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학 예술마을 도서관에 두 명의 꼬마 숙녀가 찾아왔다. 아이들은 '예술을 쓰다.'라는 도서관 방문객 참여 코너에 앉아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해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여기서 뭐 해?"라는 내 질문에 아이들은 "네, 그림책 만들고 있어요."라며 도서관에 있는 메모지를 자르고, 그림을 그리며 풀을 붙이는 등 바쁜 모습이다.
"그렇구나!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로 왔어?"
"네! 여기 학교 입학하는데요. 오늘 오라고 해서 왔어요."
아이들이 다닐 학교는 지원자가 몰려 추첨으로 입학을 결정하는 제법 인기 있는 학교이다. "그럼, 구슬 뽑기를 누가 했어?"라는 이어지는 질문에 아이 두 명 모두 엄마가 추첨했다는 답이 돌아온다. "엄마가 기분이 좋아 막 뛰고 그랬어요.", "우리 엄마는 고함을 질렀어요."라며 경쟁하듯 당시 반응을 전한다. 나이를 초월해 원하는 무엇인가가 이루어졌을 때 사람들은 몸짓과 소리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날 아이의 엄마들은 기쁨으로 가득한 에너지를 발산한 듯하다.
유치원도 같이 다녔다는 두 꼬마 숙녀들은 아마 3월 새봄이 오면 똑같은 교복을 입고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을 것이다.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의 힘찬 출발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초등 임용 고시 2차 준비를 위한 소모임 학습에 참여하는 자녀를 따라 논산에서 전주를 오가고 있다는 한 어머니도 만났다. 이 분은 "도서관이 너무 좋아 전주에서 살고 싶네요"라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자녀의 그룹 스터디로 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 어머니에게 괜찮은 도서관의 발견은 사막의 오아시스만큼 반가운 만남이 분명하다.
도서관 자원 활동가로서 나의 일상은 도서 정리와 화초 관리가 주된 일과이다. 가끔은 도서관을 찾는 방문객에게 도서관을 소개하고 담소도 나눈다. 자녀의 시험 준비에 동행한 아주머니에게 도서관에 대한 설명과 주변의 관광 정보, 주변 몇 군데의 식당을 알려드렸다.
어쩌다 방문한 도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역민이 전해 주는 자그마한 정보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을 것이다. 도서관 자원 활동가가 전해 주는 작은 친절함이 주변 여러 사람에게 전달되어 여러 사람이 내 고향을 찾아주면 좋겠다.
며칠 뒤 논산에 산다는 앞선 어머니께서 삶은 달걀과 귤을 가지고 다시 오셨다. 작은 친절에 고마움을 전하는 방문객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만남의 선순환이 이어지는 하루가 되어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다. 나만의 특별한 경험을 넘어 우리 모두가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끼고 전하는 일상이 되면 어떨까? 가끔은 예기치 않은 우연한 만남 덕분에 삶은 풍요롭고 즐거움이 넘친다.
내가 봉사하는 아파트 작은 도서관에도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다. 지난 11월 말 제출한 우리 도서관 사업 실적이 좋은 평가를 받아 2024년 시립 작은 도서관 운영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도서관 운영을 위한 경제적 지원으로 도서 구입과 프로그램의 진행 등 도서관 운영이 훨씬 원활해질 것이다. 도서관의 긍정적 성과는 오랜 시간 동안 투자한 시간적 노력과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도서관 개관을 위해 뭉친 선량한 사람의 희생으로 얻어진 결과였다.
2023년 12월 아파트 작은 도서관 연말 모임을 했다. "관장님이 도서관을 잘 이끌어 주어서 도서관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홍보물 제작과 결산 등 꼼꼼하게 챙긴 간사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화초를 잘 가꾸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등 평가회는 서로가 칭찬하고 셀프 칭찬하는 칭찬의 만찬장이었다. 작은 도서관 개관과 운영에 진심이었던 우리는 충분히 칭찬받을 일을 했다.
기쁜 일은 연거푸 찾아왔다. 마을 도서관이 2024년 순회 사서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2024년 2월부터 11월 말까지 10개월간 사서 선생님이 우리 도서관을 지원한다. 2023년의 도서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새해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도서관 운영 위원 모두가 가진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다행히 도서관 운영의 전문가인 사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게 되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경구가 빈말이 아니었다. 아파트 도서관은 3명의 새로운 자원 활동가와 사서 선생님의 든든한 지원으로 알찬 한 해를 보낼 것이 틀림없다.
'항상 날씨가 맑으면 사막이 된다.'라는 스페인 속담과 같이 아파트 작은 도서관에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도서관의 회계와 홍보물 제작에 큰 힘이 됐던 간사님이 새해 들어 개인 사정으로 도서관 운영에 더 이상 참여할 수 없게 됐다. 개인적으로 축하할 일이나 도서관 운영에는 분명히 마이너스다.
여러 고난 속에서도 지난 일 년을 버티고 자랑스러운 성과를 낸 우리 도서관의 저력을 믿는다. 잠깐의 어려움은 있겠으나 도서관은 변함없이 잘 운영될 것이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이 작은 도서관을 오고 간다. 배움에 목마른 시선과 참여로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삶이 풍부해지고 앎의 열매가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