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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연말 이웃 돕기 적십자 행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부인 진은정 변호사 등 국무위원 부인들이 선물을 포장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연말 이웃 돕기 적십자 행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부인 진은정 변호사 등 국무위원 부인들이 선물을 포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5일 대다수의 언론은 한동훈 장관 부인 진은정 변호사의 사진을 앞다퉈 보도했다. 당시 공개된 사진은 진 변호사가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연말 이웃 돕기 적십자 행사에서 선물 포장을 하는 모습이었다. 

수십 개의 언론사가 진 변호사 관련 기사와 사진을 보도하자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한 장관 측이 언론을 부르거나 사진을 뿌린 것 아니냐'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자 한 장관 측은 기자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언론과 접촉하거나 사진을 제공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자발적인 보도인가, 한동훈 장관 부인 띄워주기인가 

한동훈 장관 측은 "배우자는 역대 정부 국무위원들 배우자들이 통상적으로 해 온 봉사활동 행사에 현직 국무위원 배우자로서 참여한 것이고 그날 이전 월례 봉사에도 다른 국무위원 배우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참여해 왔다"면서 "언론에서 자발적으로 보도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발적 보도라고 하기에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언론사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연합뉴스> 사진들을 보면 참석자를 촬영한 행사 사진 20여 장 중 진은정 변호사가 나온 사진만 5장이었다.  이날 참석한 사람들은 국무위원들과 공공기관장 부인, 주한 외교대사 부인 등 70여 명이다. 진 변호사 사진이 4분의 1을 차지했다는 것은 기자들이 한동훈 장관 부인을 중심으로 취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또다른 통신사인 <뉴스1>은 더 노골적이었다. 기사 제목만 보면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단연코 한동훈 장관 부인이었다. 

"사랑의 선물 제작 참여한 한동훈 장관 부인" <뉴스1>
"쓰레기 치우며 솔선수범하는 한동훈 장관 부인" <뉴스1>
"사랑의 선물 제작에 진심인 한동훈 장관 부인" <뉴스1>
"빈 상자 정리하는 한동훈 장관 부인" <뉴스1>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보라. 김건희 여사가 (등장한 후) 얼마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냐"면서 "그런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언론은 그런 후각이 발달해 한 장관 부인을 보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언론의 진은정 변호사 보도에 대해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윤 대통령보다 김건희 여사의 SNS용 사진이 많은 것과 비슷하다"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후배 검사 성추행으로 법정 구속된 사람은? 
 
 2020년 진 모 전 검사는 후배 검사 성추행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2020년 진 모 전 검사는 후배 검사 성추행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 KBS뉴스 화면 갈무리
 
지난 2020년 전직 검사가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됐다. 진 모 전 검사는 2015년에 서울의 한 지방경찰청에 근무하며 후배 여검사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KBS뉴스>는 "후배 여검사들을 상대로 한 진씨의 범행은 하마터면 영영 묻힐 뻔 했다"고 보도했다. 방준원 기자는 "진씨가 사건 직후 사표를 내고 대기업으로 옮겨 갔고, 당시 검찰이 피해자가 원치 않는 이유로 감찰을 중단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두고 전직 검사의 아들이자, 고위 검사의 처남이라는 진씨의 배경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조국 전 장관은 2020년 8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사건을 언급하며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문제 제기로 사회적 파문이 일어나고 진상조사단이 만들어졌다"면서 "폭로 후 서 검사는 검찰 조직 내에서 '조직 부적응자' 취급을 받으며 '왕따'가 됐다"는 글을 올렸다. 

실제로 이 사건은 서지현 검사의 검찰 미투 폭로 이후 만들어진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 회복 조사단'이 진씨를 불구속 기소하며 재판까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제기한 검찰 수뇌부의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의혹 고발은 검찰과 법원에서 모두 각하·기각됐다. 

진 모 전 검사의 1심 선고 기사가 묻혔다 
 
 한동훈?법무부 장관이 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이 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성폭력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처남, 진OO 검사의 1심 선고 기사가 한 줄도 안나오도록, 처남 선고날 양승태 대법원장을 소환한 사람이다."

지난 2020년 MBC 임현주 기자가 페이스북에, 당시 "한 검사장님 동료분들이 하시는 말씀"이라며 올린 글이다. 실제로 진씨의 성추행 1심 사건은 양승태 대법원장 사건으로 거의 묻히다시피 했다. 

지난 17일 한동훈 장관은 대구를 방문했다. <조선일보>는 "이준석이 흔들려는 여 텃밭 대구에... 한동훈이 간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언론이 한동훈 장관의 부인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주목하는 이유는 한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 때문이다. 그런 맥락이라면 진 변호사를 비중있게 다룬만큼 진 모 검사 사건도 언급했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하지만 진은정 변호사의 사진과 서울대 법대 학력, 김앤장의 이력만 나왔지 진씨와 연관있다는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한동훈#진은정#진모검사#대구#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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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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