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궁도의 전설 박해동(65) 명궁이 대한명궁회 중심에 우뚝 섰다.
박해동 명궁은 지난달 16일 경남 의령 홍의정에서 있었던 2023년 대한명궁회 정기총회에서 회원들의 추대로 회장으로 선출됐다. 명궁 호칭은 궁도 5단 이상의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주어진다. 전국에는 수백명의 명궁이 있지만, 현재 대한명궁회에 소속된 회원은 205명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궁도를 이끄는 중심 중 한 축이다. 박해동 신임 회장은 "실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한명궁회 위상에 걸맞는 사업들을 힘있게 추진해 남해 궁도의 자존감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류민현 남해군궁도협회장은 "이번 박해동 명궁의 대한명궁회 회장 선출은 박 명궁이 대한민국 궁도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확인한 일이며 아울러 남해군 궁도협회의 힘과 저력을 보여 준 큰 경사"라는 말로 박 회장의 새로운 행보를 축하했다.
2019년부터 4년간 9단 명궁회 회장을 지내고, 이번에 대한명궁회 회장으로 추대된 박해동 궁사가 임기 2년을 마치고 어떤 행보를 걸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레전드는 지금 후배양성 중
박해동 명궁은 대한민국 궁도계의 전설(레전드)이다. 대표적인 업적이 '17순 연속 몰기'다. 1순은 5시(다섯발)이고, 5시 모두를 과녁에 명중시키는 것을 몰기(5시5중)라 한다. 이를 17번 연속으로 했다는 의미다. 쉽게 풀면 85발 쏴 모두 명중했다는 것이다. 그날 대회에서 어둠이 내리지 않았다면 100발 100중도 가능했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 경남의 한 활터에 가면 그 고장 출신 궁사의 9순 연속 몰기 기념비가 있다고 하니 박 명궁의 17순 연속 몰기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짐작이 간다.
박해동 명궁은 요즘 직접 대회에 출전하는 일보다 후배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이미 명궁 반열에 오른 이성춘(7단)과 김창근(5단) 궁사 외에도 최종석(2단) 궁사 등 열정적인 후배들을 지도하는데 관심이 많다. 아울러 활과 화살을 직접 만드는 일에도 집중하고 있다.
박해동 명궁이 활을 잡은 것은 33년 전 1991년이었다. 당시 무리하게 일을 한 탓이었는지 걷는 것도 힘들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혼자 걷는 것이 힘들었던 탓에 딸의 손을 잡고 오르던 남산에서 궁도를 접했다. 한 해 두 해 하다 보니 건강을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실력도 쑥쑥 늘어 살아가는 즐거움도 함께 얻었다고 한다.
박 명궁은 "궁도는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언제든지 할 수 있고, 나만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운동"이라 강조한다. 아울러 "궁도인들은 모두 허리가 꼿꼿하다. 몸과 마음을 모두 다스릴 수 있는 만큼 많은 분들이 이 꽃길을 함께 걸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해시대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