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9월 대규모 개각을 통해 임명한 간다 겐지 재무성 부대신이 세금 체납 논란으로 두 달 만에 사임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13일 간다 자민당 의원은 "더 이상 국회 운영에 폐를 끼칠 수 없다"라며 재무성 부대신직 사표를 냈다.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 현지 매체는 사실상 경질이라고 전했다.
최근 일본의 한 주간지는 간다 의원이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가 세금 체납으로 네 차례나 토지 및 건물이 압류당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야당 "임명권자 기시다 총리에 책임 물어야"
논란이 일자 간다 의원은 지난 9일 참의원(상원)에 출석해 세금 체납과 압류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할 것"이라고 사과했다.
이어 "세금 관련 업무는 세무사에게 맡기고 있었고, 국회의원의 직무에 신경 쓰다가 챙기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재무성 부대신으로서의 직무 수행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사임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야당은 "국민에게 납세를 요구하는 재무성의 입장에서 부대신이 세금을 체납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사임을 요구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여당에서도 "국회의 예산안 심의에 영향을 준다면 사임이 불가피하다"라고 간다 부대신을 압박했고, 사태를 지켜보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공세를 강화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는 "사임은 당연하고, 너무 늦었다"라며 "의원직도 내려놔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명권자인 기시다 총리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라며 "임명 과정에서 어떻게 검증했는지, 왜 사임이 늦어졌는지 등에 대해 국회에 나와 빠짐없이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공산당 고이케 아키라 서기국장도 "단순히 세금 체납이 아니라 압류까지 당한 인물을 재무성 부대신에 앉혔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임명권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라며 "기시다 총리의 엉뚱한 정권 운영을 보여준 일"이라고 비판했다.
기시다 지지율 27.8%... 두 달 연속 최저 경신
기시다 총리로서는 지난달 26일과 이달 1일에 차관급 인사 2명이 각각 불륜과 선거법 위반 의혹으로 물러난 데 이어 자민당 의원이 차관직에서 또 낙마하면서 정권 운영에 타격을 입게 됐다.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과 민영방송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지난 11∼12일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7.8%포인트 하락한 27.8%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10월 기시다 총리가 취임한 이후 두 달 연속으로 최저 지지율을 경신한 것이라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기시다 총리가 최근 승부수로 던진 17조 엔(약 125조 원) 규모의 경제 대책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6.6%가 "평가하지 않는다"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정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향후 증세가 예상되기 때문(39.9%)"이 가장 많았으며 "정권의 인기가 없기 때문(20.6%)", "경제 대책보다 재정 건전이 더 중요하기 때문(17.3%)"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지지율이 부진한 기시다 총리는 연내 중의원(하원) 해산과 총선거를 단념하고 경제 대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여론의 반응이 냉담하자 일각에서는 퇴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