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양당 대표로서는 처음으로 한 자리에서 만났다. 비공개 자리에서는 이태원참사 특별법안과 전세사기 구제 법안 등 현안 법안 관련 논의와 함께 선거제 결정 관련 대화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자리에서 만큼은 '협력'을 강조하는 환담이 이어졌다. 파란색 넥타이를 한 이 대표가 빨간색 넥타이를 한 한 위원장에게 "악수라도 한 번 할까요, 반갑습니다"라고 손을 건네는 모습도 보였다. 한 위원장도 이 대표의 발언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였다. 비공개 만남은 15분가량 이뤄졌다.
29일 오후 4시 민주당 대표실을 찾은 한 위원장은 "급작스레 취임하게 돼 굉장히 경황없는 상황에서 말씀을 올렸는데 흔쾌히 일정을 잡아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전한 뒤 "여당과 야당을 이끄는 대표로서 서로 다른 점도 많이 있지만 국민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공통점을 크게 보고 건설적인 대화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한 위원장에게 "일국의 집권 여당을 대표하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아마 큰 포부도, 앞으로의 계획도 있을 것"이라면서 "비대위원장이라는 직함이 표현하는 것처럼 국민의힘이 일종의 비상상태라고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 국민에게도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도 분명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우리가 비록 약간 다른 입장에 있어도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은 국민이 맡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된다"고 했다.
이재명 "가치적으로 대립되지 않는 한, 최대한 협조"
이 대표는 이어 "하실 수도 있는 일, 하고자하는 일을 제안하면 우리가 가치적으로 대립되지 않는 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여야 논의와 국회 처리가 시급한 현안 관련 법안들을 거론했다. 두 가지였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같은 날 오전 앞서 한 위원장에게 오는 9일 여야 합의 처리를 위한 협력을 요청한 이태원참사 특별법안, 그리고 '선구제 후구상'을 골자로한 전세사기 특별법안이었다.
이 대표는 한 위원장이 법무부장관 이임식 당시 '서민과 약자 편에 서고 싶다'고 한 발언을 인용하면서 "국민의힘, 민주당이 해야할 제일 중요한 일,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일, 대한민국 미래를 더 밝게 개척하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 아니겠나"라면서 "정치를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미래에 대해서도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이 대표를 만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 법안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례를 드신 거고, 서로간 진행되는 민생 법안들이 있으니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논의하자는 이야기였다"라고 일축했다. 면담 직후 '특검 관련 이야기가 나왔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특검의 'ㅌ'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만남 자리가 종료된 직후 관련 법안에 대해 "명백한 악법"이라며 재차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김건희 특검' 법안에 대해선 "(면담 중) 특별히 (이야기) 없었다"면서도 "(법안 통과 시) 그 법에 대한 거부권은 국민을 위해 당연한 것이고 그 이후 절차나 대응은 상황을 보고 당에서 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선거법 관련 대화에 대해 "선거제도 같은 부분은 (양당이) 무용한 힘겨루기, 감정싸움을 하지 말고 결정할 게 있으면 저랑 둘이 신속하게 결정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만남 직후 취재진과 만나 "현 상황을 공유하는 정도였다"고 밝혔다.
한편,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태원참사 특별법 협상 관련 내용을 전하면서 "(양당간) 조사 위원회 범위와 조사 방식에 이견이 있으니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우리 당(국민의힘)도 검토해보고, 민주당도 말씀을 주셨기에 (이태원참사) 유족 분들이 최대한 추위에서 고생하지 않게 양당이 이야기해 빨리 해결 해보자는 정도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