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미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19일(현지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을 콜로라도주의 공화당 대선 경선 투표용지에서 제외하도록 주 정부에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미국 여러 지역에서 제기된 같은 소송이 대부분 실패했으나, 콜로라도주에서 처음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격을 부정한 판결이다. 미네소타, 뉴햄프셔, 미시간 등에서는 비슷한 소송에서 사법부가 대선 출마 자격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콜로라도주 대법관들은 모두 민주당 주지사가 임명했으며 이번 판결에 4명은 찬성, 3명은 반대했다.
트럼프에 적용된 미 수정헌법 제14조 3항이란?
주 대법관들은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 당일과 그 이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였던 행동이 '내란'으로 인정되며, 미국 수정헌법 제14조 3항을 적용해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수정헌법 제14조 3항은 '어떤 사람도 헌법을 지지하기로 선서한 공직자가 반란에 가담할 경우 다시는 공직을 맡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항소할 수 있도록 이번 판결의 효력을 내년 1월 4일까지 유예하도록 했다. 만약 트럼프 측이 항소하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판결의 효력은 더 미뤄질 수 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가볍게 결론에 도달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앞에 놓인 질문의 무게와 심각성을 잘 알고 있으며, 두려움이나 호의 없이 대중의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법을 적용해야 하는 엄숙한 의무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AP통신은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이 헌법 조항을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후보의 자격을 박탈하는 데 적용한 사례"라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때 콜로라도에서 13%포인트 차로 패배했다"라며 "민주당 성향이 강한 이곳이 내년 대선 승리에 꼭 필요하진 않지만, 이번 판결이 다른 지역의 비슷한 소송에도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위협을 느낄 것"이라고 짚었다.
CNN방송도 "이번 판결은 전국적인 결정은 아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에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측 강력 반발 "즉각 항소할 것"
트럼프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선캠프 대변인 스티븐 청은 "연방 대법원이 이러한 비민주적 소송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놀랍지 않게도 민주당이 임명한 콜로라도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판결을 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대선에 개입하려는 좌파 단체의 계략을 지지했다"라고 비판했다.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이번 판결은 베일에 가려진 당파적 공격에 불과하다"라며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유권자인 모든 시민이 전직 대통령과 공화당 예비선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사람을 지지할 권리가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이번 소송을 제기한 진보 성향 단체 '워싱턴의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은 "미국 헌법은 민주주의를 공격하고 서약을 위반하는 사람은 공직을 맡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라며 판결을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