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재판부가 서증조사를 진행하는 검찰을 향해 이례적으로 강하게 질책했다. 핵심은 '공소사실을 명확히 하고 법에서 정한 대로 서증조사를 하라'는 것이었다. 이날 공판은 78일만에 이 대표가 출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강태규 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경 공판 시작과 동시에 진행 상황을 확인한 후 검찰을 향해 "공소장 23페이지부터 24페이지 첫 행까지 피고인(이재명) 발언이다. 이 발언 내용이 사실인지 허위인지가 쟁점"이라고 운을 뗀 뒤 "그런데 백현동 부지 용도 상향 근거가 혁신도시법인지, 시장 입장에서 조례 등 자체적으로 한 건지, 국토부가 협박해서 한 건지 등을 심리하기 위해 공소사실 앞부분까지 심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청된 증인이 현재 24명"이라며 "이렇게 많은 증인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의 지적에 검찰은 다소 당황한 듯 분주한 모습을 보이며 "이 사건은 (이 대표가) 국토부로부터의 어떤 압박에 의해 백현동 부지용도를 변경했다는 것이지만 발원지가 특정이 안 됐다. 그래서 업무와 관련된 공무원을 다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질책은 계속됐다. 재판부는 검찰의 서증조사 진행 방식을 지적하면서 "왜 거기서 (이 대표가) 선서했다는 점 등을 또 부각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서증조사는) 검찰이 어떤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간인데 주장을 하고 있다"라며 "서증조사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법에서 정한 대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검찰은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국정감사 당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문제가 된 이 대표의 발언 영상을 두 번으로 나눠 약 7분 동안 재생했다. 영상 재생 후 검찰은 '경기도 국감 당시 이 대표가 위증하지 않겠다고 선서한 점, 생방송으로 널리 전파된다는 점을 알면서 허위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대표 변호인은 "영상은 시청하는 것으로 증거조사가 끝나는 것이지 재차 (설명)할 이유는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이에 재판부는 위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서증조사는 검찰이 증거로 신청한 서류 중 피고인들의 동의를 얻어 증거로 채택된 것을 법정에서 공개하고, 이를 통해 입증하려는 취지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절차다.
"검찰이 증거 보여주는 시간에 주장을 하고 있다"
또한 재판부는 검찰이 백현동 부지 용도 상향 변경과 관련해 이 대표의 '4단계 종상향 용도지역 변경' 발언 배경을 설명하려고 하자 다시 한번 발언을 멈춰 세웠다. 재판부는 "공소장에 기재된 피고인 발언 내용 중에 그런 표현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 재판장 "잠깐만요. 공소장 23페이지에 '4단계 상향'이란 표현이 나오나?"
- 검찰 "취지를 다시 말씀해 달라."
- 재판장 "공소장 피고인 발언 내용 중에 4단계 상향이 나오는지, 피고인이 그런 발언을 했냐는 거다."
- 검찰 "당시 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게 문제였다. 그 부분에 특혜가 있었냐는 질문이 있었고 답변 과정에서 나온 거다. 용도 변경에 대한 피고인의 발언이 있었기 때문에 4단계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 재판장 "저번에 피고인 측에서 발언 전문을 제출했다. 거기 보면 아무리 봐도 4단계 상향이란 표현이 나오지 않는다."
- 검찰 "피고인이 발언한 경위가 질의응답에서 나온다. 4단계 상향이란 발언이 있냐 없냐가 아니라 질문의 취지를 봐야 한다."
- 재판장 "피고인의 발언에서 4단계 상향했다는 게 도출된다는 뜻이냐?"
- 검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이례적으로 변경이 이뤄졌기 때문에 특혜 의혹이 있던 거고, 질의과정에서 본인이 백현동 부지 관련 의혹을 다 나열하면서 이게 조작된거라고 쭉 얘기를 한 이후에 피고인에게 특혜를 주었냐고 질문한 거다. 그러니 피고인의 답변도 특혜 의혹에 대한 답변이고, 이게 단어로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도 답변 자체가 4단계 상향에 대한 답변이다. 서증조사를 계속 하면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거다."
- 재판장 "내용은 다 이해한다. 좀 우려스럽다. 심리대상이 아닌 걸로 하는 게 시간낭비가 될까 우려스럽다."
한편 이 대표 측은 이날 공판에서 검찰을 향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행위를 특정해 달라"며 "행위가 협박·직무유기라는 것인지, 아니면 의무조항 적용인지, 용도변경인지 모르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검찰은 "공소사실이 명확하게 기재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검찰에게 "중요한 문제이니 즉답이 곤란하면 정리를 해서 답하라"고 말하며 상황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