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문재인 정부 때는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을 지냈던 박재현 인제대학교 교수(재난방재학)가 정치에 나선다.
박 교수는 <세상에 행복을 수놓다>라는 제목의 책을 내고 오는 6일 서울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박 교수는 아직 입당하지는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으로 오는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선거에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 지역구에 나설지 아니면 비례대표로 출마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박재현 교수는 5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정치를 하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 "기후위기 시대에 적극적인 물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 능력은 곧 국가 존재와 거의 같다. 홍수, 혹서, 혹한, 극한 가뭄 등에 대한 대응과 대책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정치로 나가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라고 답했다.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사업에 대해,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 때 추진했던 '자연성 회복'으로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물 정책에 대해 그는 "정권에 따라서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라 국가 미래,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이 추진될 당시 낙동강 창녕함안보의 관리 수위를 낮출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당시 이명박 정부에서 하려고 했던 높은 수위로 할 경우 인근 지역의 침수 우려를 제기했고, 이는 정책으로 받아들여져 수위를 낮추는 계기를 만들었다.
박재현 교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세계를 리더하는 대한민국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적극적인 물관리 정책 필요, 목소리 낼 사람 있어야"
- 오는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는 것인지?
"나설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에 입당은 하지 않았고, 인재영입 형태로 들어가려고 진행 중이다."
- 지역구 출마인지?
"비례대표 출마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비례대표 관련 규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고 있다. 지역 출마를 한다면 중앙당에 일임을 하려고 한다. 지금 제가 어느 지역으로 출마하겠다고 하면 중앙당에 부담이 될 것 같기도 하다."
- 지금까지 학계에 있었는데 정치에 나서게 된 계기가 있다면?
"그동안 정책 관련해 여러가지 제안도 하고, 실제 국가 정책으로 채택이 되어 진행이 되고 있는 것도 있다. 특히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으로 가서 정책이 현장에서 적응되는 부분도 경험을 해보았다.
기후위기 시대에 적극적인 물관리 정책이 필요하다. 앞으로 더 급격하게 변할 물 관련 환경과 관련해 정책 단위에서 이야기를 하고, 행정으로 가서 움직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되면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하는 대한민국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을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 능력은 곧 국가 존재와 거의 같다. 홍수, 혹서, 혹한에다 극한 가뭄에 대한 대응과 대책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정책 단위에서 머물러 있게 되고, 기간이 걸리다 보면 진행이 되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부분도 있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서 정치로 나가서 거기에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현 정부의 평가는?
"굉장히 답답하다. 지난해 중부 지역과 경북 북부 지역에서 물난리가 났다. 그런데 경보나 방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굉장히 큰 위기다. 대한민국의 위기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을 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딱히 없다. 고작해야 댐 건설과 준설 정도이다. 댐 건설이나 준설로 모든 물관리 문제를 해결할 정도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들이 있기에 우리의 시설이나 역량을 결집하고 최적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한 부분을 해나가려면 단순히 정치인 수준에서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앞서서 이야기하고 이끌어 나가는 게 시대적 과제라고 본다."
- 기후위기 대응 관련해 민주당은?
"의원 개인과 이야기를 해보면 여러 방안을 갖고 있으나 정당 차원의 대안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여야 양당이 마찬가지다. 양당이 정책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측면도 있다. 국회가 행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통해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 관련 정책에 대한 갈등, 정치를 통해 풀고 싶다"
- 책은 어떤 내용인가
"책 제목이 <세상에 행복을 수놓다>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을 3년 하면서 내걸었던 구호이기도 하다. 수를 놓다는 것은 실로 하는 것도 있지만, 물 수(水)자와 함께 중어적인 의미가 있다. 세상에 행복을 수놓는데, 물을 통해서 행복을 수놓겠다는 뜻이다. 물은 세상에 행복을 준다. 먹는 물이 있고, 산업용수는 일자리는 만들며, 자연 환경을 보존해 내는 중요한 매개체가 물이다.
그런 물이 중요하다는 관점을 담았다. 수자원공사 사장으로 있으면서 했던 주요한 일들이나 고민했던 부분들이나 정책들, 부족하다고 했던 부분들, 거기다가 비전으로 가져갈 부분까지 포괄적으로 담은 책이다. 물 전문가가 수자원공사 사장으로 가서 이루어냈던 성과와 그 과정, 거기에 있는 물 관련 정책 방향. 미래 방향을 제안한 책이다."
- 출판기념회를 서울에서 하는 이유는?
"정치인들이 책을 내고 지역구에서 행사를 많이 하던데, 저는 지역구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지역에 간다면 그 지역에서 정치 활동을 해온 분들한테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제가 현재 몸 담고 있는 김해 인제대 대강당에서 할 수 있으나,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특정 지역에서 하는 것보다 서울에서 하는 게 오히려 낫다는 생각을 했다."
- 정치나 출마 관련해 주변에서 자문을 받거나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은?
"경남에서는 김정호 의원(김해을)이 있고, 중앙에서는 우원식 의원을 비롯한 여러 정치인들이 있다. 우원식 의원은 제가 수자원공사 사장일 때 국회 환경노동위원으로 활동하고, 4대강사업 반대 때부터 같이 활동을 해왔다. 이해도 높고, 물 관련 정책 방향을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출마에 대해 공감하면서 적극 밀어주는 편이다."
- 4대강 사업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4대강 사업 관련 사안을 정치 문제로 자꾸 만들려고 하면 안되고, 국가 미래라는 전략을 놓고 판단해야 한다. 4대강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단위를 놓고 볼 때 현재와 같은 방법이 지속가능한 것이냐. 답은 아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자연성 회복의 방향으로 가야 가능해진다. 정권에 따라서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라 국가 미래,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자연과 인간은 생존, 공존해야 한다. 다시 문재인정부 이전으로 원상복구하겠다는 것은 지속가능한 게 아니다. 장단점이 있다면,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아예 이전으로 되돌리겠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근시안적이다. 정치적인 관점에 매몰되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넓고 멀리 내다 보면서 지속가능성을 전제를 놓고 자연성 회복으로 가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 정치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잘 될 수도 있고 잘 안될 수도 있지만 정치를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대학에서 20여 년간 물 관련 정책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했던 부분에 대한 갈등을 정치로 적극 풀어보려고 한다.
많은 시민이 응원해 주시면 고맙겠다. 기후위기 시대에 대한민국이 세계를 혁신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하고, 이는 곧 우리한테 기회가 될 것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세계를 리더하는 대한민국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