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전후에 나왔던 언론 보도를 두고 여론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개최지 선정 투표 직전 "대역전극" 등의 보도가 집중된 데 이어 부산 유치 실패 후에도 "석패" 등의 기사가 이어지자, "역전 같은 소리하네", "판세를 엄청나게 잘못 읽었다", "왜 대패가 아니고 석패인지 의문" 같은 반응이 소셜미디어에서 터져 나오는 중이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일주일간 나온 엑스포 관련 언론 보도를 살펴보니, 개최지 선정 전부터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측한 기사가 적지 않았다.
<조선일보> <매일경제> 등은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적어도 49(부산) 대 51(리야드)까지 따라왔다"는 내용을 제목으로 내걸었다. <한국경제> <중앙일보> 등은 막판까지 개최지 선정을 기대하며 "대역전극"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49대51까지 따라왔다"… 결선서 대역전극 'BUSAN is Ready' (매일경제, 2023년 11월 21일 보도)
"49대 51까지 쫓아왔다"… 2차 투표서 사우디에 역전 노려 (조선일보, 2023년 11월 24일 보도)
"대역전극 벌인다"…1년 늦게 뛴 부산, 사우디와 초접전 (한국경제, 2023년 11월 27일 보도)
대역전극 노리는 부산…尹 "종료 휘슬 때까지 최선" 당부 (중앙일보, 2023년 11월 28일 보도)
압도적 표차에도 "석패" 제목... "외교 지평 넓혔다" 해석도
이후 부산 유치가 기대와 달리 실패로 끝나자 <서울신문> <서울경제> 등은 "석패"라는 단어로 속보 기사를 내보냈다. 석패의 사전적 의미는 "약간의 점수 차이로 아깝게 진다"는 뜻이다(투표 결과 한국 29표, 사우디 119표). 심지어 "외교 지평을 넓혔다" 등의 정부 쪽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기사도 여럿 나왔다.
일부 언론은 '사우디가 오일머니 공세를 앞세워 먼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는 점을 유치전 실패 이유로 강조했다. <중앙일보>, MBC 등은 "오일머니 벽 높았다"는 설명을 기사 제목으로 내걸기도 했다.
[속보] 2030엑스포 개최지에 사우디 리야드 결정… 부산은 석패 (서울경제, 2023년 11월 29일 보도)
[속보] 2030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사우디에 석패 (서울신문, 2023년 11월 29일 보도)
[속보] 1차투표 '사우디 119 부산 29'...오일머니 벽은 높았다 (중앙일보, 2023년 11월 29일 보도)
'오일머니' 사우디 벽 높았다‥2035년 재도전? (MBC, 2023년 11월 29일 보도)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비를 정부가 대량 사용했는데, 그 집행 대상이 언론이지 않았을까 의구심이 든다"며 "정부의 해외 순방과 외교 활동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음을 언론인들이 알고 있었을 텐데 대패가 아닌 석패라는 등 무책임한 보도가 쏟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공을 들였던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데 대해서는 언론이 차분히 돌아보고 원인을 분석하는 보도가 필요하지, 정권의 실책을 만회해주는 보도가 남발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적어도 투표수가 반은 나와야 석패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표현에 전혀 맞지 않는 숫자가 나왔다"며 "예상보다 적은 표로 취재진을 비롯해 시민이 실망했을 수 있지만, 오일머니를 이유로 내세우는 단순 보도가 아니라 다른 변수들을 포함하는 엄밀하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그래야 2035년 엑스포 유치도 재도전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