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총괄한 김수현 전 정책실장이 전임 정부의 좌절과 한국 사회의 과제를 담은 책 <부동산과 정치>를 냈습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이 이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담은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다른 입장의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10월 9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지난 10월 9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 연합뉴스
 
[* 지난 기사 <대선 결과 판가름한 '부동산'... 문재인 정부가 놓친 것>(클릭)에서 이어집니다]

불로소득 문제인가, 유동성 홍수의 문제인가?

집값 폭등이 유동성 홍수의 문제인지, 불로소득의 문제인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겠다. 이 부분에 대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아래 실장)의 생각부터 들어보자. 
 
나는 문재인 정부가 적기에 더 강한 대출규제와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지 못했던 것을 가장 중요한 부동산 실패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핵심은 돈줄 죄기였지만, 사회 전체가 부차적인 영역, 즉 세금이나 공급 방법에서 다툼을 벌였던 것이다(64쪽).

실제 집값과 금리, 유동성의 관계는 거의 정반대로 움직여왔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금리가 내려가고 유동성의 규모가 커질수록 집값은 올랐고, 일정한 시점에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집값은 떨어지곤 했다(156쪽).

먼저 불로소득 관점에서 보면 부동산 투기로 인해 거품이 생기는 건, 다시 말해서 가격이 폭등하는 건 커다란 불로소득의 존재 때문이다. 여기서 부동산 불로소득이란 생산적 노력 없이 부동산에 대한 단순한 보유와 매매를 통해 얻는 수입 중 투입 비용을 초과하는 부분을 발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보유하는 동안에는 임대수입에서 부동산 매입 비용의 이자를 초과하는 부분'과 '매각했을 때 매각가와 매입가의 차', 이 둘의 합이 바로 불로소득이다. 

그런데 부동산 매입가와 이자는 이미 정해졌고 변수는 미래에 결정될 매각가와 임대료인데,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면 매입가가 비싸더라도 부동산을 매입하려고 달려들게 되고, 이러면서 거품은 부풀어 오르게 된다. 즉 불로소득의 관점에서 보면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매각가와 임대료가 오른다는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다음으로 유동성 관점을 살펴보자. 먼저 이 관점은 불로소득이 아무리 커 보여도 부동산을 매입할 자금이 없다면 매수자로 나설 수 없다는 것에 주목한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매입 비용이 낮아져서 불로소득의 규모가 커지는 것도 가격 상승의 중요한 원인이다. 그뿐 아니라 이자율이 하락하고 대출 규제를 풀면 유동성이 증가해 불로소득 획득 경쟁이 더 치열해져 가격이 더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유동성의 관점은 현실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우리나라의 1970, 1980년대 부동산 가격폭등을 생각해보자. 당시엔 은행 금리가 높아도, 개인에게 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았어도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렸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의 경우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는 19세기에도, 산업화가 고도화되는 20세기에도 금융권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하지 않았어도 불로소득을 노리는 부동산 투기가 주기적으로 기승을 부렸고, 이로 인해 발생한 거품이 꺼지면서 어김없이 경기침체가 왔다.

그렇다면 두 개의 관점을 어떻게 조합할 수 있을까? 불로소득을 노리는 부동산 투기와 유동성은 상호촉진 관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해서 투기 국면에서는 유동성이 투기를 더 격화시키는, 불로소득의 규모를 더 키운다는 것이다. 이것은 유동성이 엄청나게 공급된다고 하더라도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가 없으면, 즉 경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면 투기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주택가격 급등이라는 현상을 이렇게 보게 되면,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는 부동산 세제와 실탄 공급에 해당하는 유동성 관리를 함께 고민하게 된다. 바로 2011년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김수현 실장이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김 실장은 반복해서 주택 금융화 현상이 압도적으로 중요하다고 길고 반복적으로, 마치 문재인 정부 하에서 가격폭등은 어쩔 수 없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조한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일찍이 자본주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유동성 홍수'가 가격 급등의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건 맞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렇다고 부동산 투기의 본질과 운동 메커니즘이 달라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국토보유세(토지배당제)가 포퓰리즘?

