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건져 올린 보물인 '닻돌'을 분석한 연구보고서가 발간됐다. 이번 연구보고서는 바닷속 경주로 일컬어지는 태안 해역에서 출수된 닻돌을 비롯해 서해중부해역에서 건져 올린 154점의 닻돌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김성배)는 지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서해중부해역에서 건져 올린 전통선박의 닻돌을 종합적으로 분석·연구한 보고서 '한국의 닻돌-서해중부해역 출수품'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닻돌은 전통선박에서 목제 닻과 묶거나 그 자체를 닻으로 사용한 돌로, 국내에서는 2004년 군산 십이동파도선 수중발굴조사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닻돌은 대형 석재로 무겁고 단순한 형태를 하고 있어 청자 등 다른 유물에 비해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닻돌이 확인된 지점, 크기와 무게, 채석산지, 사용연대 등을 분석해 선박의 규모와 출항 시기, 위치, 항로 등을 추정해볼 수 있는 중요한 근거자료가 된다.
닻돌은 지난 2008년 태안 대섬에서 2점이 발견됐다. 당시 주꾸미 발판에 청자가 붙은 채로 발견돼 '주꾸미가 건져 올린 청자'로 유명하다. 태안 마도에서는 141점, 태안 당암포와 꽃섬에서는 각각 1점이 나왔다. 해상 운송 해로 중 가장 험난한 곳인 난행량(難行梁)으로 알려진 근흥면 앞바다인 안흥량(安興梁)에서는 145점이 출수됐다.
인천 옹진 섬엄벌에서 9점이 출수되는 등 서해중부해역 수중발굴에서는 지금까지 총 154점의 닻돌이 발견됐으며, 아직도 바다 속에 훨씬 더 많은 닻돌이 잠들어 있을 것으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판단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한 보고서에는 닻돌에 대한 형태학적 조사, 비파괴 보존상태 진단, 함께 발견된 유기질 유물의 연대분석 등 다양한 분석과정을 통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연구 결과가 담겨져 있다.
닻돌과 함께 발견된 목제 닻과 초본(줄기에 목재를 형성하지 않는 식물) 밧줄에 대한 방사성 탄소연대분석 결과, 서해중부해역에서 발견된 닻돌들은 기원전 2세기부터 삼국시대, 고려~조선시대까지 다양한 시기의 것으로 확인되는 등의 연구 성과도 포함돼 있다.
이 밖에도 첨단 디지털 장비를 이용한 닻돌의 비파괴 손상진단 등 보존과학적 조사 결과뿐 아니라 암석의 재질특성 분석, 닻돌제작 재현실험을 통한 제작기법 확인, 형태에 따른 닻돌의 사용방법 고찰 등 다양한 연구결과도 함께 수록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와 같은 조사 성과를 적극적으로 공유하여 닻돌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확산하고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 나가고, 닻돌에 대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시대별 해상 교류상황과 선박의 규모를 추정하는 등 해양문화유산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