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켰고 전세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각각 시위에 나서면서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상황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비단 중동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면서 국제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중동의 상황을 다시 살펴보자. 이 전쟁의 당사자는 본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레바논의 헤즈볼라, 더 나아가 시리아 민병대와 그들의 배후인 이란까지 뉴스에 등장하면서 이 전쟁이 점차 확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가장 큰 위협이다. 헤즈볼라가 이 전쟁에 직접 개입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은 이스라엘 근처에 항공모함까지 보내는 결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레바논의 국민들은 이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리고 헤즈볼라에 대해서 레바논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26세 여성 파라흐(가명)와 대화를 나눠봤다. 인터뷰는 메신저를 통한 서면 인터뷰 방식으로 29일에 진행했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 지난 10월 하마스의 기습적인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전쟁이 발생했다. 이번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이번 전쟁에 대한 레바논 국민의 일반적인 여론은 어떤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인 하마스의 공격은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자위권 행사 차원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폭력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지난 75년 동안 여성에 대한 강간, 살인, 투옥, 학대, 가족 분리, 심지어 죽은 팔레스타인인의 동의 없이 장기 적출까지 하는 등 훨씬 더 나쁜 일을 저질렀다. 나는 이것(하마스의 공격)이 지난 75년 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에게 당했던 것에 대해 반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그들이 왜 그렇게 했는지 판단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팔레스타인은 항상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땅이었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75년 전에 그들의 땅에 와서 그들에게 난민이 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인들을 환영했지만 이스라엘은 오히려 그들의 땅을 정복하고 그들의 권리를 빼앗았다. 그들(팔레스타인)은 단지 빼앗겼던 땅을 돌려받기를 원했을 뿐이다. 많은 레바논 사람들도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리야드 만수르 당시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는 "지난 10월 이스라엘군이 죽인 팔레스타인인 시체가 몇몇 장기가 적출된 채로 가족에게 돌아온 경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팔레스타인의 명예훼손 발언은 반유대주의적"이라면서 "유엔은 반유대주의를 용납할 수 없으며 이를 강력히 규탄해야 한다"고 반박한 바 있다. -편집자주)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되자 레바논 남부에 위치한 헤즈볼라도 하마스를 지원하며 전쟁에 개입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실제로, 레바논에 거주하는 헤즈볼라의 일부 대원들이 무기를 이용해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국경 근처에서 소규모 전투가 벌어졌다. 헤즈볼라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레바논 국민들의 생각은 어떤가?
"우리는 온 마음을 다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지만 2006년에 이스라엘과 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이것은 조금 복잡하다. 현재 레바논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우리는 걱정할 것이 너무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남쪽 국경에서의 공격에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레바논이 이 전쟁에 개입하게 되면 우리와 이스라엘 사이에 다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이 전쟁에 개입하는 걸 찬성하지만, 우리가 이 전쟁에 개입하는 걸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레바논 사람들의 의견이 각자 다르다."
- 레바논 내 여론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더 강하게 비판하는지, 아니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을 더 지지하는지 궁금하다. 레바논 국민들 사이에서는 어떤 의견이 더 우세한가?
"레바논 국민들은 확실히 하마스를 더 지지한다. 그들은 단순히 자신들의 땅을 되찾으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75년 동안 평화롭게 지내려고 노력했던 것은 아무런 효과(성과)가 없었기 때문이고, 그것이 바로 하마스가 창설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다시 말하지만, 폭력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레바논 사람들은 이곳에 살면서 여러 번 전쟁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폭력)이 얼마나 나쁜지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을 목격하고 겪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우리의 땅을 빼앗으려고 하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으므로, 우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열렬히 지지한다."
- 레바논 국민들은 헤즈볼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헤즈볼라는 레바논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가?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레바논 국민들 중 상당수는 헤즈볼라가 그곳(이스라엘과 가까운 레바논 남부)에 있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정치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레바논 사람들은 레바논의 정치가 그들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은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이스라엘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헤즈볼라)의 군대가 레바논의 군대(정부군)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주변에 존재하고 있고 그들은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헤즈볼라는 어쨌든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헤즈볼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레바논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과 관련하여 레바논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레바논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재 레바논의 국민들은 전쟁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이 50%, 전쟁에 참여하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 50%로 의견이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어떠한 결정을 지지하더라도 레바논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 같다. 레바논에 있는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란다. 레바논 정부는 우리나라에게 별로 활동적이지 않다. 그리고 그들은 부정부패로 인해 이미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 이 문제에 대해 추가적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나는 사람들이 이것과 관련된 것을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주장하는 모든 것들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무슬림에 대한 증오 감정을 많이 갖고 있지만 수천 명의 어린이가 살해되는 것을 보면 정말 슬프다. 여러분이 이것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 역사서를 읽는 것도 좋고,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전부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찾아보는 것도 좋다.
왜냐하면 소셜 미디어는 이런 것들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항상 통제되며 특히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우리는 이것을 직접 목격했다. 우리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글을 게시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우리는 왜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세계에 알리지 못하도록 막혀있는 걸까?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언론도 마찬가지로 이 전쟁 이전에 팔레스타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것 같다. 언론은 단지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만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난 75년 동안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어버렸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그들이 모두 옳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반응(행동)에 대해서 마음대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