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갑천에서 멸종위기종인 잿빛개구리매와 큰말똥가리가 월동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7일 오전 유성구 전민동 갑천 탑립돌보에서 먹이주기 및 모니터링을 하던 중 잿빛개구리매와 큰말똥가리를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두 종 모두 멸종위기종이며 대전에서는 최초로 확인된 맹금류다.
잿빛개구리매는 대한민국 전역에서 월동하는 겨울철새다. 버드나무 등이 있는 넓은 갈대밭 등의 초지에서 주로 발견되며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큰말똥가리 역시 대한민국 전역에서 월동하는 겨울철새다. 과거에는 남부지방에서 크게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매우 희귀한 철새가 됐고,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이처럼 대전의 갑천과 3대 하천에서는 최근 꾸준히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조류와 희귀종이 서식하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대전의 하천이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겨울 철새, 다시 돌아오는 중"
대전환경운동연합은 "2008년 4대강 정비사업으로 대규모 준설과 하천개발이 이루어진 이후 사라졌던 겨울철새들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고방오리와 청머리오리, 홍머리오리, 혹부리오리 등 다양한 월동조류도 이번 모니터링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10여 년 전 훼손됐던 하천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조류 뿐만 아니라 오리류들의 월동이 확인 되고 있는 것"이라며 "하중도와 모래톱, 자갈밭 같은 비오톱이 다양하게 유지되고, 갈대와 같은 초지가 복원되면서 생물들이 다양하게 서식할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하지만 대전시는 이렇게 자리를 찾아가는 하천에서 다시 대규모 준설을 예고한다"며 "지난해 33곳을 준설한다는데, 이는 다시 찾아오는 철새들과 맹금류들에게는 생명의 위협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끝으로 "대규모 준설로 홍수를 예방한다는 건 허상에 가깝다. 장기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고, 실제 예방효과도 거의 없다"며 "잿빛개구리매와 큰말똥가리 등 멸종위기 조류, 그리고 얼마 전 확인된 노랑부리저어새의 안전한 서식을 위해 준설은 지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