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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스토킹살인사건 피고인 설아무개씨가 18일 오후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직후, 유족이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인천 스토킹살인사건 피고인 설아무개씨가 18일 오후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직후, 유족이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김화빈
 
"(징역) 25년?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그때 되면 (피해자의 자녀인) 우리 조카가 몇 살인데. 동생(피해자)도 못 지켜줬으면서... 지금 OO이가 너무 보고 싶어요." - 인천 스토킹살인사건 피해자 사촌언니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옛 연인을 살해한 인천 스토킹살인사건 피고인 설아무개(30)씨가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유족은 "범죄피해자 가족을 지켜주지 못한 판결"이라며 앞서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에 항소를 요구했다.

인천지법 제15형사부(재판장 류호중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2시 30분 열린 설씨의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5년, 20시간 스토킹 처벌 치료프로그램 이수, 15년 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판결했다(보복살인, 살인,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재판부는 "피해자는 출근길에 갑작스럽게 공격받고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됐는데 범행 당시 두려움과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하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모친 또한 범행을 막다가 손가락과 손목에 부상을 입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피해자의 딸도 엄마를 잃은 슬픔과 정신적 고통이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찾아갔다는 피고인은 사망 전 피해자로부터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도 재차 범행했다"며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것을 볼 때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추가기소한 보복살인 혐의도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스토킹 신고 때문에 살해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스토킹 신고 이후 법원으로부터 잠정조치를 결정받고 흉기를 구입한 것은 분명하다"며 "관련 신고가 제한적으로나마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며 보복 목적으로 살해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 자녀가 범행 장면을 목격했다거나 피고인이 자녀가 지켜보는 가운데도 범행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어 형벌 가중 요소로 포함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처벌받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다른 보복 범죄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거나 영구 격리하기는 어렵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설씨는 고개를 숙인 채 별다른 움직임 없이 선고 내용을 들은 뒤 법정을 빠져 나갔다. 

유족 "검찰, 즉각 항소해달라"

당초 일반살인 혐의만 적용해 설씨를 재판에 넘겼던 인천지검은 이후 보다 높은 형량의 보복살인 혐의를 추가했다. 그러면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주환(33)씨의 사례를 참고해 설씨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관련기사 : '인천 스토킹 살해범' 사형 구형... '보복살인'으로 공소장 변경 https://omn.kr/26rn4)

법원은 설씨의 범행을 보복살인으로 인정하면서도 ▲ 범행 후 은닉 또는 도주한 시도가 없던 점 ▲ 피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것으로 보이는 점 ▲ 공소장 변경 후 추가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전씨 정도의 형을 선고하진 않았다. 

유족은 이날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보복살인 증거를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사촌언니 A씨는 선고 직후 법원 복도에서 한참 눈물을 흘렸다. 그는 "더 이상 무엇을 더 증명하라는 거냐"며 주변 사람들의 옷을 붙잡고 오열하기도 했다. 

애써 울음을 멈춘 A씨는 취재진 앞에 서서 "피고인이 세상에 나오면 저희 조카한테 똑같은 짓을 저지르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며 "그게 가장 우려스러워 무기징역 이상이 선고되길 바랐는데 (재판부는) 유족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이 앞에서 살인을 저지른 피고인은 감형을 받으려고 (재판 과정에서) 조카를 호명하며 '사형 내려달라'고 연극을 했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 같아 화가 난다"며 "산책을 나온 아이(조카)가 잘 놀다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우리 엄마 죽었다'고 세 번을 외쳤다. 아이가 (범행 당시 상황을) 인지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재판부는 '목격하지 않았다'고 하니 너무나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무조건 항소를 하기를 바라며 그동안 저희가 주장했던 점을 입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설씨는 지난해 7월 17일 오전 6시께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연인이었던 이아무개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피해자의 비명을 듣고 나와 범행을 말리던 어머니도 양손에 자상을 입었다.

#인천스토킹살인#보복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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