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동해시 묵호는 조선시대 때 동해안의 작은 어촌으로 시작해 1964년 국제항으로 승격된 곳이다. 동해안 제1의 무역항으로 삼척과 양양에서 나오는 석탄과 시멘트, 동해안의 수산물 등을 실어 나르던 배가 700~800척이 될 정도로 왕래가 활발했던 곳이기도 하다. 묵호는 옛날부터 오징어와 명태가 유명한 지역인 만큼, 지금도 가끔 길가에서 명태 말리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묵호는 한때 왕래가 활발했지만, 점차 오징어와 명태의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인적이 드문 도시로 변해 갔다. 최근에는 이른바 '동해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아 젊은 층이 묵호를 많이 찾기도 하지만, 겨울철에는 특히 그 발걸음이 더 적다. 그러나 한편으론 사람의 발걸음이 적기 때문에 여유롭고 한적하게 묵호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다. 지난 11일, 고즈넉한 묵호의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묵호역에서 출발해 묵호항을 지나 20분 정도 발걸음을 옮기면, 논골마을 초입부가 나온다. 여기서 논골담길의 '논골'은 오징어와 명태가 많이 잡히던 30~40년 전, 물에 젖은 길이 물을 댄 논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옛날 길의 모습이 사라지고 시멘트로 포장됐지만, 길 바로 옆으로는 논골마을의 옛이야기가 담긴 벽화가 그려져 있다.
논골담길 벽화를 따라 몇 분간 더 걸으면 동해와 묵호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야경 명소에 도달할 수 있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 빛나는 어선 불빛과 조그만 마을의 가로등불은 묵호 야경만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편, 묵호등대까지 이어지는 논골담길을 쭉 따라가면, 한국관광공사가 꼽은 2023~2024년 한국관광 100선 중 하나인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해랑전망대에 도달할 수 있다. 이곳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동해의 모습과 해가 진 후의 야경 또한 묵호에서만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경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