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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50을 바라보고 발레에 빠지다> 윤금정 작가처럼 나도 취미 발레를 하고 있다. 서른 중반 즈음 처음 시작해 지금까지 몇 년째 하고 있는 애증의 취미다.

발레라고 하면서 내가 추고 있는 정체 모를 춤에 대한 회의감은 매 수업마다 든다. 동작을 제대로 하기는커녕 흉내만 내기도 버겁다. 얼굴은 시뻘게지고 땀은 비 오듯 흐르며 심장은 터질 거 같다.

나도 글쓴이처럼 발레를 운동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사실 내가 배우는 것은 춤이고 예술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내가 발레라고 익히 알고 있던 것과 성인 취미발레생이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의 갭은 너무 컸다.

타고난 몸치에 근력 0, 유연성도, 체력도 떨어지니 무엇 하나 늦게 바람난 취미 생활에 도움이 되게 타고난 게 없었다. 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니 선생님이 간단한 순서를 줘도 출력이 안 되는 날들이 허다했다.

단체 수업에서 나만 열등생이고 꿔다 놓은 보릿자루였다. 민폐가 되는 거 같아 '내가 대체 여기서 나이 들어 바보같이 뭐 하는 거지' 수업 중에 패닉이 올 거 같은 시기도 있었다. 난 왜 이게 안 될까. 오래 해도 늘지 않을까. 속상하고 자괴감 들고 남들 보기 무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꾸역꾸역 하고 있는 걸 보면 보통 열성이 아니다.
 
<50을 바라보고 발레에 빠지다> 겉표지.
 <50을 바라보고 발레에 빠지다> 겉표지.
ⓒ 맥스밀리언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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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발레를 하고 있는 작가가 언급했듯이 발레의 순기능은 성인 취미생이라면 흔히 맞닥뜨릴 이런 좌절과 스트레스들을 뛰어넘는 어떤 것들이다. 책에서 언급된 건강, 자기 몸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작가의 경우는 콩쿠르에 도전하면서 실패를 통해 깊은 통찰과 배움을 얻었다.

깨닫는 것에 그치지 않고 취미 발레를 통해 알게 된 것들을 기록해 책을 출간했고, 자기 몸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자격증을 따고 사업으로 확장해 덕업 일치의 삶을 실행하고 있는 데에는 존경심마저 든다.

사실 제대로 하려면 뭐든 안 그렇겠냐마는, 특히 발레는 정말 정직한 운동이라 뭐 하나 요령으로 되는 게 없다. 편법과 술수가 난무하는 세상에 딱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만 조금씩 나아지는 게 보이는 이 취미 생활이 그래서 좋다. 역량도 안 되면서 욕심을 부리면 부상을 입고 탈이 난다. 나 자신을 잘 이해하고 서두르지 않아야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다.

나는 글쓴이처럼 용기 있게 콩쿠르나 무대에 도전하지도 못했지만, 발레라는 취미생활을 통해 자기애와 자신감을 얻었다.

매 수업마다 발레리나와는 거리가 먼 몸매의 아줌마가 수영복같이 몸이 노출되는 옷을 입고 전면 거울 앞에 선다. 아주 조금 예전보다 달라진 체형에 뿌듯해지고, 1초 늘어난 업발란스 같은 것으로 나의 느린 발레가 달팽이같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을 얻는다.

예전 같으면 순서 외우는 데만도 급급했는데 선생님께 칭찬은 아니지만 손끝, 포인 같은 '디테일'을 '지적' 받을 때 '아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춤이고 발레구나' 성장했음을 느낀다.

낯가리고 뭘 하나 시도하는데 한참 고민하는 내가 생전 안 가본 곳에 원정을 가서 처음 보는 선생님, 원생들과 수업을 듣고 나면,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발레복을 입고 남 보기 우사스러운 춤도 추는데 못할 게 대체 뭐가 있겠는가 싶어 자신감마저 얻는다.

취미를 기록하고 책을 출간한 작가의 성실함과 실행력에 자극받아 나도 생각만 하지 말고 기록해야겠다 마음 먹어본다. 같은 취미를 가진 독자이기에 더 공감하고 술술 읽을 수 있었지만, 꼭 그게 아니더라도 이 책을 통해 낯선 어떤 분야에 처음 발 딛기 두려운 사람들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취미 발레에 대한 기록이지만, 사실 작가가 진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세상에 시도하기에 늦은 건 내 마음가짐뿐이다'인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해진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게재될 수 있습니다.


50을 바라보고 발레에 빠지다 - 중년 아줌마의 취미 발레 생활 고군분투기

윤금정 (지은이), 맥스밀리언북하우스(2023)


태그:#취미발레, #성인발레, #발치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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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앞서고 걱정을 사서하는 단기지구력 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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