김 실장의 책을 읽어가다 보면 부동산개혁 진영이 제안한 정책까지도 포풀리즘이라는 대목과 만나게 된다. 반값 아파트로 알려진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마약 같은 부동산 포퓰리즘"(199쪽)이고, 또 지금의 보유세 구조의 한계와 조세저항을 극복하고 미래의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중 하나인 기본소득 시대와도 연계한 정책 대안인 국토보유세(토지배당제=토지보유세+기본소득)도 "전형적인 보유세 포퓰리즘 사례"(147쪽)라고 평가 절하한다.

김 실장이 몸담았던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군포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책에서도 지적하듯이 이명박 정부 때 공급했던 강남・서초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문제가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 문제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지금 나타나는 문제를 들어 마약과 같은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다. 먼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정착되려면 기존주택에서 불로소득이 잘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또 토지임대료도 적절하게 환수해야 한다. 정부의 토지 비축 및 임대 정책도 따라줘야, 즉 정부가 수용・조성한 땅을 매각하는 토지공급정책에서 임대하는 정책으로의 전환도 필요하다.

이런 제반 사항이 갖춰졌을 때 성공할 수 있는데, 지금과 같은 제도와 부동산시장에서는 성공과 정착이 어렵다고 하면 몰라도, '사기다, 마약과 같다'고 평가하는 것은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국토보유세(토지배당제)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국토보유세는 김 실장이 강조한 기존 보유세가 가지는 한계를 극복·보완하는 방안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미래까지 염두에 둔 정책 대안이다. 지금의 보유세는 다양한 부동산을 골고루 가지고 있는 자에게 혜택을 주는, 즉 같은 가액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으면 같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공평과세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또 조세저항의 문제를 극복하기도 쉽지 않다. 참여정부는 종부세 재원을 기초지자체에 골고루 나눠줘서 조세저항을 극복하려 했지만, 정작 수혜자인 지자체는 종부세 후퇴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보유한 모든 토지를 합산 과세해서 공평과세를 실현하고 세액 전부를 시민에게 직접 배당하면 조세저항도 극복할 수 있는데, 게다가 토지의 특수성에 근거하여 미래 우리 사회의 대안 중 하나인 기본소득과 연계한 건데, 왜 이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지만 나를 비롯한 연구자들이 이미 거기에 대한 대책도 세워 놓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인상비평 식으로 비판하는 것 같아 아쉽게 느껴졌다.

김 실장이 말하듯 부동산시장은 '레짐'으로 작동한다. 분양가상한제를 강하게 적용해서 싼 아파트를 대량 공급한다고, 정부재정을 무지막지하게 투입해서 공공임대주택의 양을 획기적으로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러 정책이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투사돼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토지의 공공성을 담은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는 동시에 부동산 세제로 불로소득 차단 및 환수 장치를 잘 마련하고 금융권의 돈들이 부동산으로 과하게 흘러 들어가지 못 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공공뿐만 아니라 협동조합 같은 다양한 주체들이 불로소득이 완전히 차단된 부담 가능한 주택을 꾸준히 공급하면서 공공임대주택도 계속 공급해야 비로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펴낸 <부동산과 정치> 표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펴낸 <부동산과 정치> 표지 ⓒ 오월의봄
 
유동성이 문제라면서 전세대출은 왜 확대한 것인가? 

하나 이해하기 어려운 게 있다. 그것은 2017년 8.2대책에서 청약조정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를 2018년 4월부터 중과한다고 발표했는데, 이건 아마도 시장에 매물을 유도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내놓은 대책이었을 것이다. 시세차익을 더 많이 누리려면 빨리 파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13일 이 책에서도 후회하고 반성하는 민간임대사업자등록 대책을 내놓는다.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1주택자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세, 취득세, 재산세, 종부세, 심지어 건보료까지 혜택을 준다는 대책이었는데, 이건 명백히 다주택자 매물 잠김 현상을, 나아가서 투기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정책이었다. 여기서 문제는 이런 상충하는 대책을 그것도 수개월 만에 내놨다는 것이다.

