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 ⓒ 복건우
법원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옛 연인을 찾아가 살해한 '인천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설아무개(30)씨에게 검찰이 1심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설씨의 죄명을 일반살인죄에서 보복살인죄로 바꿔달라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도 허가됐다.
인천지방검찰청은 15일 인천지방법원 형사15부(재판장 류호중) 심리로 열린 5차 공판에서 설씨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설씨는 지난 7월 17일 새벽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연인 관계였던 피해자 이아무개(37)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날 최종의견에서 "설씨가 이씨에 대한 지속적 스토킹 과정에서 법원의 잠정조치를 위반하고 출근 시간 이씨의 집 앞에 찾아가 무방비 상태인 이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계획적 범죄"라며 "피해자의 어린 자녀와 가족이 지금도 너무나 고통받고 있다. 유사 사례와 판례 법리에 비추어 보더라도 보복 목적 살인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과 상당한 유사성이 있다. 스토킹 행위가 있었고 피해자의 신고, 현행범 체포 및 잠정조치 결정, 살해 결의와 범행 도구 준비, 그리고 살인으로 이어졌다"며 "찬란히 빛났던 분인 이씨가 범죄 피해자로만 기억된다는 게 가슴 아픈 일이다. 용기 내어 주신 유족을 존중해 드림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살인, 특수상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설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설씨의 죄명 중 일반살인죄를 보복살인죄(주위적 공소사실)로 바꿔 달라는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서를 인천지법에 제출했다.
검찰은 "설씨는 법원의 잠정조치 결정까지 받게 되자 형사처벌이 현실화되면서 피해자의 신고로 인해 모든 걸 잃게 되었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통해 흉기를 구매하는 등 보복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며 "범행 당일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집 밖으로 나온 피해자가 살려달라고 소리를 치자 흉기를 꺼내 피해자를 찔렀고 피해자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설씨 보복살인 부인... "사형 선고해달라" 최후변론도
설씨는 보복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설씨 측 변호인은 "범행 동기와 관련해 설씨가 연인 관계였던 피해자와 결별하는 과정에서 배신감이나 절망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살인을 마음먹게 된 것이지 형사처벌 신고에 대한 보복 감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설씨도 '피고인의 의견이 변호인과 동일하냐'는 재판부 질문에 "예"라고 짧게 답했다.
검찰 신청을 받아들인 재판부는 직권으로 1시간 반가량 피고인 심문을 진행하면서 설씨에게 이전 직장,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왜 피해자를 살해했냐', '왜 피해자 집에 찾아갔냐'는 재판부 질문에 설씨가 "회사에서 마주치면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을 보였고 사과받고 싶었다"고 답하자, 피해자 유족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설씨는 범행 한 달 전쯤 인천지법으로부터 제2·3호 잠정조치(접근금지 및 통신제한) 명령을 받았으나, 이를 어기고 이씨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이씨는 앞서 6월 2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설씨를 고소했는데, 같은 날 설씨가 흉기를 구입한 뒤 이씨 주변을 맴돌며 동선을 파악하는 등 살해에 보복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 검찰과 유족 측 주장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일반살인은 사형, 무기징역, 5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설씨는 최종변론에서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고인이 된 피해자와 유가족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사형을 선고해 유가족의 두려움을 없애주시고 고인을 위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울먹였다.
공판 직후 이씨의 사촌언니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오늘 피해자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공소장 변경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사형 구형이 내려져서 감사한 마음이다. 재판부가 다음 공판에서 엄정한 판단을 내려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설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월 18일 오후 2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