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청 제공. ⓒ 충북인뉴스
지난 18일, 충북 도내 58개 고등학교 교장이 그랜드 플라자 청주호텔에 모여 '조화롭고 균형 잡힌 학력 신장을 위한 일반고 학교장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은 ▲윤건영 교육감 인사말(40분) ▲신입생 입학 전 교육과정 운영사례(30분) ▲일반고 학력신장 정책 발표(30분) ▲공주사대부고 학교장 특강 순으로 진행됐다.
워크숍의 핵심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충북교육청은 수능에 올인하겠다'이다.
조화와 균형은 정시와 수시(학생부종합전형)의 조화·균형을 뜻하고, 수시(특히 학종)에 집중하던 충북의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정시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윤건영 교육감은 "고등학교 아이들이 (교실에서) 내신 가지고 싸우지 말고 1학년 때부터 스터디를 만들어 수능을 잘 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더 넓은 대상을 가지고 경쟁을 하면 얼마나 좋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장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수능 실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것이 있다고 한다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1월 4일 진행된 윤건영 교육감의 신년 기자회견문이 떠올랐다. 당시 윤 교육감은 ▲어디서나 운동장 ▲마음 근육 강화 ▲모두의 다채움 ▲한 명 한 명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교육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아이가 저마다의 재능과 역량을 꽃피워 미래를 설계하고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갖도록 '아이의 힘'을 통해 교육의 넓은 품에서 학교의 꿈을 키우고, 배움의 힘을 길러 한 명 한 명 빛나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윤건영 교육감의 신년 기자회견문
그러나 이날은 신년 기자회견문에서 볼 수 없었던 수능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입설명회를 연상케 했고 수능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모지영 중등교육과 진로진학팀장은 ▲올 입시에서 충북의 많은 학생이 수능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해 서울대에 불합격했고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수능 반영을 점점 늘리고 있으며 ▲2028년 대입제도 개편 이후 학생들의 변별력을 가릴 수 있는 것은 수능밖에 없다는 분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지영 팀장은 "주요 대학 전형에서 정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42%가 넘고, 서울대 정시 농어촌 전형 모집인원은 82명으로 학생들이 끝까지 수능 준비를 하면 반드시 정시에서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모 팀장은 ▲학력신장을 위한 현장중심 네트워크 구축 ▲질문하는 힘을 키우는 수업 운영 ▲지역별·개인별 격차 해소를 위한 다채움 운영 ▲수능형으로 중간·기말고사 출제 ▲활동중심에서 수능으로 교육과정 전환 ▲기숙사 면학 분위기 조성 등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능 올인하면서 어떻게 재능·역량 꽃피울까
윤 교육감이 신년 기자회견문에서 밝힌 저마다의 역량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제 보니 기자회견문에서 밝힌 역량과 재능은 수능의 역량이고, 수능의 재능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무엇보다 수년 전부터 논의돼 이제 막 시작될 고교학점제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게 아쉬웠다.
A고교 교장은 "현재 고등학교는 교원 수 부족이다. 고교학점제 운영 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도 교육청의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권부경 중등교육과 중등교육팀장은 "명확한 해결 방안이나 답변은 드리지 못한다"며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한 과목만 2등급을 받아도 자퇴 또는 검정고시를 고민하는 2028년 대입제도 하에 내신 경쟁을 하지 말고 전국의 학생과 경쟁하라니, 기자이기 전에 학부모로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앞서 교육부는 2028 대입개편안을 발표했다. 정시 40%대를 유지하고 국어와 수학의 선택 과목을 폐지하며, 내신을 현재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교육단체는 일제히 "고교학점제를 무력화시키고 오지선다형 상대평가를 강화하는 반개혁적 입시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윤 교육감과 충북교육청은 교육부 정책에 충실히 발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충북교육청이 교육부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윤건영 교육감과 충북교육청이 '모든 아이', '저마다의 재능', '한 명 한 명 빛나는' 등과 같은 말을 그만하길 바란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충북교육청은 수능에 올인할 테니 어릴 적부터 서울대 입학을 위해 수능 준비 잘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라고 주문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