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동관, 아래 방통위)가 오는 29일 YTN 대주주 변경 신청 8일 만에 승인 의결을 강행할 태세다. YTN의 공적 소유 체제를 바꾸는 중대한 문제여서 방통위가 의결을 강행할 경우 향후 법적 소송은 물론 기관 존립 근거도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방통위는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YTN 최대주주변경승인 심사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공기업(한전KDN, 한국마사회)들은 YTN 지분 30.95%의 매각 대상으로 유진기업을 선정했다. 유진기업이 이 지분을 사들일 경우 YTN 대주주가 되는데, 방송법에 따라 방통위가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신청서 접수 하루만에 기본계획 의결... "서류 검증만 한 달 이상 걸려"
방통위 안팎에선 이날 전체회의에서 YTN 최대주주변경승인을 의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회의에서 의결되면, 역대 방통위의 방송사 최대주주변경승인심사 가운데 가장 단기간에 승인이 이뤄진 사례가 된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22일 전체회의에서 최대주주변경승인심사 심사기본계획 의결과 동시에 신기록 하나를 작성했다. 지난 21일 유진기업(유진이엔티)으로부터 대주주변경신청서를 접수 받고 단 하루 만에 심사기본계획을 의결했던 것.
신청서 접수 이후 하루만에 기본계획이 의결된 경우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021년 경인방송(신청자 서울미래포럼)의 경우, 신청서를 접수받고 서류 보완 작업 등을 거쳐 심사기본계획을 의결하기까지 92일이 걸렸다. 지난 2013년 광주방송(신청자 호반건설)은 75일, 2015년 경기방송은 60일이 각각 걸렸다.
현재까지 최단기간 기본계획이 의결된 사례는 지난 2020년 TBC 사례다. 그런데 이조차도 27일이 걸렸다. 통상적으로 방통위가 최대주주심사 변경신청서를 접수받으면, 서류 보완과 검토, 심사위원 구성 등 기본적인 논의를 거치고 기본계획을 의결하는 게 일반적 절차다. 그런데 하루만에 의결이 됐다는 건 이 과정이 사실상 생략됐거나 졸속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단 이야기다.
5기 방통위 상임위원을 지낸 김창룡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방송사 대주주 변경 신청을 받으면, 방통위 차원에서 서류를 검증하고, 위원간 비공식 논의를 거쳐 심사 방향을 협의한다"면서 "사실확인과 자료 보완 등 서류 검증도 한 달 이상이 걸리는데, 하루 만에 기본계획이 의결됐다는 것은 이런 절차가 사실상 생략됐거나 부실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9일 의결하면 신청 8일 만에 모든 절차 마무리, '날치기' 논란 불가피
만약 방통위가 29일 전체회의에서 YTN 매각을 승인하면 또다른 신기록이 세워진다. 기본계획을 의결하고 단 7일 만에 매각을 승인해준 최초 사례가 되는 것이다. 이동관 위원장은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과거에도 심사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7일 만에 의결이 이뤄진 경우는 없었다. 가장 단기간이었던 광주방송도 기본계획 의결부터 승인까지 14일이 걸렸다.
사업자의 신청서 접수를 기준으로 보면 매각 승인까지 걸린 기간은 8일로 이 역시 최단 기록이다. 언론현업단체와 시민단체들이 '날치기 심사'라고 거듭 반발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전체회의 의결에 참여하는 2명의 방통위 상임위원(이동관, 이상인)의 적격성도 계속 논란이다. 이동관 위원장은 배우자 뇌물 수수 의혹을 보도한 YTN을 고발하고 수억 원의 손해배상청구까지 한 당사자다. 이상인 부위원장은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유경선 유진 회장의 배임증재 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하고, 유진 오너 일가와 친분이 두텁다.
언론노조 YTN지부가 이동관, 이상인 두 위원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방통위 상임위원은 원래 대통령과 여야 추천 5명으로 구성돼야 하지만, 현재 윤 대통령이 추천한 이동관, 이상인 위원 2명 뿐이고,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전체회의가 열리기 어렵다. 결국 기피신청 대상자인 두 위원이 29일 전체회의에서 기피 신청을 셀프 기각할 공산이 크다.
YTN 대주주를 희망하는 유진기업의 경우 오너 일가의 사익편취 의혹, 유경선 유진 회장의 검사 뇌물죄 실형, 노조 탄압 등 각종 의혹들이 알려지면서 보도전문채널인 YTN 대주주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회 탄핵소추 전에 'YTN 사영화' 작업을 끝내려는 이동관 위원장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해 보인다. 이 위원장은 <중앙> 인터뷰에서 YTN 매각 졸속 심사와 관련된 질문에 "오히려 탄핵 운운하며 자꾸 등을 떠미는 사람들이 누구냐, 심사를 5~6개월 뒤에 하라고 하는 건 사실상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YTN 공적소유구조 바꾸는 중대한 문제, 방통위 존립 근거 흔들 것"
만약 방통위가 YTN 매각 의결을 강행할 경우, 법적 소송은 불가피하다. YTN 노사는 방통위가 의결을 강행할 경우, 행정처분취소 청구를 비롯해 효력정지신청까지 법적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언론학계도 방통위가 의결을 강행할 경우, 심사의 전반적인 문제는 물론 방통위라는 행정기관의 존립 근거를 흔드는 일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신청서 접수부터 기본계획 의결까지도 하루 만에 이뤄졌고, 일주일 만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는 것인데, 검토할 서류가 몇 페이지인지 모르겠지만, 기간만 놓고 보더라도 면밀하고 신중한 검토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의결된다면 향후 법원에 무효 소송 제기를 통해 절차적 과정들이 적절했는지 따져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도 "사회적 의견도 수렴되지 않은 상황에서 YTN 대주주가 바뀌는 문제를 불과 일주일만에 처리한다는 것은 절차적 하자 문제가 명백해 보인다"면서 "게다가 이 중요한 문제를 대통령 추천 위원 2명이 처리하는 꼴인데, 그렇게 되면 합의제 기구라는 방통위 설립 취지가 무시되는 것이고, 존립 근거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