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동해안을 제외한 전국에서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라는 기상청 일기예보를 듣고 해맞이 장소를 바꾸기로 했다.
최대한 동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백두대간의 허리인 강원도 암반데기로 정했다.
예년 같으면 오전 7시에 출발해도 되는데 오늘은 1시간 앞당겨 오전 6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바닷가로 가는 것보다 1시간은 더 일찍 출발해야 한다.
물을 끌여 보온병에 담는다. 어제 만든 김밥과 컵라면을 챙긴다.
높은 곳에 오르면 낮게 가려진 구름 사이로 둥근 해가 얼굴을 보여 줄지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안반데기로 향했다.
암반덕은 해발 1100m로 사진작가들에게는 일출의 명소로 알려진 장소다.
새벽까지 내린 눈으로 오르기가 쉽지 않다. 서너 대의 차량은 포기를 하고 가던 길을 되돌아온다. 몇 번이고 오르기를 포기하려다가 정초부터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다짐하면서 정상까지 올랐다.
이미 많은 차량이 주자장을 가득 메웠고 해를 찾아서 각자의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다.
오전 7시 20분, 30분, 40분이 지나도 붉게 얼굴을 내밀어야 할 해는 보이지가 않는다.
여기저기서 아쉬움을 토로한다. '오늘은 나오지 않으려나 봐', '아니야 조금 더 기다려', '이곳은 높은 지대라서 더 늦게 나올 거야!'
그 가운데 한 아이가 외쳤다.
"아빠, 해는 반드시 떠오를 거야, 구름에 잠깐 가렸을 뿐이야. 나올 때까지 기다려!"
그 아이는 반드시 해는 떠오른다는 진리를 가족에게 각인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가족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어제부터 서울에서 와서 기다리고 있었단다.
"아빠가 장사를 하다가 실패했어요. 다른 일을 찾고 있는데 아빠에게 용기를 주려고 일출을 가족끼리 보러 왔어요. 지금은 해가 보이지 않지만 기다리다 보면 떠오를 거예요. 우리 아빠도 언젠가는 떠오르는 태양처럼 새롭게 성공할 겁니다."
그 어린아이의 바람처럼 아빠가 성공하기를 바랄 뿐이다.
해는 솟아나지 않았지만 한 가족에게서 희망의 태양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은 2024년 희망을 떠오르게 한 안반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