굳이 이해한다면 8.2대책으로 매매시장은 안정돼 있으니 민간임대사업자제도 확대를 통해 주거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당시 상황은 시장 안정을 말하기엔 이른 상황이었고 본인도 책에서 2년 정도 상승세가 이어질 거라고 내다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어쩌자고 상충하는 대책을 내놓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전세대출 확대다. 잘 알려져 있듯이 전세대출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전세대출은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부양책 성격이 짙다.

전세대출 증가는 전세가 상승을 낳고, 전세가 상승은 유주택・다주택자들에겐 더 적은 돈으로 집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은 무이자 대출이다. 물론 이자는 발생한다. 그러나 발생한 이자는 세입자가 부담한다. 매매차익을 노리는 다주택자들에게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처럼 좋은 투기 자금은 없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이명박 정권은 부동산시장에 불을 지르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했는데, 전세자금 대출도 그중 하나라고 본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전세대출은 전세가의 60%였고 박근혜 정부는 그 비율을 70%로 늘렸는데 심지어 소득이 없어도 전세금 5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했다.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전세대출이 시작되고 대출 대상과 금액이 확대되면서 이른바 '갭투기'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됐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라. 참여정부 때까지만 해도 갭투기, 혹은 갭투자라는 말은 없었다. 저리의 전세대출 확대로 인한 전세금 상승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gap)'를 줄이고 이로 인해 투기수요가 더 늘어나 매매가도 함께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2015년에 전세금의 60%를 보장하는 보증금반환보증보험 제도를 도입한 박근혜 정부는 말기에 가서는 보증 한도를 100%까지 해줬으니, 바야흐로 갭투기 전성시대의 문이 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갭투기 전성시대의 문을 세련되게 닫지 않고 오히려 더 활짝 열어젖히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전세대출을 전세금의 70%에서 80%로 늘리고, 게다가 당시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전세금 100%를 보장하는 보증금반환보증보험도 민간임대사업자등록제와 함께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선전・홍보하기까지 했다. 전세금을 과다하게 대출받는 '전세 과소비'를 해도 보증금을 떼일 염려가 없다고 선전까지 하면 갭투기가 더 기승을 부릴 줄 몰랐던 걸까?

그럴 리가 없다. 그럼에도 확대하고 선전까지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청년과 신혼부부가 전세대출 확대를 선호한다는 '여론조사'였을 텐데, 이것을 근거로 전세대출을 더욱 확대했다는 것이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지나친 걸까? 

전세대출 확대는 전세대출 잔액 추이에서 확인이 된다. 전세대출 규모와 주택담보대출에서 전세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에는 24.4조 원, 4.8%이던 것이 2021년에는 180조 원, 18.3%까지 폭증했다. 2017년까지 매해 5조~10조 원씩 늘었던 전세대출 규모는, 정부가 대대적으로 선전하자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 무려 120조 원의 전세대출이 증가했다. 그리고 이것이 유주택자・다주택자들의 투기 자금으로 고스란히 흘러간 것이다(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2022. '전세자금대출 증가에 따른 시장 변화 점검' <KB경영포커스>). 이런 정책환경에서 '빌라왕'이 탄생한 것이고 전세사기꾼들의 설계가 시작된 것이며 그 피해를 우리는 지금 뼈아프게 경험하고 있다.

김수현 실장은 전세가가 올라갔기 때문에 전세대출을 늘렸다는 식으로 말하지만(167~168쪽), 사실 그 반대로 저리의 전세대출 확대가 전세가 상승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2018년 9.13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금지를 발표하고, 2019년 12.19대책에서 15억 원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을 아예 금지하고 9억 원 이상 분양주택에 대해서는 대출받기 어려운 매우 강력한 정책을 도입했으나(59~60쪽), 이런 금융정책은 전세대출 확대 앞에서 무력한 것이다.

