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읍내 중앙시장길의 밤이 조금은 더 즐겁겠다. 맛있는 음식에 술한잔 곁들이며 나누는 진솔한 대화들이 모일 곳 '양산박'이 올겨울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리산과 덕유산 두 국립공원 사이 자리한다는 의미로 지어진 양산박. 특유의 포근함이 느껴지는 실내와 정겨운 분위기의 실외 포장마차 공간에서 새우부추전, 베이컨 감자채전, 제육두부 등 막걸리를 부르는 안주부터 흑돼지 순두부전골, 오뎅탕 등 올겨울 추위를 애틋하게 만들 안주까지 맛볼 수 있는 함양술집이다. 후식으로 즐길 수 있는 대패처럼 썰린 꿀토마토 또한 빠지면 섭섭하다.
귀촌한 부부 3팀(담아드리다, 모우나, 엔조이프로틴)으로 이루어진 함양청년보부상 협동조합이 만들고, 6명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양산박은 함양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읍내 중앙시장길을 달구고 있다.
지난 6일 방문한 양산박에는 귀촌부부 3팀 중 김호일·이유진 부부 그리고 마스코트 고양이 산박이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마천에서 각종 김치류를 만들고 판매하는 '담아드리다'를 운영 중인 부부는 바쁜 김장철과 더불어 양산박의 출발에도 매진하면서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호일·이유진 부부는 지난해 1월 서울살이를 내려놓고 함양으로 귀촌했다.
이유진씨는 "저희가 귀촌을 해서 우연하게 만난 두 부부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친목으로 모임을 하나 만들어서 주기적으로 활동하다가 어떻게 하면 함양에 정착하면서 잘 살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끝에 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협동조합으로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그중 하나가 양산박이 된 것이죠"라고 말했다.
김호일씨는 "위치를 중앙시장길로 잡은 것은 이 시장 상권이 너무 아깝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이곳이 어떻게 보면 전통시장 상권인데 죽어 있고 사람들도 왕래도 안 하고 또 큰 마트 때문에 전통시장으로 잘 오지 않는 추세잖아요. 그래서 이 시장 상권을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한번 살려보자는 취지로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5개월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 11월 오픈하게 된 양산박. 바닥, 벽, 천장 등 인테리어를 손수 작업하면서 준비 기간부터 많은 정성을 들여 만든 만큼 가게에 대한 애정과 기대감 또한 크다.
이유진씨는 "개업하고 함양에 이런 분위기가 있었나라는 반응들이 많았어요. 이곳이 좀 더 핫해져서 사람들이 많이 오고 그러면서 저희가 이렇게 잘하고 있는 걸 다른 젊은 청년들이 보고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점점 중앙시장길을 다양한 점포들로 가득 채우고 싶어요"라며 "양산박뿐만이 아니라 떡볶이집 등이 생길 수도 있는 그런 그림을 그리면서 이 시장 상권을 살릴 수 있도록 기여를 하고 싶은 생각입니다"라고 전했다.
양산박을 기점으로 읍내 중앙시장길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새해를 앞두고 귀촌부부 3팀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김호일·이유진 부부는 남은 연말을 양산박과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올 크리스마스 때도 양산박에 있을 것 같네요. 한 해의 마지막 무렵을 가게 운영에 매진하면서 2023년을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