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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6시 대구촛불행동이 주관하는 '10.29 이태원참사 1주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43차 윤석열 탄핵 대구촛불대행진'이 "탄핵이 진상규명의 시작이다"라는 주제 아래 열렸다. 원래는 한일극장 앞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청년축제가 개최돼 장소가 스타벅스 대구2.28중앙공원점 앞(대구시 중구 동성로2길 80)로 옮겨 진행됐다. 이날 집회에는 50여 명 시민이 참가하였다.

희생자 추모, 진상규명 노력 다짐한 참가자들
 
노래 공연을 하고 있는 민중가수 박성운씨.
 노래 공연을 하고 있는 민중가수 박성운씨.
ⓒ 조수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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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는 민중가수 박성운씨의 음악 공연으로 시작됐다. 박성운씨는 두 곡의 노래를 불렀는데, 그중 두번째 노래 '달리다굼'은 가수의 무게 있는 목소리, 은은하게 시작하면서도 점점 고조되는 곡조, 울림을 주는 가사 등으로 참석자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 공연 동안 화면에서는 이태원참사 관련 사진들이 지나가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1년 전 참사로 희생된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잠시 묵상했다. 또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구호를 피켓과 촛불을 들며 외쳤다. 이어 발표된 추모시는 촛불집회에 매주 참석하시는 시민 박대서씨가 10.28 이태원참사 1주기를 맞아 직접 작성하였다. 박대서씨는 자필로 적은 원고를 직접 들고서 시를 낭독했다.

"활짝 피기도 전 / 떨어져 흩날리는 이태원 골목길/ 159위의 아픈 꽃잎들이여. 흩날리는 꽃잎들이여. / 속절없이 사계절이 변하고서야 / 눈물로 통곡하며 안아본다.

꽃피는 봄이면 들꽃으로 / 뜨거운 여름에는 한 줄기 소나기로 / 스산한 가을엔 뒹구는 낙엽으로 / 차가운 한겨울엔 함박눈으로 돌아와다오. / 다시는 꼭 잡은 손 놓지 말고 / 우리 함께 길을 떠나자." (시민 박대서씨가 쓴 추모시 중)
 

이날 참석해 마이크를 잡은 박신호 대구 4.16연대 상임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에게 했던 발언과 행동들을 언급하며 "정말 무도한 정부"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기억은 어둠을 이기고, 연대는 상처를 이긴다"라고 말하며 참사를 기억하고 유가족들과 연대할 것을 호소하였다.

그는 또 참사 이후 1년 동안의 상황이 잘 담겨 있다며 이문재 시인의 추모시 <이제야 꽃을 든다> 전문을 낭송하였다. 이 시는 작년에 발표된 시다. 

"이제야 꽃 놓을 자리를 찾았으니
우리의 분노는 쉽게 시들지 않아야 한다
이제야 향 하나 피워올릴 시간을 마련했으니
우리의 각오는 쉽게 불타 없어지지 않아야 한다
초혼이 천지사방으로 울려퍼져야 한다

삶이 달라져야 죽음도 달라지거늘
우리가 더불어 함께 지금 여기와 다른 우리로
거듭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애도다
애도를 기도로, 분노를 창조적 실천으로
들어 올리는 것, 이것이 진정한 애도다

부디 잘 가시라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꽃을 든다
(...) 
더 나은 오늘을 만들어 후대에 물려줄
권리와 의무가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해 꽃을 든다."
(이문재 시인의 '이제야 꽃을 든다' 중에서)


이날 박 대표는 앞으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할 노력들도 언급했다. 대구에 있는 유가족 분들이 리본공방에 참여할 예정이고, 이에 향후 서명운동에서 10.29 이태원참사 추모를 상징하는 보라색 리본을 제작해 나눠준다고 한다. 또한 이전에 대구시에서 발생한 참사를 기리는 활동도 펼칠 예정이라며 시민들의 관심을 부탁하기도 했다.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최고의 추모는 탄핵" 주장도
 