전세대출 확대는 한마디로 말해서 투기판을 깔아 놓은 것과도 같다. 다주택자 대출을 금지하고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을 억제했지만 전세대출 확대라는 뒷문을 활짝 열어줬기 때문에 집값이 전국적으로 더 폭등했던 것이다.

서구 선진국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인가?
 
 지난 10월 9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지난 10월 9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 연합뉴스
 
누차 말했듯이 김 실장이 강조하는 것은 유동성이다. "전 세계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주택의 금융화"(274쪽)라고 분명하게 못 박는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도 주택의 금융화이고 이전의 투기가 기승을 부리다 거품이 붕괴한 현상도 금융화로 설명한다. 그러면서 "부동산 문제의 핵심 요인과 부차 요인을 혼동하면 안 된다. 핵심은 넘치는 돈이 자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이며, 공급, 세제, 그리고 청약제도 등 한국적인 제도들은 부차적인 요인"(276쪽)이라고 간주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앞에서 말했듯이 불로소득 측면을 간과한 것이다. 주택의 금융화가 투기를 더욱 부추긴 것은 맞지만 뿌리는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라는 걸 놓치면 안 된다.

김 실장은 결국 서구 선진국의 길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택 금융화가 핵심이니 DSR 등으로 금융규제를 확실하게 하고 보유세나 양도세는 가급적 그대로 두면서 취득세로 (투기) 수요를 조절하는 동시에, 개발이익은 적절히 환수하고 공공임대주택을 꾸준히 공급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김 실장이 제안한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다. 서구의 길을 참고는 해야겠지만, 우리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서구의 길을 따라가면 자산, 그중에 가장 중요한 부동산으로 인한 불평등을 바로잡기 어렵다. 부동산이 불평등의 주범이라는 걸 생각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고 하겠다.

새로운 길로 가려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데, 나는 그것을 '토지 중심적 접근'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부동산 문제는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안전의 문제가 아니라면 가치가 점점 하락하는 건물에서 무슨 문제가 생기겠는가. 비싼 고층 아파트와 빌딩을 올려다보면서 건물에 압도되다 보니, 건물 평수 당 얼마로 아파트가 거래되다 보니 건물 아래 있는 토지의 중요성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부동산에서 중요한 것은, 다시 말해서 투기의 진원지는 토지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그리고 토지 중심으로 접근해야 주택과 상가·빌딩, 농지와 산업단지의 문제가 한눈에 들어오고 체계적이고 입체적인 정책 패키지가 가능하다.

토지 중심적 접근의 종합적 정책 방향은 다음과 같다. 먼저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할 수 있는 중장기적 세제 정책과 토지공급정책이 필요하고, 자금이 투기의 실탄으로 공급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금융정책도 필요하다. 공공임대주택을 꾸준히 늘리면서 주거약자들의 주거비를 경감시키는 주거복지도 강화해야 하고, 정부가 토지 비축 및 임대를 확대하면서 투기의 진원지인 토지문제를 해결한 주택, 즉 부담 가능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도 계속 공급해야 한다.

물론 보유세 강화는 기본소득도 결합해서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 이렇게 해야 전 국민의 주거권 실현이 가능하고 부동산으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길도 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정책 현장에서 활동해서인지, 아니면 서구 모델이나 유동성 홍수에 압도돼서인지 김 실장에게 이런 인식은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개혁 진영은 이제 김수현 실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부동산이 사회경제 불평등의 뿌리임을 인식하고, 토지의 공공성이 강화된 사회, 모든 국민이 주거권을 누리는 사회,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발생한 불로소득은 노력 소득보다 더 많이 환수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종합적인 전략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사활이 달려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남기업씨는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입니다.


부동산과 정치 - 문재인 정부의 좌절과 한국사회의 과제

김수현 (지은이), 오월의봄(2023)


#부동산#김수현#문재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토지+자유연구소(landliberty.or.kr) 소장. 전 국민 주거권과 토지공개념 실현, 토지보유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인 토지배당제를 위한 연구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땅에서 온 기본소득, 토지배당》(2023, 공저), 《아파트 민주주의》(2020),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2018, 공저) 외 다수가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