리할로메탄에 속하는 브로모디클로로메탄과 디브로모클로로메탄은 가열 시 유독성 가스를 생성한다. 2014~2016년 전국 정수장 총트리할로메탄 평균 농도는 0.019 ppm였다.
우리나라는 총트리할로메탄 기준을 0.1 ppm으로 삼고 있지만, 미국은 0.08, 독일은 0.05, 네덜란드는 0.025 ppm 등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여러 전문가는 녹조 같은 유기물이 많을 경우 수돗물 소독부산물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총트리할로메탄과 같은 소독부산물은 염소 반응 지속 시간과 비례한다.
그에 따라 정수장에선 기준치 이내라도 가정집 수도꼭지에선 기준치를 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됐다. 이번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연구팀 조사는 수도꼭지 분석 결과다. 낙동강 권역 주민들은 2, 3중 수돗물 불안 속에 살고 있다. 4대강사업 이후 대규모 녹조 창궐에 따라 수돗물 불안은 더 가중됐다는 것이 지역 시민단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해엔 대구, 경남, 부산권 가정집 수도꼭지에서 대표적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미국 캘리포니아 임시 가이드 라인(0.03 ppb)을 초과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4대강사업으로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등이 개선되는 등 수질이 좋아졌다고 주장한다.
올해 유난히 잦은 강우에 따라 가시적 녹조 현상이 줄어든 걸 두고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물을 고이게 하는 보는 녹조 발생 주요 요인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녹조 독소, 총트리할로메탄과 같은 소독부산물 등 수돗물 수질 문제는 왜 계속 터지는 것일까? 안전한 수돗물 공급에 대한 의지가 있긴 한 것일까? 이번 총트리할로메탄 기준 초과는 녹조를 잡겠다고 소독제를 과도하게 사용해서 발생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기후위기 가속화에 따라 녹조 발생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수돗물 안전의 상징으로 고도 정수 시스템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는 고도 정수 시스템이 만능이 아닐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대규모 녹조 창궐 등 극단적 수질오염은 기술 관리주의, 즉 통제 가능 위험 인식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굳이 '자연에 맡긴다'는 베리 커머너의 생태 이론이 아니어도 고인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 다시 말해 우리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 중 하나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번 총트리할로메탄 기준 초과 문제를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 된다. 녹조라떼를 만든 것도, 이 문제를 10년 넘게 방치한 것도 국가 등 행정기관이다. 의지와 실력도 없어 보이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신뢰도가 극히 떨어진다.
민간단체가 참여한 공동대책 기구가 필요하다. 녹조 독소 문제도 같이 풀어야 한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어리섞음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