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에 억류된 자국인 인질 3명을 적군으로 오인해 사살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15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 교전 중 이스라엘군 대원들이 이스라엘인 인질 3명을 위협으로 잘못 식별하고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라고 밝혔다고 AP통신,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그는 "비극적인 실수이고 이스라엘군의 책임"이라며 "해당 지역은 군이 자살폭탄 테러범을 비롯해 많은 테러리스트를 마주치는 지역으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에 있다"라고 덧붙였다.
궁지 몰린 네타냐후 "견딜 수 없는 비극"
이스라엘군은 수색과 검문 과정에서 오인 사격이 발생했고, 인질들의 시신을 이스라엘로 송환해 신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사망한 인질들은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을 때 이스라엘의 한 집단 농장에서 납치된 요탐 하임(28), 알론 샴리즈(26), 사메르 탈랄카(22) 등 모두 2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
하임은 헤비메탈 밴드의 드러머였고, 샴리즈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었다. 탈랄카는 양계장에서 일하던 중 총에 맞아 부상을 입고 납치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내고 "견딜 수 없는 비극"이라며 "슬픔에 잠긴 유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우리의 상처를 싸매고 교훈을 얻어 납치된 모든 이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목숨을 바쳐 인질을 구하겠다는 이스라엘군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시민들, 정부에 협상 촉구
그러나 인질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수백 명의 이스라엘 시민들이 이날 저녁 수도 텔아비브 도심에 모여 이스라엘 정부에 인질 석방을 위한 하마스와의 협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납치된 다른 인질들의 사진과 촛불을 들고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와라", "당장 협상에 나서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주요 도로를 막아섰다.
딸이 인질로 납치됐다는 한 남성은 "정부는 군사적 수단으로 인질을 구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라며 "인질을 살려서 데려오기 위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며 약 240명의 이스라엘인 및 외국인을 인질로 납치해 갔고, 최근 110명을 임시휴전 기간에 풀어줬다. 그러나 휴전 연장 협상이 결렬되면서 교전이 재개됐고 아직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은 사망자 20명을 제외하고 110명 정도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