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이 3일,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한 후 당시 병사로 겪었던 쿠데타 경험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유 전 의원은 "영화관을 찾는 제 마음은 무거웠다"면서 "44년 전 1979년 12월 12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수도경비사령부 33경비단 일병으로서 현장에서 겪었던 충격적인 기억들이 지금도 가슴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유 전 의원은 당시 수경사 예하 33경비단 소속의 일병이었다. 직속상관이었던 33경비단장 김진영(육사 17기, 제29대 육군참모총장) 대령은 하나회 회원으로 경복궁 30경비단에 모여 있었던 반란군에 합류했다.
유 의원은 "지휘관인 33경비단장은 반란군에 가담해 자기 혼자 청와대 30경비단에 가있었고, 필동의 33경비단 병력들은 부단장 지휘 하에 장태완 사령관의 명령에 따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또 "평소 병사들 앞에서 근엄하게 군기를 잡고 군인정신을 외치던 장교들이 편을 갈라 서로 총부리를 겨눈 채 추악한 하극상을 보이고 어느 줄에 서야 살아남을지를 계산하느라 우왕좌왕하던 모습을 고스란히 봐야 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저게 군인이냐?'는 생각에 정치군인에 대한 환멸을 갖게 만든 날"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유 전 의원은 또 "무장을 한 채 명령만 기다리고 밤새 대기하다 새벽에 수경사령관실에 모인 장군들을 수경사 헌병단이 모두 체포해갔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더니, 곧 '상황 끝'이라는 중대장의 말을 듣자 허탈했다"고 회고했다.
쿠데타가 성공한 후 하루 만에 달라진 부대 상황에 대해서 그는 "장태완 사령관은 사라졌고 당장 13일 아침 노태우 사령관 취임식을 한다고 전 병력이 연병장에 다시 집합했다"면서 "전날(12일) 밤 부암동 탄약고에서 가져온 탄약을 원위치 하느라 트럭을 타고 북악 스카이웨이로 향하는데 광화문 앞에는 전방을 지켜야 할 9사단 병력들이 와있었다"고 설명했다.
유 전 의원은 33년의 시간이 흐른 지난 2010년 국회 국방위원장으로서 '고 김오랑 중령 무공훈장 추서 및 추모비 건립 촉구 결의안'을 처리했을 때의 이야기도 털어 놓았다.
'참군인 김오랑 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을 맡고 있던 김준철(학군28기·특전사 대위 전역)씨로부터 <역사의 하늘에 뜬 별 김오랑>을 선물 받고 나서 "여야 국회의원들을 설득해서 이 결의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오랑 기념사업회는 고인에 대한 훈장 추서와 추모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17대와 18대 국회에서 김오랑 중령에 대한 무공훈장 추서 및 추모결의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같은 내용이 19대 국회에 또다시 제출됐다. 당시 국방부는 "무공훈장 추서는 전투에 준하는 직무 수행으로 무공을 세운 자에 해당한다"며 무공훈장 수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정부 국방부와 일부 국방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3년 4월 국회 국방위와 본회의에서 마침내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그 이듬해에 보국훈장이 추서되어 김오랑 그 분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지켜드렸던 것은 저에게는 소중한 보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오늘까지도 육사나 특전사에 국비로 그 분의 흉상이나 추모비 하나 세우지 못한 것은 부끄럽다"고도 했다.
유 전 의원은 "11년 전에 읽었던 책 <김오랑>을 꺼내 떨리는 마음으로 다시 읽었다"면서 "그리고 오늘 영화 <서울의 봄>을 김준철 대위와 함께 보면서 한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 것인지, 나는 왜 정치를 하는지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12.12 쿠데타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던 고 정선엽 병장과 고 박윤관 일병을 언급했다. 정선엽 병장은 국방부 제50헌병중대 소속으로 국방부 지하 B-2 벙커를 지키다 반란군의 총격에 전사했고, 박윤관 일병은 수경사 33헌병대 소속으로 국군보안사령부 우경윤 대령의 지휘 아래 정승화 계엄사령관 불법 체포 과정에 동원됐다 공관을 지키던 해병대 경비대와의 교전 과정에서 숨졌다.
유 전 의원은 "이 두 병사도 김오랑 중령과 마찬가지로 각각 진압군과 반란군에 속하여 같은 국군이 쏜 총탄에 허망한 죽음을 맞아야 했다"면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했는데 적과의 교전이 아니라 정치군인들의 쿠데타 속에서 명령을 따르다 전사한 이 병사들의 명예를 지켜드리는 일이 아직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 <서울의 봄>의 날갯짓이 정 병장과 박 일병의 명예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2월 12일 10시 김해 김오랑 중령 흉상 앞에서 열리는 추모식에도 많은 시민들께서 함께해주시면 좋겠다"는 당부도 전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2차 예비경선을 통과한 직후 경남 김해시의 김오랑 중령 추모비를 찾아 "김 중령과 같은 참군인을 예우하는 것이 국가가 진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