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2월 2일 자에 '한국이 사라지는가'라는 칼럼을 실었다. 대한민국의 급격한 인구감소로 장래 국가소멸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CNN도 12월 29일 '현재 대한민국 군대의 새로운 적과 안보위협은 북한이 아니라 저출생'이라고 예리하게 진단했다. 급격한 저출생에 따른 병역자원의 감소를 지적한 것이다. 이 모두 우리나라의 초저출생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 2023년 3분기는 0,70이다. 향후 0.5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방소멸은 이미 진행 중이고 700년 후 대한민국이 완전히 소멸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해외로부터의 경고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지난 18일 여야 정치권은 '저출생' 공약을 공교롭게 나란히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육아휴직 급여상한을 현행 150만 원에서 210만 원으로 올린다고 했다. 실업수당에 못 미치는 소득대체효과를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조치다.
민주당도 모든 아이에게 18세까지 월 10만 원씩 펀드를 적립하는 방안과 8세부터 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씩의 아동 수당을 카드로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인구위기대응부를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나온 공약들이지만 여기에 얼마나 많은 예산이 들지는 가늠이 안 된다. 지금까지 제시된 저출생 공약들도 대부분 미세한 조정을 거친 것일 뿐 미봉책이거나 새로운 것이 거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저출생 대책이 수없이 강구됐지만 정책 방향 설정이 잘못되고 수도권 집중을 획기적으로 완화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저출생 정책은 한계가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눈길 끄는 초저출생 극복 '국가비상사태선언' 주장
이런 가운데 최근 저출생 재앙 극복에 국가비상사태 선언과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 '저출산 재앙, 국가비상사태선언으로 극복하자'에서 김형기 국가미래비전연구회 회장은 "더 이상 불가역상태에 빠지기 전에 출산율을 반등시킬 특단의 조치로 국가비상사태 선언이 시급하다"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국가비상사태 선언에 필요한 결혼, 출산, 육아지원 관련 모든 정부부처 예산을 올해 중에 통합해 ' 출산율 회복기금'을 설립하고, 2025년 가족급여를 GDP의 3%까지 인상하도록 예산구조조정 등 ' 긴급조치'들을 구체적으로 예시했다.
그중에서도 대통령이 매월 주재하는 '출산진흥확대회의'가 눈길을 끈다. 유신체제의 독재를 연상하지만 대통령의 강력한 저출산 정책 드라이브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 찍고 밥 먹는 성과 없는 대통령자문기구 대신에 대통령이 통치권 차원에서 직접 문제를 파악하고 지시하는 과거 '수출진흥확대회의' 모델을 과감히 도입하자는 취지다.
저출생 재앙에 대한 언론과 방송의 뜨거운 반응과 달리 기후변화를 고려해 인구감소가 축복이며 이를 감내하자는 일부 주장이 있는데, 이런 낙관론은 저출생이라는 죽음의 계곡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저출생이 한국의 운명을 좌우할 심각한 문제지만 청년들은 무관심한 편이다. 일자리와 생계 등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들에 비하면 미래의 인구 문제는 뒷전일 수도 있다.
정치권도 사실상 지금의 초저출생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동안 저출생·고령화 대책과 성과에 관심이 부족하고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소극적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국가비상사태선언에 따른 특단의 긴급조치들과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각오가 저출생 반등의 핵심이라는 주장은 다소 권위적이면서도 수긍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 ’저출산‘ 대책과 관련,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저출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저출생은 출산과 육아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다 확장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