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박민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장제원 위원장의 의사진행 방식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어딨습니까. 위원장의 갑질입니다"(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마음대로 하세요. 참, 어이가 없네요."(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KBS 사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야당 의원들의 단체 퇴장으로 파행을 빚고 있다. 장제원 과방위원장이 고민정 의원의 신상발언 요청을 제지하면서 다툼이 벌어졌고, 야당 의원들은 "위원장은 청문회 운영 자격이 없다"면서 단체 퇴장했다. 결국 청문회는 오전 일찍 정회했다.
고민정 의원 신상발언 요청 수용 않은 장제원 위원장
이날 인사청문회 파행의 발단은 '신상 발언'을 두고 벌어진 장제원 위원장과 고민정 의원간의 논쟁이었다.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질의 순서가 되자 먼저 '신상 발언'을 요청했다. 박민 후보자가 고 의원이 제기한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에 "근거없는 허위 주장"이라고 날을 세웠던 것과 관련해 청문위원으로서 짚고 넘어가려던 취지였다.
청문회 진행을 맡은 장제원 과방위원장은 "신상 발언이라는 것은 의원님들과 관계에서 신상 발언을 하는 것"이라면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 의원의 거듭된 요청에도 장 위원장은 "질의응답을 해보라. (정식 질의 시간) 7분 드리겠다"고 했다. 고 의원은 "못합니다"라고 또다시 맞섰다. 장 위원장은 "모든 의원님들이 신상 발언을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질의 응답에 녹여내시라"고 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이 잇따라 문제를 제기했고, 고 의원은 "청문위원 권위를 세워주지 않는데 제가 무슨 권한으로 (질의를) 합니까"라고 했다. 그러자 장 위원장은 "내가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거 아닌가. 질의하시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때 질의 시간을 알리는 타이머가 돌자 고 의원은 "왜 돌리냐. 아무말도 안하고 있는데"라고 맞받았다.
"청문위원 매도 유감, 위원장 자격 없어"... "어이가 없네, 어이가 없어"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박민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장제원 위원장의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야당 의원들의 목소리도 더 높아졌고 장 위원장은 "청문회 안 하실 건가, 청문회 거부하는 건가"라면서 "저는 공정하게 모든 의원님들 앞에 똑같은 기회를 드리고 있는 거다. 고민정 의원만 그렇게 특혜를 받았나"라고 지적했다. 고 의원도 "이런 식으로 하는게 어딨나. 위원장이 하라면 하고 하는 건가"라고 반박했다.
장 위원장은 "마음대로 하세요. 마음대로 하세요"라면서 "(질의를) 하든 말든 그거는 고민정 의원이 알아서 하시라. 자꾸만 특혜를 달라고 하나. 고민정 의원 혼자 청문회 합니까"라고 했다. 고 의원은 "이게 위원장 갑질이다"라고 거듭 항의했다. 조승래 민주당 과방위 간사도 "청문위원들의 의혹 제기에 허위사실이라고 얘기하는 후보자가 어디 있나"라고 거들었다.
장 위원장은 "질의를 보고 판단하겠다"면서 거듭 고 의원에게 질의 시간을 넘겼다. 고 의원은 "위원장에게 질의하겠다. 7분(질의시간) 돌리라"면서 "저는 과방위 인사청문위원으로 위원장 갑질에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고 의원이 "장제원 위원장은 청문회를 운영할 자격이 없다"고 하자, 장 위원장은 "저한테 청문 하시나, 참"이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후 고민정 의원은 이렇게 말한 뒤 퇴장했다.
"위원장은 청문위원 권리를 보호해주기는커녕 청문 위원을 매도하고 있다. 굉장히 유감을 표하고, 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인사청문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자료가 있어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질의 시간)은 나중에 주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시라."
장제원 위원장은 고 의원이 퇴장하자 세 차례나 걸쳐 "어이가 없다"고 발언했다. 그는 "자료제출 요구를 안 받는 것도 위원장 마음 탓이고, 고민정 의원 입맛에 맞는 답변을 안 받아 주는 것도 위원장 탓이고, 어이가 없다"며 "위원장 자격을 고민정 의원이 정하나. 참 어이가 없네, 어이가 없어"라고 했다.
야당 의원이 단체 퇴장하자, 장 위원장은 여당 의원들에게 연이어 질의 시간을 주면서 청문회를 강행했다.
추가시간 요청도 "안 돼" 거부... 연이은 언쟁, 결국 정회
▲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박민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위원장의 의사진행 방식에 항의하며 퇴장한 야당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다. ⓒ 연합뉴스
회의 진행을 두고 이번엔 장 위원장과 박완주 의원(무소속)과의 다툼이 벌어졌다.
박완주 의원(무소속)은 "원만한 운영을 위해 충분한 의사진행, 신상 발언 기회를 주는 건 오래된 관행"이라며 "야당 의원들이 나가고 곧바로 여당 의원 세 분께 (질의 시간을) 주신 것은 누가 보더라도 공정하지 않다"고 했다. 박 의원은 마이크가 꺼지자 추가 시간을 요청했는데, 장 위원장은 "안 돼"라며 거부했다.
장 위원장은 "충분히 의사는 전달됐다. (발언 시간을) 짧게 하고 안 하고는 위원장 마음"이라고 했다. 박 의원이 "(위원장이) 깡패냐"라고 항의하자 장 위원장은 "하하하, 제가 깡패면 여기는 뭡니까. 그만하시라"라고 했다. 이어 그는 "저는 객관적으로 봐도 가장 일반적으로 상임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퇴장한 모든 것이 위원장 잘못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다시 회의장으로 들어온 조승래, 민형배 의원들과도 논쟁을 벌였고, "회의장 정돈을 위해 정회한다"며 의사봉을 세차게 세 번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