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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원시 화살벌레 티모레베스티아가 다른 해양 절지동물 무리를 사냥하고 있는 재구성도. ⓒ Robert Nicholls
▲ 캄브리아기의 시리우스 파셋 해양생태계 재구성도 거대한 원시 화살벌레 티모레베스티아가 다른 해양 절지동물 무리를 사냥하고 있는 재구성도. ⓒ Robert Nicholls
ⓒ 극지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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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년 전 지구 바다에서 생태계 진화를 이끈 최상위 포식자가 동물플랑크톤의 일종인 거대 '화살벌레'였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4일 "북극에서 찾은 화석을 분석해 화살벌레의 과거 모습을 규명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박태윤 극지연구소 박사가 주도하고 영국·덴마크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북위 82도에 위치한 북그린란드 시리우스 파셋(Sirius Passet) 화석산지에서 평균 길이 10~15cm, 최대 30cm에 이르는 원시 화살벌레 화석 13개를 찾았다.
 
화석산지에서 극지연구소 연구진이 화석을 채취하고 있는 모습.
▲ 북그린란드 시리우스 파셋 화석산지 화석산지에서 극지연구소 연구진이 화석을 채취하고 있는 모습.
ⓒ 극지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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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그린란드 시리우스 파셋 화석산지는 2022년 국제지질연맹(IUGS)에서 세계 100대 지질유산으로 선정한 곳으로, 현재 극지연구소만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현장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화살벌레의 경우 현생 바다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동물플랑크톤이지만, 그동안 진화 과정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3cm 미만의 현재 크기로 비추어 미세 플랑크톤들을 잡아먹는 하위 포식자였을 것으로 추정됐었다. 
 
A. 가장 큰 원시 화살벌레 티모레베스티아의 표본. 
B. 화석의 형태 해석 그림. 
C. 여러 화석을 통해 3차원 모델로 재구성한 티모레베스티아의 내부 형태. 
D. 화석을 통태 유추한 티모레베스티아 모형
▲ 신종 거대 원시 화살벌레 티모레베스티아의 모습 A. 가장 큰 원시 화살벌레 티모레베스티아의 표본. B. 화석의 형태 해석 그림. C. 여러 화석을 통해 3차원 모델로 재구성한 티모레베스티아의 내부 형태. D. 화석을 통태 유추한 티모레베스티아 모형
ⓒ 극지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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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 공동연구팀은 거대 원시 화살벌레 화석 내부에서 다른 절지동물들의 파편 화석들을 발견했고, "약 5억 년 전 화살벌레가 다양한 해양 동물들을 잡아먹던 거대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했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학계에 보고된 적 없는 이 신종 화석에 취식 특징을 고려해 '티모레베스티아-코프리아이'라는 라틴어 학명을 붙였다. 티모레베스티아(Temorebestia)는 '공포스러운 괴물'을, 코프리아이(kopri-i)는 연구를 주도한 극지연구소의 영문 이니셜(Korea Polar Research Institute, KOPRI)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A. 티모레베스티아의 모식표본. 
B. 화석 표면의 탄소 분포를 보여주는 것으로, 내부 장기 등을 찾아내는데 활용된다.
C. 화석표면의 인 분포를 보여주는 그림. 
D. 화석 표면의 굴곡을 보여주는 이미지. 
E. 탄소맵을 바탕으로 해석한 티모레베스티아의 내부구조.
▲ 전자현미분석기를 통해 얻은 티모레베스티아의 모습 A. 티모레베스티아의 모식표본. B. 화석 표면의 탄소 분포를 보여주는 것으로, 내부 장기 등을 찾아내는데 활용된다. C. 화석표면의 인 분포를 보여주는 그림. D. 화석 표면의 굴곡을 보여주는 이미지. E. 탄소맵을 바탕으로 해석한 티모레베스티아의 내부구조.
ⓒ 극지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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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는 전자현미분석기(Electron Probe X-ray Microanalyzer, EPMA)를 활용한 화석 표면 분석 기술이 쓰였으며, 이는 극지연구소에서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다. 이 전자현미분석기는 최대 5억2000만 년 전 생물의 내부 장기와 근육 다발 구조 등을 찾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박태윤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5억 년 전 화살벌레는 먹이를 씹어 먹는 다른 포식자들과 달리 통째로 삼키는 최초의 포식자로 추정된다"면서 "먹잇감들이 '공포스러운 괴물'을 피해 어떤 생존 전략을 꾀했을지, 당시 생태계 진화 양상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태그:#극지연구소, #화살벌레, #생태계진화, #포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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