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는 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글입니다. 언론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써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자말] |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국민의힘이나 그 전신에 해당하는 정당이 집권했을 때는 대체로 공영방송을 매각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거나 시도했는데 그 이유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2012년에는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는 MBC 주식을 기업에 매각하려 했다. 한바탕 소란만 피우고 끝났지만, MBC를 개인 기업이 사유하도록 하는 이른바 '사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지금도 현 집권당을 중심으로 MBC와 KBS2를 사영화해야 한다는 연기를 심심찮게 피우고 있다.
YTN의 경우에는 실행하려는 중이다. 1대 주주인 한전KDN 지분 21.43%, 4대 주주인 한국마사회 지분 9.52%를 묶어서 일괄 매각하려 했다. 입찰 결과 건설자재,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 5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78위 유진그룹이 낙찰되었다. 남은 과정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최대주주 변경 승인 절차다.
이 와중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 탄핵을 피하려고 사퇴했고, YTN 매각은 뜬금없이 '승인 취지의 보류'라며 멈춰 섰다. 승인 취지와 보류라는 말의 뜻을 두고 주변의 해석만 분분할 뿐 방송통신위원회 공식 설명은 더 없다.
국민의힘, 언론 사영화 시도 지속
국민의힘과 힘겨루기하고 있는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나 그 전신에 해당하는 정당에서는 공영매체 사영화에 대한 언급이 뚜렷이 없다. 왜 그럴까? 민주당은 진보고 국민의힘은 보수여서? 아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진보/보수의 대결구도로 놓을 수 있는지가 우선 의문이고 진보는 공영방송 선호를, 보수는 공영방송 혐오를 설명할 어떤 역사적 경험도, 논리도 찾기 어렵다.
공영방송은 말 그대로 공공 즉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기 위한 매체이므로 보수나 진보와 같은 정치 스펙트럼에 따라서 공영방송 호/불호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보수도 진보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데 존재 이유를 두고 있다면, 공명정대한 팩트를 전달해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공영방송을 없애야 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 쪽에서는 공영방송 사영화, 당장은 YTN 사영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첫째는 언론 정상화이고 둘째는 공영방송 매체의 과다이다.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이유다.
언론이 비정상이라면 정상화하면 될 일이지 없애버릴 일이 아니다. 현행 방송 관련 법과 관행을 종합하면 한국의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집권 여당이 장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방송사 경영진을 추천하는 KBS 이사회와 MBC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진은 여당 추천이 과반을 점하게 된다. 더 원천적으로는 이들 방송사의 이사 추천과 감사 임명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송통신위원장이 관할하게 되어 있어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늘 여당의 영향력 아래 놓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YTN도 이번 매각 시도에서 볼 수 있듯이 최대 주주와 주주의 다수가 대통령의 사정권 안에 있는 공공기관이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늘 야당이 된 정당은 여론 지형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비판하다가 자신들의 집권 후에는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에 적극적이었다.
공영매체 비정상 또는 과다? 근거 없어
공영매체의 과다란 주장도 이해하기 힘들다. 세계 많은 나라에서 방송매체가 개인 수중에서 '그들만의 리그'에 봉사해온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당장 한국의 서울신문 매각이 그렇다. 개인 수중에 있는 매체라 할지라도 양심적인 소유주에 의해 공영방송 못지않게 언론매체의 정도를 걷고 있는 사례도 있긴 하지만, 이는 구조와 제도가 만든 공영매체에 비해 영속적인 일관성을 기대할 순 없다. 공영방송은 다다익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YTN 매각의 사전 조처로써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산효율화 계획'에서 밝힌 이유도 엉뚱하다. 한전KDN의 출자를 "(해당 공공기관의) 핵심·고유업무와 무관하고 3년 연속 적자 등 비핵심·부실 출자"로 분류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YTN이 2023년 4월 발표한 '경영실적 보고'에 따르면 2020년부터 3년 연속 당기순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유튜브 구독자 수가 국내 매체 가운데 1위인가 하면 네이버 뉴스 구독자도 지상파 방송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뉴스 신뢰도도 최근 다양한 국내외 조사에서 국내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전KDN도 이런 이유로 YTN 주식 보유가 자신들의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는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
다시 생각해 봐도 공영언론을 없애버리려는 이유를 알기가 어렵다. 그런데도 현 집권세력은 KBS의 힘을 빼기 위해 지난 7월 수신료를 전기료에서 분리해 징수하는 시행령을 유예기간 없이 발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바른 소리를 하도록 만들어진 기관과는 도저히 한패거리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정연구(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명예교수)입니다.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