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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전 11시경 한화진 환경부장관이 세종보 재가동 공사 상황을 알아보려고 현장을 시찰했다.
29일 오전 11시경 한화진 환경부장관이 세종보 재가동 공사 상황을 알아보려고 현장을 시찰했다. ⓒ 환경부
 
환경부가 세종보를 다시 가동하겠다고 한다. 내년 상반기 목표로 추진 중이라는 언론보도다. 29일 <한겨레>에 따르면 한화진 장관은 "세종보를 조속히 정상화하여 일상화된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세종시 국제정원도시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원하는 등 지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세종보는 원래 문제가 많았다. 유압 실린더 등에 모래가 낄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에 툭하면 고장 수리 중이었다. 하자 보수 기간엔 시공사 책임이었지만 이후엔 혈세로 비용을 충당했다. 그렇기에 세종보를 다시 가동해도 같은 문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즉,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종보를 다시 가동하면 이명박·박근혜 시절의 '4대강 잔혹사'가 반복하게 된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4대강사업 전후 세종보 지역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고인 물은 썩는다'는 것은 과학적 상식이기 때문이다.

수문을 개방한 세종보 주변은 예전 모습이었던 넓은 모래가 쌓였다. 그 모래에 멸종위기 2급 흰목물떼새가 찾아와 알을 낳았다. 물속엔 멸종위기 1급인 흰수마자도 확인됐다. 또 재첩류의 조개와 천연기념물 수달 흔적도 발견됐다. 이를 통해 이전 환경부는 자연성 회복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윤석열 정부 환경부 방침대로 세종보 수문을 닫게 되면 강 바닥엔 모래 대신 펄층이 쌓인다. 그 속에 붉은색 깔따구 애벌레, 실지렁이 등 환경부 지정 4급수 지표종이 우점했다. 펄층이 수미터 깊이로 두꺼워지면, 무산소층이 된다. 거기선 이산화탄소 20배 온실효과를 내는 메탄이 발생하게 된다. 한화진 장관이 말한 '기후위기 대응'이 아닌 '기후위기 악화'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녹조 창궐이다. 대표적인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C-LR)은 청산가리(시안화물) 6600배 독성을 지녔다는 게 전문가 평가다. 이 마이크로시스틴이 물의 흐름이 끊겨버린 금강에서 고농도로 검출됐다. 2022년 조사 결과 이 물을 농업용수로 재배한 쌀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이 쌀은 수도권에 친환경농산물로 유통됐다.

강물뿐 아니라 공기 중에서 검출된다. 지난해와 올해 낙동강 유역 조사 결과 각각 1.7km, 3.7km 떨어진 주택가에서 나왔다. 해외 연구 결과에선 녹조 독소가 수km 날아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녹조보다 녹조가 만든 독소는 크기가 더 작기에 바람 방향과 세기에 따라선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10마일(16km)까지 녹조 독소 확산을 추정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녹조 독소가 미세먼지에서 검출됐고, 미세먼지 농도 증가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에어로졸(공기 중 액체·고체 미립질)을 타고 녹조 독소가 세종보 주변 2km만 확산하더라도 그 범위 내엔 주택가, 어린이집, 공공기관이 밀집해 있다. 윤석열 정부가 말한 세종보 정상화는 비정상화 그 자체다. 한화진 장관이 세종시 국제정원도시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 등을 지원하려면 세종보는 해체하는 게 더 현명하다.

사실 윤석열 정부 환경부에 현명함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이명박 정부와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4대강사업은 상식과 비상식의 논쟁이었다. 불행히도 비상식에 대통령과 그 측근이 명운을 걸면서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이를 그대로 따르는 게 윤석열 정부 환경부다. MB 시절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4대강 전도사'였다. 역사는 한화진 장관은 '4대강 비상식 전도사'라고 평가할 것이다.

#4대강#금강#세종보#녹조#한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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