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체감 기온이 영하 15℃까지 떨어진 오후 서울특별시의회 앞에서는 "인권은 폐지할 수 없다"는 시민들의 뜨거운 함성이 추위를 녹였다.
이날 오후 5시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공동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와 학생인권법과 청소년 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주최로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저지하기 위한 집회가 서울특별시의회 앞에서 열렸다.
두터운 외투, 털모자, 목도리와 핫팩으로 무장한 300여명의 시민들은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포기하라"고 힘껏 외쳤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조례 폐지는 반지성과 반교육의 극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참석해 집회 열기를 더했다. 그는 "인권조례 폐지의 근거는 억지이다. 인권조례 폐지에 동의하거나 묵인하는 것은 억지에 무릎을 꿇는 비겁한 행위"라며 "억지에 굴복하고 혐오를 부추겨서 되겠느냐. 이것은 반지성과 반교육의 극치"라고 강조한 뒤 '가장 인권적인 것이 가장 교육적이다'라는 구호를 시민들과 함께 외쳤다.
서울흥인초등학교 임원정 학부모회장은 "학생인권조례는 서울시민 9만7000여명이 자발적으로 발의해서 만든 소중한 것인데 조례를 만든 지 11년이 지난 지금 그것을 없애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학생 인권과 교권은 제로섬 싸움이 아니다. 존중 받아 본 사람이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것이고 학교는 그 연습을 하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에서도 응원이 이어졌다. 경기도민공동대책위원회 송성영 공동대표는 "서울의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고통이 아닌 희망이 되고 사람으로서 권리가 존중되는 학생이 즐거운 학교생활을 이어가야 한다"며 "서울 공대위와 연대하며 반드시 인권조례 폐지를 저지하겠다"고 응원했다.
칼바람 속 거리 행진 뒤 결의문 낭독... 종이 비행기 날려 보내
민중가수 지민주씨 등의 공연이 이어진 뒤인 저녁 6시쯤 시민들은 매서운 바람과 함께 어둠이 내린 거리로 나섰다. 도시건축전시관~동화면세점~일민미술관으로 이어진 행진에서도 시민들은 "시의회는 인권조례 폐지를 즉각 중단하라"고 외치며 퇴근길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줬다.
대입준비생 민서연씨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겠다는 어른들이 실망스럽다"며 "이는 학생과 교사들을 편가르고, 서로 싸움을 부추기려는 의도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며 조례 폐지에 강하게 반대했다.
행진을 마친 대책위와 시민들은 서울특별시의회 앞으로 돌아와 함께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서울시학생인권조례가 보수 정권의 정치 선동과 서울시의회 여야의 정치적 야합 앞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왜 서울시의회는 서울시학생인권조례가 만들고 있는 인권이 중심에 선 민주적인 학교의 변화를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낭독을 마친 뒤 시민들은 유인물로 접어 만든 노란 종이비행기에 인권조례가 지켜지길 원한다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시의회로 날려보냈다. 이날 집회는 오후 7시에 끝났다.
시의회, 내일 특위 연뒤 오후에 본회의... "날치기 할수도"
한편 이날 서울시의회는 오전과 오후에 인권권익향상특별위원회 회의를 1회씩 열어 조례폐지 법안 상정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의회 임종국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조례폐지안을 누가 발의했고, 어떤 내용인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일단 오늘 특위에서 상정은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일 오전 특위가 개최될 예정이어서 내일이라도 날치기 통과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