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6일 오후 5시 19분]
거제시가 시립화장장 건립 추진을 중단하고 통영화장장 공동 사용방안을 통영시와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거제시는 "통영시와 통영화장장 공동 사용에 대해 양측 실무진 협의를 두 차례 진행했다. 12월까지 행정적 합의는 도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시립화장장 건립 추진은 중단된 상태로 볼 수 있다.
거제시립화장장은 22년 9월 화장장 건립 타당성 용역을 시작으로 올해 5월 장사시설 수급 5개년계획 보건복지부 제출에 이어 6월 건축기획용역을 시작해 10월에 마쳤으며 2028년도 준공을 목표로 거제시가 적극 추진해 오던 사업이다. 특히 박종우 시장의 공약이기도 한 시립화장장 건립 필요성에 시민 90.1%가 동의한다는 설문조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거제시가 시립화장장 건립 추진을 중단하고 통영화장장 공동사용을 논의하고 있는 것은 통영화장장 현대화 완료와 건립 비용 등의 경제성 측면이 주된 이유로 볼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사망자 급증으로 화장장이 없는 거제시민들은 부산·울산 등지로 먼 거리 화장장을 찾아가야 했으나, 코로나 종식과 통영화장장 현대화에 따른 화로수와 성능 증대로 원정 화장 등의 불편함은 없어졌다는 것이다.
통영화장장은 22년 6월에 현대화사업을 완료하며 화로로수 4기를 설치했다. 3기는 일반시신, 나머지 1기는 개장유골 화장용이다. 1기당 1일 3회씩 화장 가능해 일반시신의 경우 1일 총 9회 가능하다. 1년 평균 사망자가 거제시는 1100여 명 정도이며 통영시를 합쳐도 2000여 명 수준으로, 1년 화장 가능 횟수인 3100여 회보다 적다는 게 거제시 설명이다.
거제시는 시립화장장 건립비용도 부담이다. 거제시에 따르면 시립화장장 건립 비용은 약 250억 원 정도이며 국도비를 지원받아도 약 160여 억 원은 거제시가 부담해야 한다.
거제시와 통영시는 화장장 공동사용을 위한 협상을 현재까지 2차례 진행했으며, 통영화장장 건립 비용에 대한 거제시 분담 몫과 화장시설 이용료 조정이 주된 협상 내용이라고 밝히고 있다.
거제시 담당 국장은 "통영화장장 건립 당시 비용 250여 억 원에 대해 거제시가 분담해야 할 금액에 대한 논의와 화장장 이용료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거제시는 통영화장장에 투입된 총 건립비용에서 국비·도비·특별교부금·특별조정교부금과 기타 진입로 개설 등의 비용을 제외할 것과 화장장 사용료는 통영시민과 동일한 10만 원으로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통영화장장 사용료는 통영시민은 10만 원, 거제시민은 80만 원이며 거제시가 거제시민에게 50만 원을 별도로 지원해 주고 있다.
협상 결과는 12월 내에 나올 것이라는 거제시 설명으로 볼 때 행정 간 협상은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협약이 체결되면 시의회 동의와 조례 개정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담당 국장은 "협약 내용이 결정되면 통영시 조례 개정 등 통영시의회 동의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거제시도 시의회 동의 등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만약 양측 시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거제시는 시립화장장 건립을 추진할 것이다"고 밝혔다.
거제시가 적극 추진했고 또 박 시장의 공약이기도 한 거제시립화장장 건립이 통영화장장 공동사용으로 전격 방향을 틀게 된 것은 서일준 국회의원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 의원은 지난 7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립화장장 건립 여론이 많으니 짓는 게 맞다라고 생각하지만 국비가 투입된 통영화장장 화로 4기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합리적 선을 찾는 게 맞지 않냐는 생각에 통영 정점식 국회의원에게 먼저 제안했고, 통영 천영기 시장과 박 시장에게 협의해 볼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자체 필수 시설이라 할 수 있는 화장장 건립에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민 A씨는 "코로나로 사망자 급증할 당시 통영주민에게 5~6회, 거제 및 타 시·군 주민에게는 2~3회 화장회수를 할당해, 인구가 더 많지만 화장장이 없는 거제시민들은 울산 부산 경주 등지로 화장장을 찾아 떠돌았다"며 "화장장은 돈을 벌고자 하는 영리시설이 아니라 존엄과 복리 차원에서 당연히 지자체가 갖추고 있어야 할 시설이다. 화장장 건립 필요성이 절실한 이때, 건립 기회를 놓치면 미래 후회할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영화장장 공동사용 관련해서 양 도시 간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통영시는 화장장 현대화 사업을 통한 신축 건립시 공동사용(화장장, 납골당, 장례예식장)에 따른 사업 지원비에 대해 3가지 안을 거제시에 제시했다.
▲제1안은 전체 사업비(국비제외)의 절반(80여 억 원) 분담 및 화장·봉안·장지 등 모든 시설에 대한 할인 ▲제2안은 38억 원 분담과 화장장·자연장지 할인 ▲제3안은 30억 원 분담과 화장 시만 할인 혜택을 받는 조건이었다.
거제시는 제3안을 수용한다는 의견을 통영시에 회신했으나 통영시의회에서 문제 제기를 했고, 통영시는 15억 원 추가 분담을 요구해 왔다. 협상은 결렬됐고 통영시는 독자적으로 신축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거제뉴스광장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