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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도 45호선 양쪽에 보이는 용인1테크노밸리(오른쪽)와 이동 공공주택지구 예정지 전경.
국도 45호선 양쪽에 보이는 용인1테크노밸리(오른쪽)와 이동 공공주택지구 예정지 전경. ⓒ 용인시민신문
 
경기 용인에서 정부 시책으로 마을이 통째로 사라진 첫 사례는 처인구 이동읍 어비울이다. 어비울마을 수몰의 역사는 지역 주민들의 투쟁 속에 20여 년에 걸쳐 진행됐다.

정부가 농업용수 확보와 관리 차원에서 기초측량조사를 벌이면서부터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일인데, 주민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고 저수지가 완공된 해는 1971년이다.

어비울 마을이 수몰된 후 반세기가 지나 이동읍 마을들이 또다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몇 년 전 개발을 시작한 덕성산업단지로 불리는 용인1테크노밸리나 보상을 앞둔 용인2테크노밸리와 규모 면에서 완전히 다르다.

송전리와 묘봉·어비리를 제외하고 천리, 묵리, 덕성리, 시미리, 화산리 등 5개 행정리가 모두 포함된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공공주택지구가 개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요즘이야 누대에 걸쳐 살아왔던 마을이 택지개발 등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온 당시 주민들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주민들은 '어비울 저수지공사 반대투쟁위원회'를 구성해 저항했다. 청년들이 옥고를 치를 정도로 고향을 지키려는 의지는 강렬했다.

이동면지에는 사라진 어비울 마을의 역사가 담겨 있다. 1970년대 600여 년 전통을 지닌 어비울이라는 공동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대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온 주민들에게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다.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던 주민들에게 1952년부터 1971년까지 20년 세월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시련기였다. 누대로 살아왔던 마을 수몰사 전 과정이 진행된 시기이기 때문이다.
 
 수몰된 어비울 마을이 있었음을 알리는 어비울 실향민 망향정과 영세불망비 비각.
수몰된 어비울 마을이 있었음을 알리는 어비울 실향민 망향정과 영세불망비 비각. ⓒ 용인시민신문

영세불망비 세우고 수몰 역사 남겨

정부 정책에 의해 어비울 저수지 공사 측량이 진행되자 어비울 주민들은 저수지공사반대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생존권 투쟁에 나섰다.

10년간 투쟁이 진행됐지만 정부 시책을 막지 못했다. 어비울 마을 가옥과 시설이 모두 철거된 것은 1969년이었다. 지금의 이동저수지인 어비울 저수지가 준공된 것은 1971년 12월이었다.

통계에 의하면 저수지에 물이 채워지면서 인구 2351명, 가옥 370여 호, 농경지 450여 정보(446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주민들은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떠나야 했다.

대개 외지로 떠났지만 고향과 가까이 살고자 했던 10여 호는 새로운 마을을 만들고 살았다. 묘봉4리가 그곳이다. 나머지 주민들은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10여 년 뒤 실향의 아픔을 달래고 고향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실향민들은 1981년 용어회를 창립하고, 1985년 어비리 옛터 동도사 입구에 '원어비동 유적지 영세불망비'를 세웠다. 영세불망비는 어비울 수몰 역사에 대한 기록이자 향수를 달래기 위해 모이는 실향민들의 상징이다.

실향민들은 영세불망비에 누각을 세우고 실향민 망향정을 설치한 뒤 옛 마을 역사를 걸어놓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망향정과 어비울 용어회가 세운 안내판은 빛이 바래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국가산단 이어 공공주택 계획에 반발

40여 년이 지난 2016년 이동읍 덕성리에 용인시 1호 공공산업단지가 사업추진 10여년 만에 첫 삽을 떴다. 덕성산업단지로 불렸던 '용인1테크노밸리'다.

민·관합동개발방식으로 추진된 용인1테크노밸리는 이동읍 덕성리 364번지 일대 84만㎡에 조성된 첫 공공산업단지다. 용인테크노밸리가 개발되면서 삼배울 마을이 해체되고 '삼배울 동홰놀이'와 같은 전통문화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용인시는 용인1테크노밸리의 성공으로 이동읍 덕성리 596-3번지 일원(덕성1산단 북측) 29만5133㎡에 용인2테크노밸리를 추진하고 있다. 구역 지정 등 행정절차를 거쳐 지난 11월부터 보상을 시작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용인2테크노밸리로 덕성리는 임야와 마을 일부만 남았다. 용인1·2테크노밸리를 모두 합치면 110만㎡가 넘는다. 마을 공동체와 농지가 사라진 규모다.

지난 3월에는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처인구 이동·남사읍 일원 710만㎡(약 215만평)를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했다.

용인시는 용인의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하고 반도체 역량을 키우는 거점이 용인시라는 점에서 반겼다. 하지만 이동읍 덕성·시미·화산리 주민들은 생계를 이어온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어 강력 반발했다.

국가산단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국토부는 지난 11월 이동읍 천리·묵리·시미리·덕성리 일대 228만m²(약 69만 평)를 2034년까지 '이동·남사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배후 주거지로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중앙정부와 용인시에 의해 세 차례에 걸쳐 토지가 수용될 위기에 처하자 주민들은 곧바로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구 지정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용인이동 공공주택지구 주민대책위원회 홍성관 위원장은 "공공주택지구는 역사와 전통을 뿌리채 뽑아버리는 것"이라며 "강력한 투쟁을 통해 지구 지정을 저지해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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