10.29 이태원참사에 대한 기억과 연대를 호소하고 있는 박신호 대구 4.16연대 상임대표.
 10.29 이태원참사에 대한 기억과 연대를 호소하고 있는 박신호 대구 4.16연대 상임대표.
ⓒ 조수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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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발언한 엄새용 대구경북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경대진연) 회원은 20대의 입장에서 참사 1주기를 맞는 소감을 말했다. 엄 회원은 10.29 이태원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음에도 정부의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정부가 1년이 지났어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지키는 것이 국가와 정치의 역할"이라며 바로잡지 않으면 계속 이런 참사가 반복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나아가 윤석열 정권의 해결 의지가 없으니 "(탄핵이) 좀 더 안전하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 첫 걸음"이 아니겠냐고 했다. 그는 이어 "대학생들이 앞장 서서 국민들과 함께 그 염원을 완성하겠다"라고 했다. 또한 집회에 참석한 분들은 물론이고 거리를 지나고 있는 모든 분들이 탄핵의 염원에 힘을 보태줄 것을 간곡히 호소하였다.
 
10.29 이태원참사 1주기를 맞아 20대의 입장에서 발언하고 있는 엄새용 대구경북대학생진보연합 회원.
 10.29 이태원참사 1주기를 맞아 20대의 입장에서 발언하고 있는 엄새용 대구경북대학생진보연합 회원.
ⓒ 조수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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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미 대구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이번 집회의 주제를 두고 발언하였다. 진 대표는 전국 집중촛불을 할 때 지나가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유가족들 천막이 있다면서, "유가족분들의 잊지말고 기억해달라는 호소에, 더 큰 소리로 윤석열 탄핵을 외치게 된다"라고 발언했다.

또 참사로 159명의 사람들이 죽어갔는데 아무런 사과도 처벌도 없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고 정권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족의 요구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뿐이라며, "최고의 추모는 탄핵"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집회 중반에는 미국 다큐멘터리 <크러시>의 예고편이 상영되어 이목을 끌었다. <크러시>는 미국의 파라마운트플러스에서 제작한 2부작 다큐로 생존자의 증언과 영상을 이용해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현재 한국에서는 예고편마저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집회 후반부는 몸짓 공연과 상징의식으로 진행됐다. 대경대진연 회원 3명은 노래패 꽃다지의 노래 '주문'에 맞춘 몸짓을 내보였다. 상징의식은 글자가 하나씩 적힌 판넬에 각 글자의 모양대로 작은 전자촛불을 붙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참가자들이 촛불을 다 붙이자 '진상규명'이라는 글자가 환하게 빛났다.

이날 구호를 여러 번 외친 참가자들은 현수막, 피켓 등을 들고 옛 대구백화점과 한일극장을 거치며 약 20분간 행진했다. 일부 대구 시민이 그 광경을 지켜보며 호응하기도 했다. 집회는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이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종료됐다.
 
몸짓 공연을 하고 있는 대구경북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
 몸짓 공연을 하고 있는 대구경북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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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붙이는 상징의식으로 밝게 빛나는 글자 '진상규명'
 촛불을 붙이는 상징의식으로 밝게 빛나는 글자 '진상규명'
ⓒ 조수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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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행동 측은 매주 토요일마다 윤석열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외치는 집회를 진행 하고 있으며, 대구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음 촛불집회는 대구경북 집중촛불로 진행되며 오는 11월 4일 오후 6시 경주 신라대종 앞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거리를 행진하고 있는 촛불집회 참가자들.
 거리를 행진하고 있는 촛불집회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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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과 피켓을 들고 행진 중인 촛불집회 참가자들.
 촛불과 피켓을 들고 행진 중인 촛불집회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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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촛불행동, #이태원참사, #윤석열탄핵, #대구경북, #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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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 출생의 대학생으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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