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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국회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씨는 이날 추모제에 참석해 지난 1년간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과제 등을 담은 발언문을 낭독했습니다. 그 내용 전문을 전합니다. [편집자말]
이태원 참사 1주기 국회 추모제 참석한 여야 지도부 김진표 국회의장(앞줄 오른쪽부터)과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강성희 진보당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국회 추모제에 참석해 있다.
이태원 참사 1주기 국회 추모제 참석한 여야 지도부김진표 국회의장(앞줄 오른쪽부터)과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강성희 진보당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국회 추모제에 참석해 있다. ⓒ 남소연
 
안녕하세요, 김초롱입니다. 올해 초, 첫 공식 추모제에서 추모 발언을 위해 설 때만 해도 얼굴을 가리느라 바빴는데, 이제는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드러내고 다시 1주기 추모제에 섰습니다.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늘, 이만하면 됐겠지. 이만하면 됐겠지 하며 마지막을 꿈꿔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만하면 되지 않았습니다. 일 년간 저에게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참사 이후 심리상담기를 연재하던 저는, 연재글을 모아 책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유가족들은 지난 일 년의 고통을 인터뷰한 인터뷰집을 책으로 엮어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모두 세상에 나오지 않아도 됐을 책이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한 세상이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참사에 대한 고통에 공감해 주려 노력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봅니다. 변하지 않아서 이 책들은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1년, 정말 무엇이 변했을까요

글을 통해 일 년 내내 '내년에도 이태원에 다시 갈 거예요'라고 외치던 저는 결국 올해 핼러윈에 이태원에 가지 못했습니다. 내가 그렇게 사랑하던 나의 이태원과 핼러윈을, 2016년부터 매년 빼놓지 않던 그 행사를 올해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핼러윈 거리에서 무시무시한 폴리스 라인을 보는 순간, 이태원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 집으로 왔습니다. 여태껏 그런 것이 없어도 아무런 사고가 나지 않았던 곳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책을 통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회적 원인과 배경을, 한국 사회의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해서 해석하고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여전히 이태원과 핼러윈 대한 이해가 현저히 떨어진, 올해 핼러윈이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인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참사 현장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4대종교기도회에 참석한 유가족과 시민들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인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참사 현장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4대종교기도회에 참석한 유가족과 시민들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1년 우리 사회는 정말 무엇이 변했을까 돌아봅니다. 몇 달 전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용혜인 의원님과 행정안전부 차관님의 질의응답을 보고 많이 슬펐습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매우 중요합니다. 법적 근거 없이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나아갈 수 없습니다. 참사 관련자들의 처벌과 책임이 이루어지지 않고 해당 직책을 내려놓지 않는 것도 죄를 물을 수 있는 관련 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뉴스를 보고 들으며 이태원 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은, 진상 규명의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밖에 풀이되지 않습니다.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검토를 하겠다는 말은 더 이상 무의미합니다. 이태원과 핼러윈이 다가오며 정부와 나라에서 권고하는 안전 매뉴얼 하나 나오길 바랐지만 어디에도 제대로 된 것이 없는 걸 보고 쓸쓸해했습니다. 이 또한 압사 참사가 재난에 해당된다는 법 제정이 되지 않아 그렇다고 합니다. 

정부와 나라는 변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우리에게 희망은 있습니다. 얼마 전 대학교 축제 행사장에서 큰 스크린에 띄운 학생 자치회의 안전 매뉴얼을 보며 크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군중 밀집 시, 넘어질 경우 머리를 감쌀 것. 호흡이 가능하도록 가슴 부위를 두 팔로 감싸 안을 것. 할 수 있다면 최대한 벽으로 등을 붙일 것'. 정부와 나라는 변하지 않았지만, 시민사회와 시민의식은 변했습니다. 

책을 출간하고, 많은 분들이 댓글로 고백해 주시고 계십니다. 참사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잡혀가는 것이 이 나라의 희망입니다. 유가족 여러분께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참사를 가슴 깊이 아파하는 국민이 대다수라는 것을.

참사를 건너오며 지난 시간 동안 제게 힘이 되었던 문장을 소개하며 마무리하려 합니다. 

'재난 참사의 모든 진실은 피해자 쪽에 저장되어 있다. 고통은 피해자의 몸과 마음과 생에 속에 녹아든다. 그래서 참사를 개념화하거나, 타자화하거나, 정치화하지 않고, 피해자의 고통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이 비극에 접근하는 입구다.' - 소설가 김훈

'멀리서 댓글로라도 알리고 싶었다. 마음으로 따스한 응원과 위로를 보내는 사람이 있노라고. 이제서야 참사의 그날을, 젊은 친구들의 그 현장을 알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다.' - 한 누리꾼의 댓글에서


'(이 책은)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 개인의 기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참사의 원인이 무엇인지,  또 이 사회는 참사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 속에서 많은 생존자와 유가족들은 얼마나 아팠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기록은 이태원 참사의 핵심 기록이며 참사를 겪은 우리 모두 집단의 기록이다. 그리고 결국 이 기록은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 삶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은 것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 배우 문소리

#이태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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